이세계 급식실 북멘토 그림책 29
박규빈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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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판타지 요소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이세계(異世界)에서 용과 전투를 벌이는 용사들이 긴 싸움 도중 초등학교 급식실 벽을 넘어오는 도입이라니. 그런데 그런 무시무시한 용과 용사들에게 큰 소리로 줄을 서라고 말할 수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니(역시 초등학교 교사는 위대해).


급식실에서 아이들이 자주 범하는 문제 상황들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새치기, 손씻기(6단계 클리어!), 밀치기, 뜨거운 음식 받을 때 화상 주의하기, 야채 편식, 더 먹고 싶은 음식 직접 받아오기, 잔반 모아서 처리하고 소리 나지 않게 잘 놓기, 후식 쓰레기 버리기 + 친구들 사이에 벌어진 갈등 중재하기. 그야말로 초등학교의 하루를 다 모아 놓은 듯한 내용이 재치 있게 담겨있다. 분명 초등학교 현장을 잘 아는 작가님일 것이다.


교사가 매번 "~하면 안 돼." 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보다,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자신이 했던 행동을 반성하고, 안전하고 즐거운 급식 시간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약속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편식이나 줄서기, 잔반 처리와 같은 매번 발생하는 문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고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책을 읽으며 우리 학교 급식실을 생각해보고, 벽에서 나오는 용이나 용사들의 그림이 붙어 있으면 급식실에 오는 아이들이 자기가 읽었던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되새길 것이라는 재밌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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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 우리말 어원사전 새롭게 살려낸 한국말사전 4
최종규 지음, 숲노래 기획 / 철수와영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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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 때 '보리 국어사전'이라는, 다소 가격대가 있는 사전을 접한 적이 있다. 내가 학생일 때 접했던 파란색 또는 검정색 가죽으로 된 새국어사전이 아닌, 상당히 자세히 그려진 삽화들이 많이 포함된, 쉬운말로 풀어진 사전이었다. 그 '보리 국어사전'의 편집장을 맡았던 저자 최종규 작가가 네 번째로 기획하고 편찬한 한국말사전 시리즈가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우리말 어원사전'이다.


기획 숲노래, 글 최종규 라고 되어있는데, 사실 기획자 숲노래는 최종규 작가를 지칭하기 때문에 그가 집필하고 기획하여 탄생한 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출판된 꾸러미 사전 시리즈는 서점인이 뽑은 책, 아침독서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등으로 선정될만큼, 책을 사랑하는, 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그러한 책 시리즈임을 알 수 있다. 이 책도 그 반열에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나'라는 낱말을 어원으로 뻗어나가는 여러 낱말들이 마인드맵처럼 보여지고, 그 다음쪽은 '들'을 어원으로 하는 낱말들이 나온다. 저자는 이 책에서 3700 낱말이 어떻게 맞물리는가를 짚고, 서로를 연결지어 뜻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그리고 전문적으로 풀이해나간다. 낱말 설명에서 가급적 한자말이나 영어를 배제하려 하였다. 저자의 말에서 이 책은 ㄱㄴㄷ 세 갈래로 나뉘는데, ㄱ은 단출히 엮은 자리, ㄴ은 조금 길고 넓게 낱말밭을 다룬 자리, ㄷ은 꽤 길고 넓게 낱말꾸러미를 하나로 묶은 자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낱말을 풀어 설명하는 방식이 굉장히 흥미로운데, 꽤 초반부에 '가르치다'가 나온다. 도입은 '가르치다'랑 '가리키다'라는 두 낱말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많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람들이 헷갈리는 이유는 두 낱말이 태어난 바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가르치다와 가르다, 가로다, 갈다를 연결하여 설명하고, 가리키다와 가리다, 숨기다, 가려내다 등을 연결하여 설명한다. 확실히 가르다-가리다는 뜻이 헷갈리지 않는다. 이렇게 연결하여 구별하면 된다니, 더이상 헷갈릴 일은 없을 것 같다. 거의 모든 비슷한 낱말들을 이런식으로 풀어주기 때문에, 국어지식도 많이 쌓이게 된다. 그 서술 방식은 마치 삼촌이나 아빠가 조카나 자식에게 자세히, 그러나 그들이 이해할만한 수준의 어휘를 사용하여 설명하는 방식이다.


찾아보기(색인)를 제외하고도 732페이지나 되는 이 책을 나는 아직 다 읽지 못한 채 서평을 작성한다. 저자는 낱말들이 어렵거나 쉽다는 말보다는, 즐겁다, 새롭다, 사랑스럽다라는 말로 여겨지기를 바란다. 너무도 당연하게 그 뜻을 알고 사용하고 있는 낱말들도 많지만, 생각보다 그 낱말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것들이 제법 있다. 가끔 나에게 새롭게 다가오거나 사랑스럽게 다가올 낱말들을 기대하며, 누군가 나에게 특정 낱말의 뜻을 물어보면 저자처럼 설명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다음에 다시 읽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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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푸드 트럭
박민희 지음,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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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딘가 딱딱하고 무겁고 근엄한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런데 여기, 총천연색의 말랑말랑한 캐릭터들과 함께하는 달달구리 푸드 트럭에서 법을 풀어서 설명해준다. 아이들이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쉬운 내용으로 설명해준다. 그리고 이어 민법이나 저작권법 몇조 몇항인지도 설명해준다.


법은 사회에서 살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정작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잘 알지 못한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요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교육이나 법교육 등이 활성화되고 있어서 반갑다. 어릴적부터 이러한 개념을 접하고 성장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다할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 믿는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안전 행복 사탕'이었다. 차와 살짝 부딪혔지만 나는 크게 다친 곳이 없고 괜찮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운전자한테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아이들. 부모님은 일하고 계시니까 바쁠텐데 괜히 연락해서 방해될까 걱정하는 아이들. 이러한 아이들에게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일부 어른들이 실제로 있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이와 같은 내용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디저트를 먹으며 고민을 해결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실제로 이 책을 먼저 읽어본 초등학생들의 추천사도 뒤에 실려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자신이 먹고 싶은 디저트나 새로 만들어보고 싶은 디저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수업을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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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물
야요 지음, 김정화 옮김 / 분홍고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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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책 표지를 보고 생각났다. 심플한 바다의 그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게 다 페트병이었다. 해군복을 입은 듯한 랄로가, 어항 속에서 말을 건네는 물고기 로사와 친구가 되어 로사가 살 곳을 찾아주는 이야기이다. 공원의 연못, 높은 산, 북극, 열대 정글, 사막 등 온갖 환경에 다 페트병이 있었다. 


이것들은 모두 인간이 만들고 소비해서 지구 전체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었다. 랄로의 꿈속에서나 가능했던 동물 친구들과의 쓰레기 수거, 그리고 고래 베티나의 구조, 로사가 살 마법의 연못을 찾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유리컵에 수돗물을 받아 마시고 마법의 연못으로 간 로사를 떠올리며 토마토를 보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여러 번 읽어도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마법같은 일이 일어나려면 당장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페트병과의 공존을 어느 순간 갑자기 그만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이 이상 페트병이 늘어나 모든 땅과 바다를 뒤덮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단순한 그림체에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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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진 이 삽니다 - 이빨 요정 주식회사 노란상상 그림책 117
안드레아 안티노리 지음, 문주선 옮김 / 노란상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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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에 사는 생쥐 이요는 페레스 은행의 은행장이면서, 동시에 어린이의 이를 거래하는 일을 한다. 우리나라도 이가 빠지면 지붕 위로 던지거나 까치가 물어간다(?)는 옛 풍습이 있었는데 서구권에도 비슷한 문화가 있는 모양이다. 베개 밑이나 머리 맡에 빠진 이를 두면, 동전으로 바꿔주는 문화가 있는 모양인데 이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동화이다.


페레스 이요는 아이들의 유치를 가지고 가구나 조각, 보석 등도 만들어서 판매한다. 덕분에 은행장이 되었다고 한다. 살면서 누구나 빠지게 되는 유치,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른 세계에서 인기만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니 그 쓰임새와 상상력이 놀랍다. 30 몇 년 전에 빠진 내 유치도 빈티지 가구가 되어서 사랑받고 있을까?


빠진 이가 이렇게 활용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 이를 뽑는 것이 마냥 무섭지만은 않을 것이다. 누구나 겪는 성장통을 통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즐거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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