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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 우리말 어원사전 ㅣ 새롭게 살려낸 한국말사전 4
최종규 지음, 숲노래 기획 / 철수와영희 / 2025년 3월
평점 :
초임 때 '보리 국어사전'이라는, 다소 가격대가 있는 사전을 접한 적이 있다. 내가 학생일 때 접했던 파란색 또는 검정색 가죽으로 된 새국어사전이 아닌, 상당히 자세히 그려진 삽화들이 많이 포함된, 쉬운말로 풀어진 사전이었다. 그 '보리 국어사전'의 편집장을 맡았던 저자 최종규 작가가 네 번째로 기획하고 편찬한 한국말사전 시리즈가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우리말 어원사전'이다.
기획 숲노래, 글 최종규 라고 되어있는데, 사실 기획자 숲노래는 최종규 작가를 지칭하기 때문에 그가 집필하고 기획하여 탄생한 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출판된 꾸러미 사전 시리즈는 서점인이 뽑은 책, 아침독서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등으로 선정될만큼, 책을 사랑하는, 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그러한 책 시리즈임을 알 수 있다. 이 책도 그 반열에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나'라는 낱말을 어원으로 뻗어나가는 여러 낱말들이 마인드맵처럼 보여지고, 그 다음쪽은 '들'을 어원으로 하는 낱말들이 나온다. 저자는 이 책에서 3700 낱말이 어떻게 맞물리는가를 짚고, 서로를 연결지어 뜻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그리고 전문적으로 풀이해나간다. 낱말 설명에서 가급적 한자말이나 영어를 배제하려 하였다. 저자의 말에서 이 책은 ㄱㄴㄷ 세 갈래로 나뉘는데, ㄱ은 단출히 엮은 자리, ㄴ은 조금 길고 넓게 낱말밭을 다룬 자리, ㄷ은 꽤 길고 넓게 낱말꾸러미를 하나로 묶은 자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낱말을 풀어 설명하는 방식이 굉장히 흥미로운데, 꽤 초반부에 '가르치다'가 나온다. 도입은 '가르치다'랑 '가리키다'라는 두 낱말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많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람들이 헷갈리는 이유는 두 낱말이 태어난 바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가르치다와 가르다, 가로다, 갈다를 연결하여 설명하고, 가리키다와 가리다, 숨기다, 가려내다 등을 연결하여 설명한다. 확실히 가르다-가리다는 뜻이 헷갈리지 않는다. 이렇게 연결하여 구별하면 된다니, 더이상 헷갈릴 일은 없을 것 같다. 거의 모든 비슷한 낱말들을 이런식으로 풀어주기 때문에, 국어지식도 많이 쌓이게 된다. 그 서술 방식은 마치 삼촌이나 아빠가 조카나 자식에게 자세히, 그러나 그들이 이해할만한 수준의 어휘를 사용하여 설명하는 방식이다.
찾아보기(색인)를 제외하고도 732페이지나 되는 이 책을 나는 아직 다 읽지 못한 채 서평을 작성한다. 저자는 낱말들이 어렵거나 쉽다는 말보다는, 즐겁다, 새롭다, 사랑스럽다라는 말로 여겨지기를 바란다. 너무도 당연하게 그 뜻을 알고 사용하고 있는 낱말들도 많지만, 생각보다 그 낱말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것들이 제법 있다. 가끔 나에게 새롭게 다가오거나 사랑스럽게 다가올 낱말들을 기대하며, 누군가 나에게 특정 낱말의 뜻을 물어보면 저자처럼 설명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다음에 다시 읽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