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바라본 우리 사회에 잘 보이지 않지만 찾아낸 민낯은 영화의 모습과 닮아있다. 사회적 소수자와 문제를 직시한 사람들이 ‘이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하지만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아직은 시기상조라서, 나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아서, 아직 해결할 큰 문제가 남아서 등등의 이유로 외면받고 외면하고 있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민주화되면서 그전에는 문제 시 되지 않았던 것들이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차별의 문제다. 권위주의 시대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경제적으로 1인당 GDP 3만 달러를 넘어서고, K방역을 자랑하고 세계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올라있다는 지금 문제가 된다.
1부는 변희수 하사, 가수 설리, 최숙현 선수, 김용균 노동자 성북구 네 모녀의 죽음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해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N번방 사건, 세월호 침몰 참사, 대통령 탄핵 촛불 시위, 조국 장관 논쟁, 낙태죄 폐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대해 질문한다.
수많은 문제적 죽음과, 그날 이후
우리 사회는 달라졌을까?
대형 사고나 문제적 사건 뒤에 뉴스에서는 전형적인 멘트가 흘러나온다. 말뿐인 재발 방지 대책과 예산이 부족하고, 감시 시스템의 문제이며, 법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들 제시된다. 하지만 사건 이후 변화는 더디다.
[민낯들]은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라는 체념과 “사회 탓만 하고 살 거야?”라는 무례함이 응축되었을 때,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반복되는지 역으로 따져 본 결과이다. 매번 사람들의 입에서 되풀이되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정말로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불쏘시개가 되었으면 한다.
최근 [말이 칼이 될 때]를 읽어 두 번째 민낯 <심장이 찢어져도 별수 없다> - 말이 칼이 될 때 故 최진리 글이 기억에 남는다.
혐오 표현의 시작은 편견에서 비롯된다.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농담, 몰이해적인 발언 등이 집단적으로 강화돼 혐오 표현으로 자리 잡는다. 혐오 표현이 확산되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영역에서 차별 행위로 이어지고 결국 증오 범죄로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더 큰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혐오 표현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며 발언하는 것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열 번째 민낯 <우리는 끝없이 먹먹할 것이다> - 기억과 책임 그리고 약속, 세월호 참사 글도 새삼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윤과 효율’에 미쳐 있던 배가 침몰했다. 우리의 추모에는 이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경고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먹먹하게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볼 것이고, 또 그 죽음을 조롱하는 이들을 보며 역시나 먹먹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