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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빨강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스물다섯 살의 나는 하양이라고 쓰고 있다. 하지만 마흔 살의 나는 그것을 초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때까지 소설을 쓰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현실이 확정되었을 때, 그것은 소설가에게는 죽음일 것이다.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마흔이 돼서 쓰기 시작하는 작가도, 마흔에 다다랐을 때의 현실이 말할 수 없이 불안해 보이기 시작하는 곳에서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진정한 체념, 진정한 단념에서는 소설은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

- 미시마 유키오
<소설가의 휴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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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무렵, 실생활에서는 무엇 하나 할 수 없었지만, 마음속에는 악덕에 대한 공감과 기대가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그 시대와 그야말로 ‘동침’하고 있었다. 그 어떤 반시대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을지라도, 어쨌든 동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1955년이라는 시대, 1954년이라는 시대, 이런 시대와 나는 동침까지는 할 수 없다. 소위 반동기가 찾아온 후로, 나는 시대와 침대를 함께 쓴 기억이 없다.
작가란, 창부처럼 언제나 그 시대와 잠자리를 함께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소설에는 피할 수 없는 ‘그 시대적 유행’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동기에 있는 작가의 고립과 금욕 쪽이 더 큰 소설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 그렇다 하더라도, 작가는 한 번은 시대와 침대를 함께 쓴 경험을 가져야 하고, 그 기억에 고무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미시마 유키오 에세이
<소설가의 휴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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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가 다자이를 싫어하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나의 편력 시대>에도 <소설가의 휴가>에도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본의 독자들 사이에도 널리 회자되는 유명한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시마 본인의 말처럼 '애증'에서 나왔다는 게 느껴집니다.
이 에피소드는 마치 소설 속 한 장면처럼 묘사되어 더더욱 생생하게 그 당시의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사양>을 발표한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청년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은 굉장했는데, 미시마의 말을 빌리면 “온 세상이 문학적으로 열광”했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다자이 주변에는 끊임없이 청년들이 모이게 되었는데, 다자이를 싫어하는 미시마를 그의 친구들이 다자이와 만나게 해준 거예요. 그때 미시마는 이십대 초반, 몇몇 작품을 잡지에 발표했지만 여전히 무명의 문학청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열다섯이나 연상인 대선배 앞에 앉은 것입니다.
그리고 다자이에게 던진 말이 당돌하게도 “저는 다자이 씨의 문학이 싫습니다.” 였습니다.
다자이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유명 작가가 되면 이런 일은 빈번하다고 미시마는 말합니다. 하지만 직접 당사자가 되어 겪는다는 건 또다른 일이겠죠.
이 에피소드가 재밌는 건 미시마가 훗날 똑같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유명 작가가 되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때의 다자이와 같은 나이가 됐을 때 이 글을 쓰게 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서 들려주는 미시마의 마음을 우리가 읽습니다.

이 일은 그 시대의 문단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유명 작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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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에세이 <소설가의 휴가>에는 미시마의 자전 에세이 <나의 편력 시대>와 일기 형식의 문학 에세이 <소설가의 휴가>를 비롯해 소품 7편과 함께 총 9편의 글이 실립니다.

그중 맨 처음에 실린 <나의 편력 시대>를 간단히 소개할게요.



이 책의 초판본 이미지입니다. 1963년, 서른여덟의 미시마가 10년 전인 17세부터 26세까지 약 10년간의 자신을 뒤돌아보며 쓴 자전 에세이입니다. 미시마 문학의 형성에 대한 귀한 자료로 여겨지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작가 에세이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이 글을 썼을 때의 미시마는 아직 30대의 젊은 작가지만 여러 걸작을 발표하고 서양에도 그의 작품이 높이 평가되면서 서른여덟에 처음 노벨상 후보에 오른 해입니다. 그 후 사망 때까지 다섯 번 노벨상 후보에 오르게 됩니다. 그때 미시마가 자신을 뒤돌아보며 쓴 글이라 그것만으로도 흥미롭지만 그 시절의 문단 풍경을 읽는 재미도 커요.

미시마가 굳이 26세까지로 정한 것은 그때까지의 자신이 문학적으로, 인간적으로 자신의 문학 인생에서 한 시기가 매듭지어졌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대한 많은 평들이 있는데 아래는 오에 겐자부로의 평입니다.



미시마 책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책을 읽고 있는데 그중 흥미롭게 읽은 것 중 하나가 오에 겐자부로와 미시마의 대담이었어요. 많은 면에서 대척점에 있을 것 같지만 제가 좋아하는 두 작가가 벌이는 문학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말에서 드러나는 두 사람의 인간적인 매력이 엿보여서 참 좋았습니다. 나중에 한번 소개할게요.



위의 표지는 오래전 작가의 자전이라는 시리즈로 일본애 소개된 미시마의 에세이입니다. 여기에 시와서는 그의 문학과 삶을 더 깊이 읽을 수 있는 소품을 더해 자전 에세이를 엮었어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또 하나, 이 작품에 얽힌 이야기.

<택시 드라이버> 등 여러 명작을 만든 폴 슈레이더 감독이 <미시마>라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벌써 40년 전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수상도 하는 등 화제가 됐던 건데 정작 일본에서는 상영되지 못하고 작년에 40년 만에 처음 상영된 영화예요. 영화 속에 그려진 동성애 묘사 때문에 미시마의 부인이 상영 반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속 나레이션에 사용된 대사에 <나의 편력 시대>의 문장들이 사용되기도 했어요.

....

책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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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결코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비로운 존재였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하나도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생이란 이상한 생물체였다. 할머니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동생들, 친구들에게도 그럭저럭 통하는 것이 선생들에게만은 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선생들은 ‘아이에게 맞춘’ 말만을 쓰려고 애쓰며, 늘 동심으로 돌아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


- 미시마 유키오 <소설가의 휴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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