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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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다 알고봤는데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압권은 지킬박사 최후 진술이었어요.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고뇌와 절규로 후끈해요.

번역이 상당히 친절하고 좋았어요.

문예출판사 책은 시간이 지나면 종이가 상당히 바래지는데 그래서 더 좋은 기분으로 남는듯 해요.

  

옮긴이 해설 중 이런 부분이 있어요.

"지킬은 자신을 선과 악으로 나누고 싶었지만 결국 탄생한 것은 본래 있던 그대로(선으로만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다)의 지킬과 순수한 악의 결정체인 하이드였다(208쪽, 옮긴이의 말)."

  

지킬박사 본인도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만약 각자를 다른 개체로 분리할 수 있다면 참기 어려운 괴로움에서 인생이 자유로워질 것이 아니겠는가?

악한 본성은 고결한 쌍둥이인 착한 본성의 향상심과 양심의 가책에서 해방되어 제 갈 길을 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착한 본성은 이 이질적인 악한 본성이 저지르는 불명예스러운 일을 접하고 괴로워하거나 참회할 필요 없이, 그에게 기쁨이 되는 좋은 일을 하면서 위로 항햐는 향상의 길을 확고하고 안정적으로 올가갈 수 있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삭정이들이 한다발로 묶여 있어 양심은 고뇌에 빠지고, 극적으로 다른 선과 악이 계속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재앙이다(103쪽)."

  

이 작품을 두고 흔히 선과 악의 대립 끝에 파멸하고 마는 인간본성을 그린 것이라고 해요.

하지만 나는 다르게 읽었어요.

지킬'박사'는 희석된(혼재된) 악이에요.

반면에 하이드는 순수한 악이지요.

그러니까 희석된 악과 순수한 악의 대결양상이에요.

나이를 먹고나니 이 부분이 눈에 띄네요.


그러니까 지은이는 인간을 순수한 존재라고 그리지 않았어요.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사람일지라도 내면에는 많은 갈등과 악한 면이 있음을 갈파한 것이지요.

고위 공직자들이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한다거나,

바깥에선 얌전한 사람이 집에서 술만 먹으면 개가 된다거나...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내가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킬은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갈데까지 가보자는 거지요.

그저 한잔 술로 잊자면서 흐지부지 하지 않았어요.

그 끝에 악마가 있더라도 나는 기어이 보고 말겠다는 의지가 돋보여요. 

그래서 처음부터 파멸은 예정된 것이지요.


지킬(희석된 악)은 진실과 마주서는데 성공하지만, 하이드(순수한 악)는 그저 도망다니다 파멸하고 맙니다.

시작과 맺음 모두 지킬의 손에서 이루어져요.

그는 진정 괴로웠겠지만, 우리는 그를 통해 위안을 얻어요.


인간이란 믿을 수 없는 존재일지 모른다.

그러나 가치없는 존재는 아니다.  


멋진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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