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정치적이다 - 쟁점으로 보는 인권교과서 한겨레지식문고 3
앤드류 클래펌 지음, 박용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원제는 '인권:간략한 소개글(Human Rights:A Very Short Introduction)' 인데 번역서 제목은 위와 같다. 

나는 옮긴이가 뽑은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것도 위 제목과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다. 

내가 인권분야에 대해 기초지식이 없는데다가 오랫만에 번역서를 읽은 탓에 번역투가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책의 번역서 부제도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쟁점으로 보는 인권교과서'이기 때문이다.

교과서가 술술 읽힌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다.  

교과서란 한번 두번 반복하며, 지루함을 참고 시간을 들인 후에야 진가가 발휘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는 것은 참 부적절하지만,

첫 인상을 전하는 리뷰도 책을 선택하는 데 보탬이 되리라는 마음에 책을 읽자마자 성급한 리뷰를 작성한다.

  

이 책의 구성은 인권이란 무엇인가(개념)에서 시작하여 

국제 인권 원칙의 발달사(역사), 

인권의 국제정치와 유엔의 기능(정치성), 

기타 각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옮긴이의 말대로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쟁점을 간략히 평이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보이는데, 

얇은 책을 골라 든 이상 단점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고 권말에 더 읽을거리를 찾아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면 되겠다.

  

이 책이 딱딱하게 느껴진 가장 큰 이유는 사례가 대부분 외국의 것이어서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소함 내지는 부자연스러움, 남의 다리 긁는 소리라고나 할까? 

거꾸로 말해 그만큼 우리나라는 인권 담론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맥락은 다르지만 이런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비서구권 국가의 인권 수용 과정을 논의하는 대목이 그러하다.

어쩌면 이 책에 실린 사례들은 인권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내용인데 

내가 무지한 탓에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경우라면 이 책이 나만큼 딱딱하게 읽히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은 헌법교과서와 비슷하다. 

총론과 각론의 구성도 그러하고 청구권적 기본권과 프로그램 규정을 구별하여 설명하려는 듯한 태도도 그러하다. 

여러가지 개념을 제시하고 사례를 들면서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로 실현될 수 있는가, 

권리로서 제한할 수 있는 경우와 그 한계는 무엇인가, 

인권이 권리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가, 

국제법적으로는 어떤 것이 문제되는가 등을 검토하고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인권이란 인간의 '권리'이다. 

저자는 권리의 탄생과정을 살펴보고 그것이 구체적 인권 개념으로 드러나기 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검토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얼마나 정치적인 과정이었는지를 역설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인권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하지 않는다.

다만 인권이란 '사람이 가졌을 법한 모든 종류의 권리가 아니라, 어떤 특수한 범주의 권리'(15쪽)라고 말한다. 


권리는 실체가 있는 무엇으로 실현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음을 전제한다. 

따라서 사람이 가졌을 법한 모든 종류의 권리란 실체 없는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며 

그것은 권리로 부를 수 없다는 결론이 된다. 

모든 종류의 권리의 합이 또 다른 어떤 권리라고 불린다는 것은 명백히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권리에 대해 논의하는 것만으로는 인권을 정의할 수 없다. 

'인간'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에대해, 다시말해 거창하게 인간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지는 않는다. 

지금껏 어떤 인간도 인간을 정의할 수 없었다. 

내가 앞서 옮긴이의 제목이 마음에 든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인권은 정치적이다라고 하는 언명은 권리의 속성이 정치적 산물이라는 것에 더해 인권이 갖는 특수성, 

인간이란 말 자체가 쉽게 정의될 수 없고 시대에 따라 바뀌는 인간관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이중적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어느 시대든 보편적으로 자리한 인간관이 있고 

그것은 바로 '그저 불의에 대한 반감과 연대의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233쪽)이라고 한다. 

 

인권이 무엇인지 알아보자는 가벼운 마음에 집어 든 책이건만 

오히려 오리무중 속으로 끌려 들어간 기분이다. 

예비군 훈련이 아니었더라면 이 책을 진지하게 끝까지 붙들고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앞서도 밝힌 대로 교과서란 한번에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세월을 두고 가까이 할수록 내 안에서 익어가지 마련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 수 있는 책도 있다면 더 좋겠다. 

웬만하면 번역서가 아닌 놈으로다가..

(비타 악티바 시리즈가 적절해 보이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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