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6   

회원들의 기본 소양이 다르고 선호하는 책이 달라서 다양한 관점들을 보게 되는 것이 즐겁다. 통찰의 지평을 넓히는데 이만한 것도 없다. 책을 통해 만난 인연들이니 다툼도 없고, 서로서로 배려하고 높여주는 분위기가 참 좋다. 매번 열정적으로 준비하시는 분들이 고맙고 언제나 자기 몫을 다하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p110  

...'책을 읽는 것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면 글 쓰는 것은 나를 만나는 일이다'라고 하듯이 글로 표현하면 그 기록이 남기도 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곱씹어 보며 생각의 확장이 일어나는 효과가 있다. 함께하는 책 읽는 모임이 단순히 독서만 하는 모임이 아니라 유대 관계를 통해 사회 관계의 장을 만들고 서로에게 배우고 자극을 받아 건전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의미도 크다고 본다.

 ...독서는 나 자신이 변화해서 사람과 자연에 쓸모가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책이 매개가 되어 삶의 여백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은 영혼의 틈을 메워 주는 거룩한 행위가 아닐까.

p189

...산다는 것은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오늘'이란 살아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요, 생애 처음 대하는 날이니만큼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간이다.

p216

 평생에 걸친 마르셀의 끈기와 상페의 위트, 또래 작가 마스마 미리의 가볍지만은 않은 경쾌함에 끌리고, 도스토옙스키의 결핍이 만들어 낸 결실을 경외한다. 특별한 스토리가 있을 때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고통을 인내한 진주 같은 이야기를 품은 작가를 흠모한다. 결핍에 따른 당김처럼 반짝이는 그들에게 매혹된다. 사실 거의 매번 지금 만나는 작가와 사랑에 빠진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 다음 사랑을 기다리는 설렘은 덤이다.

p230

 "운명은 불운의 모습일 때가 행운의 모습일 때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유익이 된다."

 행운을 맞은 사람들은 산들바람처럼 이리저리 살랑 살랑 불어오는 행운에 정신을 차리몹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지만, 불운을 당한 사람들은 역경들을 겪으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며 만반의 준비와 태세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보에티우스는 자신의 불운 속에서도 스스로 위안하며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애쓴 점이 역력하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나는 나의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 것인지, 이 책을 곁에 두고 삶의 갈피를 잃을 때마다 읽어야 할 것 같다.

p233

 ...<모비 딕>은 근육과 땀과 피가 부딪히는 난장, 바다와 바다에서 태어난 인간이 벌이는 사투, 해양적 실존의 서사시이다. 모든 삶과 문학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현장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삶의 어두운 진실, 어둠의 거대한 힘, 삶의 악마성을 파헤친다. 절대적 실재에 다가가려는 자는 파멸을 각오해야 한다는 선언문이다. 멜빌은 도서관을 헤엄쳐 다니고 넓은 바다를 몸소 항해하면서, '손으로' 고래들과 관계한 비극적 영웅이었다.

  <모비딕은 뭐랄까, 하얗게 무겁다. 바다 그 자체다. 바다라는 물질 전체가 모비 딕이라는 흰고래의 힘으로 변용한다. 허먼 멜빌이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낸 바다의 이미지가 모비딕이다. 비상이 아니라 침몰을 꿈꾸는 자의 혈투이다. 순수한, 절대적인 힘들의 사투이다. 침몰을 꿈꾸는 자의 혈투이다. 순수한, 절대적인 힘들의 사투이다. 바슐라르가 말하는 역동적 상상력이 빚어낸 순수한 힘, 추락하는, 내리꽂히는 비참한 속도...바다는 탈주하는 선들의 교집합이다. 씨줄과 날줄의 교직이 고래의 근육이다. 바다의 힘을 농축한 것이 고래이고, 그 고래의 힘이 응집한 곳은 꼬리이다. 물질의 소멸이 일어나는 블랙홀이다. 그래서 꼬리의 유연함은 섬뜩하게 아름답다. 꼬리는 피쿼드호의 추진 기관이자, 에이허브의 작살이고, 제우스의 벼락에 대한 항거였다.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 광기란 이런 것이다.

 배의 항적은 표피에 금을 긋는다. 감각적인 느낌에 그친다. 심연에 이르는 길은 혼의 울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존재의 심화, 존재의 전환은 수평이 아니라 수직의 방향이라야 한다. 하강이 아니라 추락이다. 모비 딕은 에이허브의 분신이다. ...

p238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큰 틀에서 보면, 인간은 누구나 크든 작든 고통에 시달리는 삶을 산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심지어 그는 세상을 '지옥'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삶의 본질이 고통이라는 것. 그러니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잘한 근심과 종종 찾아오는 슬픔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어서 그것을 극복해 가는 것이 존재의 기쁨이라고 말한다.

 쇼펜하우어는 또 내면의 힘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던 철학자다. 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설명하려 애쓸 때, 쇼펜하우어는 내면의 빈곤을 경계했다. 정신적인 욕구가 없는 인간을 단호히 '속물'이라고 표현했고, 인간의 큰 즐거움이 재산과 명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나온다고 확신했다.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정신이 비어 있고 영혼이 가난한 사람들만큼 불행한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가운데 내가 아주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

 "운명은 잔혹하고 인간은 가련하다. 이러한 세상에 원래 지닌 것이 풍부한 자는 눈 내리고 얼름이 언 12월 밤에 밝고 따뜻하며 흥겨운 방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것과 같다."

 하루하루를 하나의 작은 삶으로 본 그의 생각은 또 어떤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태어나는 것이요. 매일 밤에 잠드는 것은 죽는 것이라고 비유한 대목에선 우리에게 주어진 확실한 현실인 바로 지금이 새삼 소중해진다. 분명 책 전체에 염세주의가 스며있음에도 인간이 행복을 위해선 고상한 성격, 제대로 기능하는 두뇌, 명랑한 마음, 건강한 신체 등이 필요하지만 이 모든 자산 중에 우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명랑한 마음'이라고 누누이 말하는 쇼펜하우어. 이런 아이러니가 참 좋다.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란 견딜만한 삶을 사는 것, 덜 불행하게 사는 것이라는 그의 철학.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p254

...각자의 무게로 힘겨운 삶의 여정을 지니는 동안 끊임없이 질문하고 확인하고 싶어진다. 잘 살고 있는지,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며 괴로워한다. 그저 괜찮다는 자기 위안의 이불을 덮고 슬그머니 들어앉기도 하지만, 발부리에 걸리는 돌멩이에 철퍼덕 엎어지기도 하고 때론 당당하게 대면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알게 된다. 구구라도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내 짐이 무거운 걸 알아챈 순간 내 옆에 선 그의 짐 또한 가볍지 않다는 걸. 특별한 한 생이 되지 못하더라도, 기억할 만한 한 사람이 되지 못하더라도 치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p261

 책은 '참마음'을 개닫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에게 "참마음은 이미 주어져 있으며, 참마음이란 것 안에는 아무것도 없음에도 사람들이 실체를 확인하려는 것은 집착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으로 지어낸 것일 뿐, 마음이 법이고 부처여서 마음 빢에는 배울 것도 닦을 것도 없다는 것. 마음 밖에는 알아야 할 만한 단 하나의 법도 없으며 결코 배워서 아는 것을 가지고 범접할 수 없는 길임을 명심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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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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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가의 책< 공룡의 이동경로>를 수영장 친구에게 선물 받아 읽었었다.  

이 작가가 그리는 사람들, 관계들...사랑과 우정 이야기가 너무 이쁘고 동경? 하게 된다.

사려깊은 사람들. 보들보들한 사람들. 나는 이런 사람인가 저런 사람인가 고민하게 되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

너무너무 진자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인물.  

내 주변에 혹시 있나 싶어 두리번 거리게 되고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기도.

셋다 나같기도 하고 내가 아는 누구 같기도 하고. 친해지고 잘지내고 싶은...

나는 아름 때문에 <명상록> 읽게 될 듯. <어른 이후의 어른> 도...

이쁜 세 사람의 따뜻한 삼각형. 있을법한 우정, 사랑 이야기.

1부.   

- 여름

한아름. 망설이는 사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좋아하는 민아.

어쩌면 좋은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것일지도.

민아, 아름, 해든. 세 친구.

망설이지만 어찌어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아름도 멋있다. 아마 아름이 아는것보다 더.

- 가을

최민아 꿈이 싫은 사람

민아가 쿨하고 멋진게 아니었네. 상처가...저 엄마들은 도대체 왜 저런거지.

나는 반백살이나 됐는데도 아직도 무섭다. 나도 모르게 엄마처럼 하고 있을까봐.

엄마를 떠난 민아 대단하네.

나는 그 막말들이 참 싫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듯 다정하게 구는 것도.

왜 딸에게 그렇게 구는 엄마들이 있는걸까. 

사랑이란 말로 포장하는 것도 싫다. 사랑은...

당연히 그런게 아니다.

늙은 엄마를 보면서 잊어야지. 참아야지 하다가도 화가 난다.

왜 계속 나만 참아야 해. 그럼 나는? 내 삶은?

민아는 그래도 떠나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온전히 해 봤네...

분리되고 싶다. 진짜 나를 좀 놓아 달라고 속으론 수없이 외친다. 

떠날 용기도 없으면서...

얼마나 끔찍할지 아니까...쌓인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떨 땐 별일 아닌 걸로 헤집어져서 참을 수가 없다. 아직도...

준 사람은 기억도 못하는데 받은 사람만 기억하는 상처들.

종류가 다른 사람. 맘에 담지 말자.

민아에게 아름은 지지자 였구나.

나는 힘들고 아플때 찾을 수 있는 엄마인가.

- 겨울

이해든. 에버랜드에 가지 않는 사람.

우직하고 오래가고 싶은데 민첩하고 계속될 사람?

아름에게 책점 가르쳐줌.

붙들고 싶은 문장을 붙들고 힘을 내는 해든만의 방법

밉고 사랑하는 아빠.

원가족들과의 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있을 수 있고...어떤 식으로든 극복하고.

2부.

- 추운 겨울. 우리가 몸을 웅크리는 이유.

친구, 동료.

'만족스럽지 않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 생이 최선? 다른 생의 자신이 어딘가에 있다? 그런건 관심도 소용도 없나?

- 새해_ 조금은 더 밝은 빛

혼자가 아니라 우리라는 것

- 봄, 봄비가 먼지를 씻으면 아름에게 친구, 책.

- 다시 여름, 강에는 물이 차오르고

우정. 각기 다른 셋. 달라서 더 좋은, 서로 좋아하는.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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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와 책수레 - 보수동 책방골목 10년 북클럽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대우서점 독서회 지음 / 호밀밭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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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서점 독서회 기록-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 있던 서점 손님들과 서점 주인의 독서회.

한달에 한 번, 이런 거 나도 하고 싶음요.

독서회 회원들의 문집 느낌.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사람들과의 관계를 좋아하는지 알수 있다.

인연책, 독서회와의 인연, 독서습관, 책에 대한 생각, 나름의 독서법, 인생책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회원들 각자의 개성대로 쓴 글들의 묶은 책..

읽으면서 내게 책은, 독서는 어떤지 생각해본다.

- 들어가며

2013년부터 서점손님들 독서회. 2020년 섬진간책사랑방,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학당.

더 나은 세상 만들어나가는 기초 공사로 책 읽기와 독서동아리만한 것이 없다고 ...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1장. 독서의 길로 나를 이끈 '첫 책'

- 노동과 책 사이에서 새가 난다_김은숙. 삼국지.

내게 처음책이 뭐였지...얻어온 60권 디즈니 동화책?

글자는 뭐든...아직도 넘 좋다.

- 가슴 뚫리는 장쾌함을 맛본 책.전우치전

- 소월의 시가 생의 리듬이 되어 _ 정기남. 소월시집

- 책을 돛 삼아, 갈바람을 기다리다_ 박경자. 

책읽기 중독의 위험성 경계

"삼라만상이 다 문자요. 책이다. 삶이 곧 독서다."- 정수복

책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돈과 자기만의 방"을 마련했단다. 부럽.

- 첫 책을 기억하나요? _ 황선화

- "야~야! 니는 우째 그리 아는기 많노?" _ 최성길. <조웅전>

- 나에게 질문을 던져 준 첫 책_ 김경옥

- 중국 근현대사에 빠지다_ 신상균<대륙의 딸>

- 반려견 목줄과 만화_ 이준영. 만화책들

- 왜 그때 러시아 소설에 매료되었을까_ 김종훈. 투르게네프의 <루딘>

- 열네 살에 읽은 어른 소설_ 박정은. 미우라 아야코<빙점>

2장. 대우서점 독서회. 함께 읽는 즐거움

- 책으로 맺은 인연은 오래간다_ 정기남. 해양문학. 해양사

- 위안과 환대의 장소_ 박경자. 

단골서점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인데...요즘은...없는 듯.

나도 어릴때 버스정류장에 있던 동네 서점에 자주 갔었는데...지금은 없어졌더라.

- 서점 단골에서 독서회원으로_ 신상균.

책으로 만나는 인연 나도 있었으면

- 대우서점과 대우빵집_ 이준영

- 책으로 숨쉬는 사람들_ 박정은

- 후회없는 삶의 여정_ 김종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난 여유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인생질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단다.

- 섬진강에서 봄밤을 보내며_ 김경옥

- 집에서는 5분도 안들어주는데...최선길

- 또 하나의 작은 공동체_ 황선화

- 매파 대우서점_ 서창호

- 영혼의 틈을 메워주는 따뜻한 만남

 함께 책 읽는 모임이 단순히 독서만 하는 모임이 아니라 유대 관계 통해 사회 관계의 장 만들고 서로에게 배우고 자극받아 건전한 공동체 형성하는 의미도 크다.

- 대우서점과 나의 연_ 박정목

3장. 책벌레들의 독서 시크릿

- 나의 독서편력기_ 김경옥

- 오늘도 가방에 책을 담는다_ 박경자

- 나의 독서 습관과 방법_ 박정목

- 사람을 만나 책에 빠지다_ 서창호

만나는 사람 통해 관심 분야 넓어짐

- 책갈피와 책수레_ 박정은

- 편독이 정말 심하다_ 최선길

- 다섯 번 만에야 만난 '희미한 너의 모습'_ 이준영

- 헌책방지기의 책 읽는 습관_ 김종훈

- 읽는 사람_ 황선화

- 얇고 폭넓은 독서의 묘미_ 신상균

- 노트에 적어가며 읽는 재미_ 김은숙

- 책은 더러워야 한다_ 정기남

속독, 다독, 겹쳐 읽기

4장. 애정하는 작가들

- 최애의 작가, 남극례_ 이준영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 사마천과의 동행_ 최선길

의미없는 죽음, 대신 사기 집필을 선택한 사마천

- 드높은 차원의 감명_ 박정은

한승원의 소설들

- 그녀들이 내게 주는 감동들_ 김경옥

각자의 삶에 대면한 아픔을 길을 떠남으로써 스스로 치유하는 여성 작가들

- 다우가_ 서창호

여러책을 읽는다는 것은 좋은 친구를 많이 가진다는 것. 친구가 많은 만큼 다채로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

- 바다의 시학으로 이끈 바슐라르_ 정기남

- 잊을 수 없는 작가들_ 박정목. 버나드쇼. 맹교

- 지금도 믿고 읽는 작가_ 신상균. 도올 김용옥

- 한창훈의 바다를 항해하다_ 박경자

거문도가 고향인 한창훈의 글들

- 글쟁이들은 마술사_ 김은숙. 이정록, 박형권 시인

-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_ 황선화

삶을 헤쳐나가는 중심의 읽기 쓰기

심각하지 않게 삶의 태도 일깨우고 경계를 넘지 않는 관계 보여주는 순정한 일상_ 마쓰다 마리

5장. 내인생 최고의 책

- 역사의 뿌리와 혼이 담긴 최고의 고전_ 일연<삼국유사> 김은숙

- 인간의 시간에 빛을 던지다.

- 헤로도토스<역사>. 이준영

- 생사의 기로에서 붙잡은 철학_ 보에티우스<철학의 위안> 김경옥

- 모비딕의 바다_ 허먼멜빌<모비딕>. 정기남

- 염세주의자가 말하는 삶의 아포리즘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박정은

- 아, 일리아스!_ 호메로스<일리아스>. 서창호

- 나의 시공간을 철저히 지배하는 책_ 사마천<사기열전>. 최선길

- '스토너'를 소개하고 싶어요_ 존윌리엄스<스토너>. 황선화

- 권장하고 싶은 나의 애독서_ 윌리엄J. 베네트<미덕의 책>. 박정목

-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책_ 대우<그곳엔 부처도 갈 수 없다>.김종훈

- 역사를 보는 전혀 색다른 시각

- 레이황<거시중국사>. 신상균

- 푸르른 이십 대의 쓸쓸한 언어_ 기형도<입 속의 검은 잎> . 박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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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32  

 계획이 있는 건 여전히 대체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신중히 짠 계획이 날 비웃자, 난 그 계획을 꽉 붙들기보다는 새로운 계획을 만들었다. 그 새로운 계획이 당장 합리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어도 말이다. 나는 맹목적으로 다른 방법을 시도한 덕에 내게 더 잘 맞는 길을 찾았다. 그러니 당신의 계획이 최후의 승리자가 될 때까지 손놓고 있지 말자. 계획이 당신을 비웃더라도 아랑곳없이 마지막에 웃는 이가 되자. 그리고 계획이 당신을 비웃는다면 당신도 똑같이 비웃어주자.

 사람들은 언제나 내가 어떻게 배우가 됐는지 묻는다. 좋은 소식이자 나쁜 소식을 한 가지 말해주자면, 방법은 하나만 있는게 아니다. 공짜로 일 년을 얻었다고 생각한 것도, 이득이라고 여겼던 그 시간을 바텐더로서 보낸 것도 환상이었을 뿐이라고 말이다. 진짜 인생에 빨리 감기 같은 건 없다.....어떨 때는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도시로 향하는 비행기를 탄 덕에 앞서간다며 좋아했던 1등 팀이 다음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영업 시작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때도 있다. 그러다 다른 팀에게 따라잡히는 바람에 저녁에 다시 한번 경쟁을 벌여야 하기도 한다....하지만 인생에서라면...괜찮지 않냐? 빨리 감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나는 차라리 빨간 라디오색 녹음기의 되감기 버튼을 계속해서 누르겠다. 그리고 주디 갈런드가 출연한 모든 뮤지컬의 모든 노래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울 수 있는 괴짜가 되겠다.

p065

 유감스럽지만 내 경험으로 볼 때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에는 왕도가 없다.

; 다이어트!

p073

 외모를 가꾸는 건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저 선택권이 우리 대다수에게 접근권이 있는 더 단순한 것에 한정돼 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뿐이다. 예를 들어 물 더 많이 마시기라든지, 조깅하기라든지, 더 예쁜 색깔의 립스틱 찾기 같은 거 말이다. 목주름을 올려 펴주기 위해 귀를 잘랐다가 다시 붙이는 것(이게 정확한 의학 용어는 아니겠지만) 따위가 더 젊어 보이기 위한 선택으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유감스럽다. 그런 것에 대한 혐오감이 배우로서의 일을 견디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이 혼란스럽기는 하다.....나는 이런 방법이 아예 없었으면 싶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 공평한 경기장에 서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하지만 그건 사람은 누구나 기본으로 여든다섯까지는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내 믿음만큼이나 헛된 바람이다. 스스로의 건강을 가장 잘 돌보는 사람은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오래 살 것이고, 파티하러 다니거나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은 포인트가 깎여 수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지금처럼 '대로 애연가라도 아흔가지 살 수 있고, 마라톤 러너라도 마흔다섯에 급사할 수 있'는 무작위적인 시스템보다 더 공평하지 않은가. 애석하다.

p123

 혼자든 누군가를 통해서든 필요한 줄 몰랐던 무언가를 새로 알게 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일단 여러 겹 껴입고 더워지면 벗는 것이, 추워지고 나서야 껴입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사실도 배웠다. 추위에 노출된 후에는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p124

 왜냐하면 솔로여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당신 역시 솔로여도 괜찮다. 행복한 커플 나라로 갈 준 비가 다 되었는데도 그곳으로 갈 기차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 때면 힘들기는 하겠지만, 내 꿈과 희망에 대해 들을 때면 내 친구 올리버 플랫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렇게 될 거야. 반드시 네가 바라는 시기에 그러지는 않을 뿐이지."

 이 말은 다양한 방식으로 내게 도움을 줬다. 누군가를 만나기를 바랄 때뿐 아니라 더 나은 일을 찾고 있을 때나 암울한 시기를 극복할 만한 계기를 찾고 있을 때도 말이다....

 무엇을 추구하든 그 일이 정확히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수중의 모든 걸 투자하더라도 곧바로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언젠가 조만간 기차는 온다. 사실 이미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당신이 알아채지 못한 것일 뿐.

p135

...개그는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에 더 많이 녹아 있기 마련이고, 실패담이야말로 더욱 많은 공감을 살 수 있는 법이다. 파티에서 사람들이 최악으로 꼽은 직장 일화는 가장 자랑스러운 무용담이기도 했다. 뭔가를 잘해내는 것도 성취이기는 하지만, 정말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잘해내는 것이 훨씬 더 큰 업적일지도 모른다.

p153

"그냥 쉬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거죠."

P165

 결국 나는 적어도 처음 시작할 때는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끝맺음을 짓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배웠다. 내 글이 썩 훌륭하지는 않다는 내 머릿속 목소리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저 그런 목소리가 들려도 멈추지 않았을 뿐이다. 자기 의심에 대항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은 무시하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거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나는 하루에 천 단어씩 쓰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목표를 달성할 때도 있었고, 못할 때도 있었다. 정해진 루틴이랄 것은 없었다. 촬영 중간중간에, 부엌 테이블에서, 비행기에서 글을 썼다. 내 과정은 삐뚤빼뚤했고 자주 혼란스러웠다. 안 풀리는 장면이나 자꾸 엉키는 플롯을 마주할 때면 그 부분을 꿁은 글씨로 표시해두고 나중에 다시 돌아가 작업했다.....

P171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직면해야 했던 두 개의 가장 큰 기회 중 하나가 권력이 있고 성공한 다른 여성의 손을 통해 주어졌다는 사실을 나는 잊지 않았다. 나 또한 만약 테리와 같은 위치에 있게 된다면 '누가 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이요'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나를 붙잡아두고 있는 벽을 먼저 깨부숴야 한다. 의심은 무시하도록 하자. 의심으 내 편이 아니다. 그저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P191

 ...몸에 문신을 새겨보고, 그로 인한 찰나의 스릴을 경험하고, 수년을 문신한 몸으로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잠에서 깼는데 내가 왜 문신을 한 걸까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기까지의 그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거친 것 같았다.

 가끔은 무언가를 해보는 상상 자체가 가장 재미있다. 하지만 막상 정말로 하고 나면 기분이 상할 때가 있다. 또다시 다른 스릴을 찾아 헤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진실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충동적인 생각이 들어도 가끔은 행동에 옮기지 않아야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 '왜 새벽 두시에 그 남자한테 snl에서 봤던 웃긴 얘기를 문자로 보냈어야만 했나'하고 후회하는 고통을 피할 수 있다. 그 남자와 사귀고 싶은 것도 아니고, 와인도 겨우 한 잔밖에 안 마셨는데 말이다. 아니 두 잔이었나? 이러나 저러나 그 남자도 어차피 아직 안 자고 있었을 거다! 잭슨 할머니 가라사대,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한 번 더 고민해보도록 하자.

 나는 깨달았다. 문신 이야기는 인생이 목표가 아니라 여정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려준 대표적인 사례였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한 타투를 엉덩이에 잔뜩 새기고 목표에만 집착하는 사람으로 전락하지 않아서 마음이 놓였다.

P193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책을 읽을 때나 심지어는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때의 표정과도 사뭇 다르다. 내 표정도 그런데, 문득 휴대폰 와면을 바라보던 내 얼굴이 거울에 비칠 때면 소름이 돋곤 한다. 마치 골롬이 절대 반지를 물에 빠뜨리기 직전의 표정 같아서 말이다.

P256

...내가 처음 생각했던 구상만이 최고이자 유일한 해답이라는 생각에 매달리지 않도록 말이다.


;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피식피식 웃으면서도 뼈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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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으니 빨리 말할게 - <길모어 걸스> 로런 그레이엄의 인생 스케치
로런 그레이엄 지음, 장현희 옮김 / 싱긋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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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어 걸스>를 보진 못했지만 표지 보고 훅 땡김. 알고보니 표지에도 얽힌 얘기가...

<길모어 걸스>의 로렌 그레이엄 인생스케치.

어떻게 배우가 됐는지...어떻게 살았는지...어떻게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뭐 기타등등


재미있는 친구가 자기 얘기하는거 같이 재미있게 읽어짐.

페어런트 후드랑 길모어 걸스 보고 싶어짐.

- 빨리 감기

 월반 . 진짜 인생에 빨리 감기는 없다.

- 땀의 순수 가치

열심히 배우가 되려고 하는 중. 탈의. 가치.

- 엘런 쇼 나가자고 비건이 될 수는 없다.

남들의 다이어트, 뭐든 자기에게 맞는게 있는 것.

- '유일무이한 베티화이트' 또는 '페이퍼 타월, 사랑 이야기'

외모를 써먹는 일. 성형수술. 아름답게 나이드는 일.

- <길모어 걸스>1부.

 몇년 씩 계속한 시리즈라는데 궁금하긴 하다.

- REI멤버십 카드가 생기기까지, 그리고 싱글의 삶에 관한 생각

매튜 페리가 썸만 탄 남사친이었구나.

나도 그런 사람 있었으면...

기준을 낮게 잡고 시작하면 틀림없이 실망할 일이 없다는데...연애는 그러고 싶지 않지 않나?

"그렇게 될거야. 반드시 네가 바라는 시기에 그러지 않을 뿐이지."

- 노동의 시기.

배우로 성공해 먹고 살기까지 살아낸 노동?의 종류. 일들.

- 심판하지 말지어다. <프로젝트 런웨이> 심사위원이 아닌 이상에야

패션에서의 내 삶. 어떻게든 소화해낼 수 밖에

- 아마도 언젠가는 내 소설이 전부 자전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믿게 될 것이다.

 계속 나아가는 것.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를 구축할 것.

- 주방 타이머

집중할 시간을 정해 타이머로 재기. 그 시간 동안은 꼭 계획대로 매일

- 가족 같았던 <페어런트 후드> 사람들

일하면서 이렇게 마음 맞는 사람들과 딱 좋은 환경 만나기 힘든데 좋았겠다.

- 위를 보라!당신의 친구, 잭슨 할머니가 전하는 메모

전송버튼 누르기 전 한번 더 고민하기.

인생이 목표가 아니라 여정 자체라는 걸 알 수 있는 이야기. 휴대폰 멀리하기.

잭슨할머니가 고개 숙이고 휴대폰 보는 거 그만하고 위를 보라고 쓴 편지.

- <길모어 걸스> 2부

마지막 촬영무렵 쓴 일기. 기록은 어떤 식으로든 좋은 듯.

- 다음 기차: 2017년 6월에 추가된 내용

- 반쪽 얼굴에 대한 해명.: 책표지 에피소드

- 메건에게 보내는 사과

이름을 빠뜨려서 그녀를 위한 장을 만든거. 이름을 잘 헷갈려

- 컵게이트 사건.

진짜 커피컵이었다...소문 금지

- 못된 말은 못하는 사람

즉흥 연기로 야한 말 못하는...

- '피프티'와 운인 맞는 건 '니프티'뿐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생일잔치

- 그래서...인제 어쩌지?

<길모어걸스>가 로런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 고마운 사람들

- 옮긴이의 말

고등학교 때 알게 된 시리즈. 

주연배우가 쓴 책을 번역하게 된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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