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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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작가인 미나토 가나에 작품.

이야기의 끝이 없어서 제목이 그런가 했는데...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글쓰는 힘이 되는 상상력.

계속해서 쓰여지는 <하늘저편>의 뒷 이야기.

잔잔하게 여백이 느껴지는 이야기들.

여행, 훗카이도, 소설. 마쓰키류세이

나이, 성별,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의 끝들.

각기 다른 에미의 결말을 보면서 볼수록 ...나는?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적시에 읽는 소설은 내 인생에도 답을 주는구나.

딸램에게 권하고 싶어졌다.

도서관은 내게 늘 멋진 선물을 준다.

<하늘저편>

이야기를 들어주고 글을 쓰게 해주는 친구. 미치요.

에드가와 란포의 책을 빌려준 햄씨. 고이치로.

산골마을 라벤더 베이커리의 딸 나. 에미.

계속 에미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마쓰키류세이의 집 도우미로 있다가 새 사랑도 시작하고 출판 작가가 되었을까.

좌절을 맛보고 사라졌을까? 성공했지만 돌아왔을까.

뒷 이야기들을 읽을수록 더 복잡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여튼 상상에서 시작된 글을 쓰는 에미와 우정을 나눈 미치요. 멍한 시골 소녀를 알아본 햄씨 모두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연작들을 끝까지 읽을수록 작가가 이걸 맨 끝 이야기까지 모두 생각한 후에 얼개를 짜놓고 꼼꼼히 계획한 소설이구나. 소설 쓴다는게 그냥 머릿속의 이야기를 쏟아내기만 하는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는 대단하구나.

<과거로 미래로>

도모코와 모에. 바다위 배 해바라기에서 보는 일출.

도모코의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 도모코의 병. 임신. 류이치의 반응. 추억 남기기. 

모에의 여행.

아가야. 엄마는 살거야.

도모코가 상상하는 <하늘저편>의 끝은...

<꽃피는 언덕>

꿈과 결별하려고 꿈이 시작된 곳으로 여행간 나.

풍경사진작가 마에다  신조를 존경하는 다쿠마.

꿈을 접어두고 가업을 이어받아야 하는 다쿠마가 생각하는 에미의 이야기는.

외부적인 여건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하는. 가족의 이해를 얻지 못하는 거까지 에미의 상황과 겹치는 다쿠마의 상황. 다쿠마의 짐.

다쿠마의 결말을 읽다보니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대입된 결말을 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

그리고 자신의 답을 찾아낼 수도 있겠구나..

<와인딩 로드>

다케오와 아야. 

와인딩 로드가 자전거길 중 하나의 형태구나.

아야의 자전거 여행.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에게 직접 답례하는 것만이 보답은 아니야.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면 돼."

미우라아야코 .소노 아야코....깨알같네. 이름땜에 꿈.

다쿠마에게서 아야코에게 넘어간 <하늘저편>

아야코가 생각한 이야기의 끝.

<시간을 넘어>

가족을 위해 넓은 세상을 접어두었는데, 딸은...스무살 딸이 있는 중년 아저씨와 아야코의 만남.

딸의 독립문제로 갈등이 있었는데 ...

아이의 이야기에 성실히 귀 기울이기. 꿈을 방해하려고 하는게 아니라는 걸 이해시키기.

<하늘저편>을 읽고 자신의 답을 찾아내는구나.

이게 에미의 결말을 생각할 때 본인들의 상황이 녹아들 수 밖에 없으니까...

<호수 위의 불꽃놀이>

중년 여성. 성공?을 위해 열심히 살았고 현실적이었는데...혼자 남았다고 생각하흔...

이 소설은 이런 식으로 각자 자기의 입장과 인생에 따라 다른 결말을 생각해보는데 맛이 있는듯.

그 모든 결말이 일리가 있다.

결국 모든 인생은 옳다.

<거리의 불빛>

나이가 들어 대학시절 회상하는 것. 동창들이 모여 손주 사진보기...

누군가 했더니. 햄씨였어. 

은방울꽃 브로치가 등장하는... 진짜 이 작가가 맘에 쏙 들었다.

햄씨 이름이 사에키 고이치로 였구나.

고향에 등불을 켠다는 생각으로 돌아왔던 거구나. 

이 집 손녀가 도모코와 만났던 모에였어.

오랜 교직 생활을 했는데 손녀 모에가 등교거부를...

햄씨를 알아보는 이에게 <하늘저편>을 받는다.

<여로의 끝>

모에와 할머니 에미의 여행.

<하늘 저편>엔 나와 있지 않은 에미의 결말.

햄씨는 좋은 사람이었어. 납득할만한 결말이었고.

- 역자 후기. 순한 맛. 미나토 가나에?!

여태 쓴 작가의 작품들과는 다른 분위기인가 보다.

근데 자임새가 너무 탄탄해서 작가의 전작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마 작가의 경험이 묻어난 진짜 자신의 이야기였겠지. 작가가 되는 세월 동안 자신이 겪어본 시간들에서 나온.

나는 좋았다.

각자이면서 모두의 이야기인듯.

그리고 훗카이도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라벤더밭 뿐 아니라 사진관이며 하나하나 들러보고 싶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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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에는 되려나 균형 잡힌 마음 - 100세 정신과 의사 할머니의 마음 처방전
다카하시 사치에 지음, 정미애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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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0세 정신과 의사 할머니의 마음 처방전.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은 아닌데 어른다운 어른의 이야기.

가르치려 들지 않아도 배울게 있는.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모르지 않은 잔잔한 조언.

맞아. 그래가 절로 나온다.

100세에 꼰대같지 않음이 좋다.

이런 어른이 되어야지.

내게 맞는 균형찾기. 

나를 지키면서 타인에게 도움되기.

살살. 잘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한번씩 다시 읽을듯.


머릿말에 평소 '마음의 균형'을 파악해둬서 지나치게 고민하지 말고 마음을 평온한 상태로 유지하래.

<인생의 균형>

- 인생이란 자신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행

- 아름다운 것은 고통을 덜어준다.

-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결국 손해다. 

- 모든 불행은 남과 비교하면서 시작된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자꾸 비교하게 될 때는 손을 움직여보기. 

자신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해보기

- 집착이 지나치면 진짜 필요한 걸 놓친다.

중요한 목적은 지키고 나머진 시류에 따라가기?

- 내가 해야 할 일은 끝까지 해낸다는 각오

누구나 자신이 해야할 일이 있다.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괜찮다.

- 누구나 첫걸음이 두려울 뿐

처음 첫걸음만 내딛을 수 있으면

- 어두운 터널 안에서도 자신을 믿어라

- 부정적인 감정 다스리기

삶의 기쁨은 스스로 적극적으로 발견하는 것

'난 혼자가 아니다'라고 느낄 때 기쁨, 자연, 친구.

<생활의 균형>

- 낯선 것에 눈길을 돌려라.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가능한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낸다는 계획

고민이 있다는 건 고민할 만큼 시간이 많다는 의미.

관심거리나 하고 싶은 일의 범위 넓혀가기

- 취미의 발견

- 꿈은 마음껏 꾸자

입소자들을 과하게 보살피지 않는 양로원 세우는 꿈을 가지셨다네.

실현가능성은 제쳐두고 먼저 꿈 가지기

- 만사가 잘 풀리는 '아침의식'

늘 반복되는 단조로운 '틀', 생활의 리듬.

다 좋은 인생은 더 좋은 하루하루가 쌓여서 이뤄진다.

매일 일정하게 다니는 곳이 없다면 자신만의 규칙 정해 행동하기

-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많이 만들기

TV도 나이들어 혼자살 땐 좋은 친구. 나도 요즘 동의

- 외로울 때는 녹색 식물

- 대화만으로도 마음은 따뜻해진다.

사람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다른 사람과 대화해야 한다.

<건강의 균형>

- 병은 입에서 시작된다.

치아, 흡인성 폐렴 조심

- 먹는 즐거움이야말로 인생의 참맛

식단 짤때 극단적인 규칙 강요하지 말 것. 즐겁게 맛있게 먹는 것이 가장 좋은 건강법.

- 산들 바람을 느끼는 감각을 키워라

온습도 체크하며 살기

- 걷기 만큼 쉬운 건강법도 없다

무작정 걷기 힘들면 맛있는 걸 먹는다든지 자신의 취미와 목적지 연결지어 걷기.

나는 도서관 탐방?

- 잠이 안 올때는 억지로 잘 필요 없다.

잠을 못 자도 아침만큼은 밝게 맞이하기

- 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다

건망증은 구체적인 부분 잊어버리는 증상. 치매는 큰덩어리째 잊어버린다.

건망증 너무 심해 일상에 지장 주면 전문 진료 받기

생활패턴, 환경, 경제 상황 등에 따라 유연한 대응은 모든 질병에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 약은 의사의 처방을 믿는 것이 기본

- 평소에 병에 걸릴 때를 대비하라.

부상이나 질병이 새로운 깨달음 주는 경우도 있다.

- 혼자서 고민하기 때문에 병이 생긴다.

<인간관계의 균형>

- 나홀로는 피하라

균형잡힌 인간관계의 비결은 '넓고 얕게'

- 사이좋은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 가치관이 완전히 일치하는 사람은 없다

- 과묵한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이 더 사랑스러운 법

-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말하기와 듣기 사이의 적당한 균형 찾기

- 음치라도 좋으니 큰 목소리로 노래하라

주변에 이야기할 상대가 없는 사람에게 목소리 쓰는 방법으로 '노래하기' 추천

- 타인의 균형을 존중하라

타인의 균형에 간섭하지 않고 존중할 수 있다면 진짜 어른.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다.

- 거절하는 힘을 길러라

다른 사람이 날 의지하는 것과 내가 그 사람에게 휘둘리는 것은 다르다.

손에 쥔 패를 다 보여주는 건 바보같은 짓이다.

<사랑의 균형>

-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삶은 외로운 법

나이든 부모님에게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나의 경우는 나의 일상을 침범하고 조정하면서 힘들게하시지만...아마 아직 젊으신 듯

- 따뜻한 말 이외에는 금물

- 나이 들어가는 방식을 가꾸자.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누군가의 행복 바라기.

- 봉사하는 기쁨을 누려라.

회개?

-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마음은 전해지지 않는다

젊은 사람의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말과 행동으로 사랑 표현하기

- 갑작스러운 전화가 작별인사일 수 있다.

누군가 말을 걸면 성실하고 진지하게 대답하기.

후회하는 일 적어지게.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너무 아등바등 살지 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관대해지지 말기. 너무 참으면서 살지 말기.

남에게 지나치게 의지하지도 말기.

더 나은 방향으로 균형찾기. 균형 찾는 분별력이 어른의 능력.

자신에게 적절한 균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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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대단하지 않더라도 기꺼이 끝까지 걸어가기. 주저 없이 마침표를 찍은 후에는 다시 시작하기. 충실한 마음과 소박한 기쁨으로 제 삶을 일구어 가는 사람의 고백을 건넨다...  

p29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부 패거리에 들려는 욕망이 있다. 내부 패거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어느 집단에나 비밀스러운 토론이 있어야 하고, 폐쇄된 우정도 필요한 법이니까. 문제는, 그 패거리에 들지 못해서 버둥대는 우리의 모습이다.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아닌 저 너머의 내부패거리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태도는 스스로를 파괴한다. '내부 패거리'가 되는 게 아니라 '내부 패거리주의자'로 전락해 내부 패거리의 꽁무니만 좇는 사람이 되기 쉽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진정한 내부 패거리가 될 수 있을까? 순수한 마음으로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요한 집단 내부에 속하게 된다. 저명한 내부 패거리에 간신히 속하게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중심으로 새로운 내부 패거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에 순수하게 몰입할 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작은 무리. 그 안에서 천진난만하게 지내는 모습을 누군가 외부에서 관찰한다면, 나 역시도 단단한 패거리 안에서 안정을 누리는 사람으로 보인다.

 놀랍지 않은가? 내 앞에 놓인 일을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업무의 가치를 높이는 데 ㅈ비중하는 것.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이들과 솔직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작고 단단한 링을 만드는 것. 그 소중한 패거리와 진하게 위로를 나누며 기운을 충전하는 것. 그야말로 완벽한 '회사생활'혹은 '사회생활'인 것이다.

p45

 그렇다. 나는 나만의 볼륨으로, 나만의 사이즈로, 나만의 공간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다. 이걸로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 역시 따지고 보면 별게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다 비슷하고, 알면 알수록 별게 없다는 걸 깨달은 것도 크리스마스 때의 일이다. ...

p51

 맞닥뜨린 모든 일에서 의미를 구하고, 해석된 메시지를 가슴으로 껴안아 저장해 두는 INFJ. 바로 나다. 나는 주어진 상황의 앞면, 옆면, 뒷면에 적힌 내용은 물론이고, 행간에 숨겨진 암호까지 소화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쓴다. 한마디로 골치 아픈 삶이다. 쓸데없는 생각들이 밤새 꼬리를 물고 늘어질 때면, 스위치를 그듯이 잡념도 팍 꺼버리고 싶다.

 미치도록 지루한 어느 날에는, '아, 맞다!' 그때 하려고 했던 그 생각들 좀 꺼내서 해보자!'라며 머릿속 선바에 놓인 잡념 하나를 골라 든다. 귀퉁이를 접어 놨던 페이지를 촤라락 펼치면 지루할 틈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만히 앉아 멍 대리는 것 같지만, 나는 '못다 한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는 겨우가 많다.

p56

...내가 배운 대로만 키우면, 아이는 잘해야 나 정도로 클 뿐이다. 아이가 자신만의 트랙에서 더 멀리 더 높이 날려면 어느 시점부터는 내가 손을 놓아야 한다. ....

p77

 "네가 가진 노래를 부르려마. 난 미리 걱정하지 않는단다."

p85

 가능하다면 애틋한 누군가와 함께 차분한 겨울 여행을 해보기를 권한다. 먼 곳에서 가장 가까운 너와 나를 깊이 헤아려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서로의 방식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여행. 나에게 넘치는 것과 그에게서 가물어가는 것을 발견하며 우리가 지금 함께인 이유를 개닫는다면, 겨울 여행이 가진 미덕을 다 누린 셈이다. 삶은 디테일에, 사랑은 겨울 여행에 있다.

p94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에게 삶은 한낱 골칫덩어리에 불과하고

애처로운 사연만 헤아리는 사람은 눈물바다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겨울엔 최대한 반짝이는 눈으로 명장면을 꼽는다.

절묘했던 명장면이 넘쳐나는 한, 올해는 내게 작품으로 남을테니.

p109

...나이가 들어서 삶의 방식을 리노베이션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틈만 나면 늘어져서 배달 음식이나 시켜 놓고 유튜브를 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나만의 계절 스포츠와 계절 문학, 계절 음료를 즐기는 사람으로 바뀔 순 없는 노릇이다. 이것저것 잠깐씩 시도해볼 순 있겠지마, 10년, 20년 넘게 지속적으로 삶의 모양을 잡아 나가려면 엄청난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p114

 그렇다면 어른들에게 울음이란 더 이상 언어가 아닌 게다. 오히려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된는 치부에 가깝다. 방귀나 트림처럼 당연한 생리현상이지만 되도록이면 시치미를 떼야 하는 행동처럼. 그래서 우리의 울음은 멀리 퍼져나가지 못하고 오직 울고 있는 자신만이 보게 된다.

p118

...성공을 해도 내 결정 끝에 성공해야 기쁘고 망해도 내 선택을 따라 망해야 억울하지 않다는 것을.

p120

당신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어른이 된 자신을

다시 한 번 잘 키워보는 일과 동시에 일어난다.

아이와 나를 위해 하나씩 쌓아가는 계절 이야기.

p122

하지만 명심해야 할 성은, 이 세상 어딘가엔 우리만큼

겨울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다.

태어난 순간 이미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선물도 받지 못한 어린이들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산타가 되어야 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어야 한다.

어른이 된 네가, 누군가의 산타가 되는 일을 마땅히 여긴다면,

내가 성실히, 또 정성껏 겨울들을 지내온 보람이 있겠다.

p132

 ...어른들은 쌓아온 삶의 데이터 덕분인지,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다음에 펼쳐질 시나리오. 내일 일어날 일, 먼 미래에 생길지 모르는 사고들을 다 내다봅니다. 그래서 더 참을 수 있고, 더 준비할 수 있고, 더 기다릴 줄 압니다. 저도 이제 어른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아이가 어쩜 이렇게 내일 일을 모르고 눈 앞에 있는 것만 생각하는지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p135

 우리가 자녀에게 쉬이 하는 핀잔인 '하나만 알고 열은 모른다'는 말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도 들려주어야 할 조언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삶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나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은, 혹은 반대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났다고 느끼는 것은 하나만 알고 열은 모르기 때문입니다. 힘든 시간 끝에 무엇이 펼쳐질지, 불행의 구간을 지나면 어떤 삶이 시작될지 혹은 그토록 잘난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는 지금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 좋은 부모가 자녀를 일부러 나쁜 길로 인도하지 않듯, 삶이 이끄는 방향을 믿고 다르다 보면 감사할 날이 올 거라는 사실입니다. 나도 모르는 내 인생의 원대한 게획, 보이진 않아도 믿을 순 있습니다.

p138

...아이가 컸으면 하는 방향대로, 내가 지금을 살자. 이것이 내 사랑하는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강력한 유산이 될 테니까.

p146

The lines of my boundary have fallen in pleasant places.

즐거운 곳을 딸라 그어진 내 삶의 구분선.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갈등이나 불안은 나와 남의 삶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 그러니 괜히 남과 비교하고 상처받으며 스스로를 불안에 가둬서는 안 된다. 남의 불행을 보며 자신의 행복을 확인해서도 안 된다. 내 마음이 남의 삶으로 자꾸만 넘나들 때 떠올려야 하는 것이 바로 '구분선'이다.

p158

 문제는 겨울에만 목마름을 해소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거다. 속도를 완전히 멈추고 전원 플러그를 뽑아버린 다음에, 내가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는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 점검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겠지. 어떤 이유로든 멈춰 선다는 건 실패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p164

 '어른'이라는 인생 챕터로 들어서며 바뀐 것이 하나 있다. 과정의 힘을 믿게 된 것이다. 어렸을 땐 우주의 기운을 끌어 모아 한순간에 판을 엎어버리는 '인생 한 방'같은 에너지를 믿었다면, 이제는 하루치 노력을 꾸준히 더하면 일년씩 쌓은 힘을 신뢰한다. 덕분에 지금의 나는 '결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늘 어떤한 '과정 '중에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p166

 ...애초에 시간이라는 것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떼어다 버릴 수도 없다. 애써 '망한 셈 치고 잊어버린 시간'이라고 여길지 몰라도, 실은 '망한 셈 치고 잊어버렸다고 착각하며 허비한 시간'으로 차곡차곡 저장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산 시간의 총합이 나의 역사가 되고, 그것이 현재의 나 자신을 이룬다. 그러나 회사에서 보내는 여덟시간도 소중히 여기며 그 시간의 주인이 되려고 애써야 한다.

 p170

 시간이 가져다준 귀한 것들을 헤아려보며 지나온 과정의 힘을 아는 이들은 떠들썩하게 굴지 않는다. 삶의 과정을 손수 굴리며 생에 집중할 때, 비로소 사람은 존재감이 또렷해진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여기저기 떠도는 모습은 오히려 자신의 결핍을 드러낸다. 이 동네 저 동네 기웃거리며 반경 내에 나보다 나은 인물이 없음을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믿는 바를 한 겹 두 겹 성실히 쌓아가는 과정 그 자체로, 나 자신에게만 나를 증명해 보이면 되니까. 그 과묵한 신뢰가 누적되어 고도로 정제될 때 비로소 사람에게서 빛이 난다고 믿는다. 그 지경에 닿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내가 그 과정에 잇음을 나 자신에게 확언하고 또 확언한다. 지난 겨울들을 굴리고 굴려 올해의 겨울을 맞이했음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이 계절, 이 과정, 이 생에 집중하자. 조용히, 특유의 존재감으로.

p181

 ...도무지 언제부터 뿌리내린 건지 짐작하기 힘든, 이 깊고도 단단한 착실함으로 오늘도 한 칸씩 채워가는 모두에게 이 책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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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마침표 - 기꺼이 끝까지 걸어온 당신에게
박솔미 지음 / 북스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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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작가들에 혹해서 집어왔다.   

광고 기획쪽 일하면서 꾸준히 글 써온 작가.

다정하고 따뜻한 글들이네. 

겨울, 마침표가 좋다는 소소한 이야기들. 

왠지 일기쓰듯 읽히는 책. 읽으면서 내 일기를 쓴 기분.

 

<여는 말, 나는 마침표가 좋아>

 겨울, 마침표 느낌의 겨울이라...  

-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겨울방학

라디오 들으며 보내는 겨울방학 좋았겠다. 몸도 마음도 자라는 시간이었겠네.

내가 나를 무사히 성장하는데는 뭐가 있었을까. 책, 공상?

이 사람은 시간과 라디오였단다. 평화스럽네. 콩나물같이

- 드디어 늙는다는 기쁨

박솔미 그래프: 나이에 따라 받게 되는 타인의 너그러움 정도. U자형 나이가 매우 어리거나 많을수록 비교적 쉬이 주변의 인정을 받게 된단다.

20대 후반부터 50대 후반까지 빡세게 사는 구간이구나. 삶의 무게.

맞는 말인듯

- 왠지 겨울 바람이 부는 사람.

내 에너지를 쓰는 일은 내부 패거리에 들고 싶어 버둥거리는 사람은 학교나 직장이나 있지. 정치질?

일에 순수하게 몰입할 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작은 무리 회사에서 에너지는 일에 쓰고 나머지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집으로 가져오는 일. 현명하네.

- 불안해하기에도 늦은 계절

지각도 계절 겨울에 빗대볼 수 있구나. 화끈하게 체념? 계절은 도니까.

- 세상 돌아가는 모양이 이해가 될때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평범하게' 제목을 붙이기도 어려운 평안함

- 결산을 잘 내야 어른

삶에 의미를 찾을 때 필요한건 나의 능동적이 태도와 결단이다. 겨울에 연말결산. 

업무에서 셋, 가족들과 셋, 자신에게 셋. 아홉가지를 한 줄로 요약한 본인만의 결산. 제목 지어주기.

(누군가에게 굽실대며 그가 원하는 속도로 움직이는 건 그에게 조종당하는 것과 마찬가지. 더 태연하고 느긋하게 행동하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오히려 상대가 불안을 느낀다. 상황역전)

- 갈무리해 둔 명장면들

이 사람도 소소한 일상을 오롯이 누리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걸 알게 된 계기들이 있네.

삶은 규모가 아니라 디테일에 있단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곁에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캡처하고 편집하는 장면이 아니라, 오직 내 마음에 저장된 장면들이 나도 있겠지?!

그래도 페이스북의 과거의 오늘 사진들은 좋더라. 마음에 부듯함과 따뜻함이 차오르더라...

- 언 당을 일구는 하얀 소

<청춘의 문장들> 서문 읽어보고 싶어지네.

자수로 이 작가는 겨울 땅을 가는 하얀소란다. 아마 겨울에 태어난 경금 쯤 되나보다.

여튼 글을 쓰는 일이 업이라는 이 사람. 글을 일궈내는 기쁨이 생에 주어짐에 감사한단다.

- 입이 얼어붙은 이들에게 

말이 유독 없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 그런 사람들이 좋을 때가 있다.

이 사람처럼 겨울느낌인지 모르겠지만,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이 좋을 때가 있긴 하고.

타고난 과묵함을 애써 깨뜨리지 않고 굿리스너로 매김하는 것도 괜찮은 듯.

타고난 기질 그대로, 서로 보조를 맞추며 함게 잘 사는 것 좋다.

눈치보거나 평가당할 걱정없이 주체적으로 살라는 주문을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지.

모두가 자기가 가진 재주 이야기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역시 나부터.

- 마음을 보려면 겨울 여행을.

나도 여행에선 여행 중인 나 자신을 그냥 그끼는게 좋은 편. 

지금 있는 그곳을 아 좋다라고 느끼는 걸로 끝인 여름이건 겨울이건.

이 사람의 서로 다른 부부이야기.

어쩌면 다들 인지하지 않아도 이렇듯 다를 수도.

이 사람의 남편처럼 삶의 풍요가 자신의 기호와 취향을 정성껏 돌보는데서 올 수도 있겠구나.

결혼해서 상대방의 다름에 의문이나 반기를 들지 않고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이십년 지나니 나도 이제 좀 알겠긴 하다.

- 겨울엔 러브레터, 여름엔 라스트레터

 이 가족은 같은 영화를 같이 되풀이해서 보는 걸 즐기는구나.

라스트레터 내용이...가끔 그런 사람을 보긴 한다. 어릴 땐 대단한 무언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반백살이 되고 보니 어디서 무엇으로 살고 있건 난 존재 자체로 대단하다는 걸 느낀다.

근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손에 쥐지 못한 것. 도달하지 못한 곳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음에 놀라게 된다.

아주 사소한 진리,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

어떤 모습이든 어떤 장소든. 세상 모든 존재들은 대단하다.

시세이도 광고 문구.

인생의 정답은 여러 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마다의 길, 아름답게. 

세상 무슨 일이든, 하면 되고 안 하면 안된다. 자고로 주인공은 일단 하는 법이다.

- 원단이 좋은 우아한 겨울 코트

음 조성진이 연주하는 폴로네이즈 들어보고 싶어지네.

'늦어도 괜찮아 도착하면 돼'를 어렸을 땐 많이 되뇌였었다.

그게 이 사람이 말하는 지향점이려나 완벽한 겨울 코트의 단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실제로 소유할 수 없어도 온 마음으로 감각할 수 있는 우아한 지향점이 내게는 있는지 생각해봣다.

우아한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내게도 지향점이 있긴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아주 느린 걸음으로 여하튼 나는 가고 있다.

- 겨울 아침의 짙은 성실함

부모가 되고 나면 '잘 살고 있다는 감각'이 더 중요해진다는데 나도 동의.

개인의 문화와 역사가 쌓여 나다운 인생 완성된다는데도 동의.

대학생이 되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딸에게서 느낀다.

물론 타고난 기질도 있겠지만...그래서 나름 흐뭇해하는 중. 

음 난 아이에게 계절을 음식으로 남겼나...

나도 아이덕에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

어쩌면, 난 부모에 의해 체득된 것보다 만들어가는게 많을 수도....

아이 덕에 일기쓰기 습관을 들였다니. 대단하다.

- 울기 딱 좋은 날씨

우아하고 격조 높은 생활은 결국 넉넉한 체력에서 시작된다.

10초 버티라는 말에 눈물이 터질 수 있지.

생각해보니 나도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중반 정도까지 좀 그랬던듯 아이키우면서 책임은 늘어가고 체력은 떨어져가고 소모되어가는 내 자신이 느껴질 때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데 표도 안나는 것처럼 느껴지고 억울해서 버티는 내가 스스로 안쓰럽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의 내가 장하네...

바세린을 눈가에 바르고 자면 울고 자도 안 붓나보다 해봐야겠네.

- 계획보다 위대한 뒷수습

삼성, 애플, LG의 특성 인상깊네...

눈앞 이상을 보는 어른? 신이 우리를 보는 것도 우리가 아이를 보는 심정과 같을까...

삶이 이끄는 방향을 믿고 따르다 보면 감사한 날이 올거라는 믿음.

종교가 이를 수 있는 순기능인거 같다.

어쩌면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에 안정적인 자리?를 이룬 사람들이 많은 이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햇다.

- 그 겨울, 엄마의 드럼 콘서트

아이는 부모를 닮는다. 조심하자. 아이가 컸으면 하는 방향대로 살아보자. 일기. 건강.

드높아라. 무인도의 솔지, 솔미 엄마 멋있네.

- 두 언어를 다듬는 일

The lines of y boundary have fallen in pleasant place.

즐거운 곳을 따라 그어진 내 삶의 구분선.

나와 남의 삶을 구분하는 건 중요하네.

비교해서 상처받지도 우쭐하지도 말자. 요즘 같은 세상엔 어려운 일이지만 남의 삶에 기웃거리지 말고, 내 삶에 집중하자.

건강하게 별개임을 인식하자는데 완전 동의.

에린 핸슨의 시 애들한테 보여주고 싶네.

너는 너의 집이야.

- 겨울 잠을 자며 깊게 꿈꿀 자격

한국인에게 겨울은 마무리하는 시기. 저무는 때. 앞선 일을 정리하고 훗날을 대비하는 시간이란다.

어쩌면 나는 지금이 정리의 시간일수도 혼자만의 시간이 많고 여유있는 편. 중간점검의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

물론 처리해야할 일상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시간이 있다. 수면 시간만 어떻게 노력해서 체력을 보강하고 정리의 시간을 좀 가지자.

어디에 소속되거나 계약되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해 본적 없는데, 마침 그런 시간이었네.

바쁘게 달리기만 해서는 꿈을 꿀 수 없단다. 자면서 꿔야하는거니까?

현실적인 걸 생각하지 않으려면 실제로도 현실에서 벗어나야 하나보단다.

위대한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내 속도에 휩쓸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다가 쓰러질 수도 있으니까.

중간중간 자야할는 것일 수도.

- 지난 겨울ㄷㄹ이 모여, 올해의 겨울이

나이가 드니 의미없었던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지나가지만 그 지나간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된다.

늘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를...

내가 산 시간의 총합이 현재의 나, 내 시간에 주인의식을 갖자.

'나'라는 사업을 키워가는 사장의 마음.

나의 3년 뒤는 어떨러나. '조용히, 특유의 존재감으로'

- 에르메스 광고카피

'나잔신에게만 나를 증명해 보이면 된다'맞는 말이네

- 1년이 문장이라면, 마침표는 확신.

문장에 과하지 않은 살과 근육을 붙여야 좋은 문장.

우선 뼈대 만들고 살과 근육은 딱 한덩이만 추가하는 철칙 가지고 있단다.

글쓰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고 삶에도 적절한 길이의 문장들을 모아 좋은 삶을 완성하려면 간결하게 문장을 끝맺을 줄 알아야 한단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했을까?' 확신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를...

- 맺음말, 마침표는 마침내 시작점

당연히 겨울은 결승선이 아니겠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니까. 

근데 중간중간 쉬어갈 매듭이 있다는 건 좋은 거 같다.

이 사람처럼 구간을 정해놓는게 긴 인생을 지치지 않고 계속 열심히 살아내는 방법일수도 겨울이 산뜻하게 다음 문장으로 나아가기 전 마침표 같다는 비유 좋네.

마치는 지점이자 새로 시작하는 점.

- 더하는 말, 나의 영원한 쉼표에게

아이가 쉼표라네. 좋은 편지가 되겠다. 나도 아이에게 생의 온전한 쉼표가 되고 싶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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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1  

...우리가 매년 독감 백신 접종 운동을 벌이더라도 상당한 정도의 게절성 사망은 피할 수 없고, 세계적 팬데믹이 있을 때마다 고연령층의 생존은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자초한 위험, 즉 더 길어진 기대 수명을 향유하게 된 성공의 이면이다. 결국 가장 취약한 게층을 격리하고, 더 나은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죽음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p294

 또 다른 종류의 뻔한 소리는 위험 평가에도 적용된다. 우리는 자발적이고 익숙한 위험은 습관적으로 가소평가하는 반면, 비자발적이고 낯선 위험은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또 최근의 충격적 경험에서 기인하는 위험은 과대평가하고, 집단 기억과 제도적 기억에서 사라진 사건의 위험은 과소평가한다. 앞에서 이미 언급했든 세계적으로 약 10억 명이 생전에 세 번의 팬데믹을 겪었다. 그러나 코로나 19팬데믹이 덮쳤을 때 1918년의 사례를 압도적으로 자주 언급했다. 또 1950년대의 소아마비와 1980년대의 에이즈가 남긴 두려움은 광범위하게 기억하는 반면, 덜 치명적이었지만 시기적으로 가까웠던 세 번의 팬데믹은 거의 언급하지 않거나 피상적인 인상만을 남겼다.

 이런 기억상실의 이유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2009년 팬데믹은 계절성 독감과 대체로 구분되지 않았다...미국과 세계의 경제에 대한 통계자료에서도 20세기 후반기에 덮친 두 번의 팬데믹으로 장기적인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1968~1970년은 해외 항공 여행이 크게 확대되던 시기였다. 동체가 넓은 최초의 제트여객기 보잉 747이 처음 비행한 때가 1969년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시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내내 뉴스를 내보내며 사망자 수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케이블 방송이 없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한 터무니없는 주장, 온갖 음모론이 난무하는 인터넷도 없었다. 따라서 역사를 초월해 뉴스를 발작적으로 퍼뜨리는 수단도 없었다.

 ....10년에 한 번 혹은 한 세대나 한 세기에 한 번 발발하는 바이러스성 팬데믹처럼 파급력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은 위험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대비되어 있지 않았다...

p324

 ...스웨덴의 화학자로 일찍이 노벨상을 수상한 스반테아레니우스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배 증가하면서 지구 표면 온도 또한 상승했다는 계산 결과를 처음 내놓았다. 아레니우스는 그 논문에서, 지그온난화가 열대지방에서 가장 적게, 극지방에서 가장 크게 느껴질 테고, 밤과 낮 사이의 온도 차이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두가지 결론은 모두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요즘은 북극이 과거보다 더 빨리 더워진다. 반사되는 방사선의 양이 급격히 줄어 눈과 얼음이 녹고, 그 결과 온난화가 더 빨리 진행되는 것이라는 지극히 간단한 설명은, 기후 시스템에서 구름과 수증기 그리고 에너지가 극지방으로 이동하는 방법까지 아우르는 복잡한 과정의 일부에 불과하다. 밤 기온이 낮 기온의 평균보다 더 빨리 상승하는 주된 이유는, 경계층(지상 바로 위의 대기)이 낮 동안에는 수 킬로미터에 달하지만 밤에는 수백 미터로 무척 얇아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밤이 온난화에 더 민감하다.

p326

 지금가지 탈탄소화에서 효과적이고 상당한 결실을 거둔 것은 분명한 몸표를 세우고 계획적으로 추진한 정책 덕분만은 아니다. 오히려 탈탄소화의 성과는 과학기술의 전반적 발전(한층 높아진 에너지 전환율, 더 늘어난 원자력발전과 수력발전, 줄어든 폐기물 처리와 상품 제조 과정), 생산과 관리 방식의 전환(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 에너지를 덜 사용하면서도 더 일반화한 재활용) 에 따른 부산물이었다. 애초에 그런 전환의 시작과 추진은 온실가스 배출을 시도하려는 시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게다가 앞에서 지적했듯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풍력 터빈으로 전기를 생산하려는 근래의 탈탄소 움직임은 중국과 아시아의 다른 곳에서 온실 가스 배출이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완전히 무색해졌다.

p349

 ...그들은 임읮거으로 설정한 목표(2030년이나 2050년까지 탄소 제로)로 시작하며,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가정하는 식이다. 실질적인 사회. 경제적 요구와 기술적 역량에는 거의, 아니 전혀 관심이 없다.

 따라서 현실은 양쪽 모두에서 압박을 받는다. 탄소에 의존하는 활동의 전체 규모와 비용 및 기술적 과정을 고려할 때 그 모든 것을 수십 년 내에 완전히 사용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원자재와 에너지 수요의 규모와 비용이 엄청나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직접적인 이산화탄소 포집을 신속한 탈탄소화의 결정적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비현실적이고 임의적인 목표를 과시하듯 내세우지 않고도 우리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컴퓨터로 계산한 학문적 연구에서는 주된 업적이 0이나 5로 끝나는 해에 이루어지지만, 실제 역사는 그렇게 전개되지 않는다. 중단과 역전, 예측할 수 없는 일탈 등으로 가득하다. 석탄에 의존하던 전기 발전을 천연가스(메탄올 누출하지 않으면서 채굴하고 운송하면 석탄보다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나 풍력과 태양광을 통한 발전으로 대체하는 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척시킬 수 있다. 또 SUV를 멀리하고 전기 자동차의 채택률을 높일 수도 있다. 지금도 건축 현장과 가정, 기업의 에너지 사용에는 비효율적인 면이 많으므로 그런 부분을 찾아 줄이거나 없애면 상당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100억 톤 이상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그 에너지를 17테너와트 이상으로 전환하는 복잡한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누군가의 결정에 따라, 한 세기 동안 꾸준히 상승하던 세계 소비 곡선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급격히 떨어진다는 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p359

 사회의 진화는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궤적의 급작스러운 변동,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받고, 유의미한 변화를 시행하려는 우리의 능력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런 현실은 본질적으로 복잡해서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파악할 수 없는 생물권의 순환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숲이 탄소를 흡수하는 동시에 발생시키는 것처럼 자연 과정에는 모순되는 면이 적지 않아, 우리가 2030년이나 2050년에 화석연료 소비, 탈탄소화 속도, 환경 상황 등에서 어디쯤에 잇을지 자산 있게 말할 수 없다.

 특히 여전히 의심쩍은 부분은 중대한 문제에 실질적으로 대처하는 데 필요한 '집단 결의'이다. 환경문제에는 세계 모두의 집단 결의가 필요하다. 해결책, 조정방향, 적응 방안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부유한 국가들은 일인당 평균 에너지 사용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고, 그렇게 하더라도 삶의 질을 안락하게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삼중 유리부터 내구성이 더 뛰어난 자동차 설계까지 단순한 기술적 해결책이 널리 확산하면, 상당한 누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세계 육류 소비의 구성에 변화를 주면, 식량 공급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미래의 저탄소 '혁명'을 지겹도록 떠벌리면서도 이에 대한 처방은 없고, 있더라도 우선순위에서 저 아래에 있다. 아직 가능하지도 않은 대규모 전기 저장, 비현실적인 대규모 탄소 포집과 영구적인 지하 저장에 의존하는 '혁명'을 노래할 뿐이다. 이런 과장된 예측에 새로운 것은 전혀 없다.

p370

...연필과 종이로만 계산하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예측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복잡한 시나리오로 옮겨가면, 필요한 계산을 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기가 더 쉬워지지만, 가정을 세워야 하는 필연적 위험을 없애지는 못한다.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경제. 사회. 기술. 환경과 관련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을 결합하기 위해 모형이 더 복잡해지면, 더 많은 가정이 필ㅇ하고, 따라서 더 큰 실수를 범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p378

 ...복잡한 시스템에 내재한 관성의 예측할 수 없는 상호작용에 근거한 결론, 필연적이지는 한지만 무척 개연성 높은 결론일 뿐이다. 그 복잡한 시스템의 한쪽 끝에는 장기적으로 항상 내재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있고, 반대편에는 기술적 요인(가전제품의 등장, 전기 저장 분야의 획기적 돌파구)이나 사회적 요인 (소련의 붕괴, 더욱 독해진 팬데믹)으로 인한 급작스러운 단절과 중단이 있다. 여하튼 요즘 들어 에측하기가 더 어려워진 이유는 중대한 변화가 엄청난 규모로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p382

 대규모 의존 관계의 필연적인 관성은 궁극적으로는 극복할 수 있다. 1920년 이전에는 미국 농지의 4분의 1이 말과 노새에게 먹일 사료를 재배하는 데 할애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라. 그러나 급격한 전환과 관련한 과거의 많은 사례는, 어떤 성과를 거두기에 적합한 기간을 짐작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빨랐던 데는 이유가 있다. 전환 규모가 비교적 작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기술 수단이 과거에 비해 많은 점에서 우월하지만, 새로운 전환(탈탄소화)을 향한 속도는 전통적인 생물 연료가 화석연료로 대체되던 속도보다 느리다.

p188

 ...일반적인 통설과 달리, 세계화 과정은 새로운 게 아니다. '노동의 차익 거래', 즉 임금이 낮은 국가로 공장을 옮기는 행위는 세계화의 여러 동인 중 하나일 뿐이다. 세계화가 미래에 반드시 확대 및 강화되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 세계화에 대한 가장 큰 착각이라면, 세계화가 사회.경제적 진화에 의해 미리 예정된 역사의 필연이란 생각일지 모르겟다. 그렇지 않다.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말했듯 세계화는 "자연에서 바람이나 물과 같은 힘"이 아니다. 세계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생각일 뿐이다. 여러 면에서 세계화가 지나치게 확산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요즘 점점 힘을 얻고 있다.

p383

 전자화한 새로운 세계에서는 모든 게 훨씬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을 귀가 따갑도록 듣지만, 이는 크게 잘못된 얘기이다. 이런 결론 뒤에는 범주 오류가 있기 십상이다. 정보와 접속이 더 빨라지고, 새로운 개인 장치의 채택도 더 빨라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실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휴대폰이라는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충분한 물 공급을 확보하고, 작물을 충분히 재배 및 가공하고, 가축을 먹이며 도살하고, 엄청난 양의 일차에너지를 생산해 전화하고, 원자재를 채굴해 적절한 용도로 변형해야 한다. 그 규모는 수십억 명에 달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출 수 있어야 하고, 기반시설은 대체 불가능한 것들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은 소셜 미디어의 프로필을 새로 작성하고, 더 값비싼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행위와는 확연히 다른 범주에 속한다.

 게다가 이 새로운 발전을 가능하게 해주는 많은 기술은 거의 낯선 게 아니다....

p390

 관례의 반복은 망각만큼 중요하다. 새로운 시작과 대담한 출발이라는 약속이 등장하지만, 곧 과거의 패턴과 접근법이 되풀이되며 또다시 실패할 환경이 조성된다. 이 말이 의심스러우면 2007~2008년 금융 위기가 진행되던 동안, 또 그 직후의 정서를 점검해보라. 금융 질서가 거의 붕괴했는데, 그 사건에 책임진 사람이 있었던가? 막대한 신규 자금 투입 이외에 의심쩍은 관행을 개혁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근본적 조치가 있었던가?

p392

 간혹 중대한 사건에서 우리가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데 성공했던 것은 통찰력 있게 미래를 내다보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로 결정해 단호히 추진한 덕분이다.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해 소아마비를 근절한 사레부터 더 믿음직한 비행기를 제작하는 동시에 더 나은 항공관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상업용 비행의 위험을 낮춘 사례까지, 똑 적절한 식품 가공에 냉장 기술과 개인위생 향상이 더해지며 식품 병원균 감염을 낮춘 사례부터 화학요법과 줄기세포 이식을 통해 소아 백혈병의 생존율을 높인 사례까지, 자랑스러운 사례를 얼마든지 나열할 수 있다...거듭 말하지만, 실패를 예방하는 우리 능력이 일괄적으로 나아졌다는 명백한 징휴는 어디에도 없다.

p398

 최근의 팬데믹을 통해 다시 깨달았듯 점점 커져가는 세계적 문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기본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원칙을 세우고 따르기가 무척 어렵다는 걸 우리는 이번 팬데믹을 통해 다시금 알게 되었다. 한 국가에서도 대책에 일관성이 없고, 국제적 공조도 손발이 맞지 않았다. 위기를 겪는 동안 드러난 결함에서, 우리가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세우고 관리하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실이 명백히 증명되었고, 그에 따라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쯤에서 이 책의 독자들은 기본적인 것에는 식량과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이 반드시 포함되며, 그 모든 것을 환경에 가급적 적은 영향을 주며 공급해야 함을 깨달았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미래의 지구온난화 정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단계들을 현실적으로 평가하며 수행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을 것이다. 어렵고 벅찬 전망이고, 성공할 거라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고 실패하리라 지레 겁먹을 것도 없다.

 먼 미래에 대해 불가지론자가 된다는 것은 정직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는 우리 인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전 지구적 문제에 겸손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 전진과 후퇴 및 실패가 앞으로도 우리 진화의 일부일 것이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도 궁극적인 성공이 보장되지 않으며, 어떤 종류의 특이점에도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축적된 지혜를 끈기 있고 단호하게 사용하는 한, 때 이른 종말은 없을 것이다. 미래는 우리가 이루어내는 성취와 실패로부터 결정될 것이다. 우리가 똑똑해지고 운까지 좋아 미래의 모습과 특징을 부분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 세대 후조차 여전히 전체 모습은 오리무중이다.

p402

 과거와 현재, 불확실한 미래를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게 우리 앞에 펼쳐질 불가지의 시간에 접근하는 최고의 지름길이다. 우리가 미래를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진보와 후퇴, 극복할 수 없을 듯한 어려움과 기적에 가까운 발전이 뒤섞인 미래가 가장 그럴듯한 전망이라는 건 알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래도 이미 결정된 게 아니다. 미래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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