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032  

 계획이 있는 건 여전히 대체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신중히 짠 계획이 날 비웃자, 난 그 계획을 꽉 붙들기보다는 새로운 계획을 만들었다. 그 새로운 계획이 당장 합리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어도 말이다. 나는 맹목적으로 다른 방법을 시도한 덕에 내게 더 잘 맞는 길을 찾았다. 그러니 당신의 계획이 최후의 승리자가 될 때까지 손놓고 있지 말자. 계획이 당신을 비웃더라도 아랑곳없이 마지막에 웃는 이가 되자. 그리고 계획이 당신을 비웃는다면 당신도 똑같이 비웃어주자.

 사람들은 언제나 내가 어떻게 배우가 됐는지 묻는다. 좋은 소식이자 나쁜 소식을 한 가지 말해주자면, 방법은 하나만 있는게 아니다. 공짜로 일 년을 얻었다고 생각한 것도, 이득이라고 여겼던 그 시간을 바텐더로서 보낸 것도 환상이었을 뿐이라고 말이다. 진짜 인생에 빨리 감기 같은 건 없다.....어떨 때는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도시로 향하는 비행기를 탄 덕에 앞서간다며 좋아했던 1등 팀이 다음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영업 시작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때도 있다. 그러다 다른 팀에게 따라잡히는 바람에 저녁에 다시 한번 경쟁을 벌여야 하기도 한다....하지만 인생에서라면...괜찮지 않냐? 빨리 감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나는 차라리 빨간 라디오색 녹음기의 되감기 버튼을 계속해서 누르겠다. 그리고 주디 갈런드가 출연한 모든 뮤지컬의 모든 노래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울 수 있는 괴짜가 되겠다.

p065

 유감스럽지만 내 경험으로 볼 때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에는 왕도가 없다.

; 다이어트!

p073

 외모를 가꾸는 건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저 선택권이 우리 대다수에게 접근권이 있는 더 단순한 것에 한정돼 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뿐이다. 예를 들어 물 더 많이 마시기라든지, 조깅하기라든지, 더 예쁜 색깔의 립스틱 찾기 같은 거 말이다. 목주름을 올려 펴주기 위해 귀를 잘랐다가 다시 붙이는 것(이게 정확한 의학 용어는 아니겠지만) 따위가 더 젊어 보이기 위한 선택으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유감스럽다. 그런 것에 대한 혐오감이 배우로서의 일을 견디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이 혼란스럽기는 하다.....나는 이런 방법이 아예 없었으면 싶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 공평한 경기장에 서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하지만 그건 사람은 누구나 기본으로 여든다섯까지는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내 믿음만큼이나 헛된 바람이다. 스스로의 건강을 가장 잘 돌보는 사람은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오래 살 것이고, 파티하러 다니거나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은 포인트가 깎여 수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지금처럼 '대로 애연가라도 아흔가지 살 수 있고, 마라톤 러너라도 마흔다섯에 급사할 수 있'는 무작위적인 시스템보다 더 공평하지 않은가. 애석하다.

p123

 혼자든 누군가를 통해서든 필요한 줄 몰랐던 무언가를 새로 알게 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일단 여러 겹 껴입고 더워지면 벗는 것이, 추워지고 나서야 껴입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사실도 배웠다. 추위에 노출된 후에는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p124

 왜냐하면 솔로여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당신 역시 솔로여도 괜찮다. 행복한 커플 나라로 갈 준 비가 다 되었는데도 그곳으로 갈 기차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 때면 힘들기는 하겠지만, 내 꿈과 희망에 대해 들을 때면 내 친구 올리버 플랫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렇게 될 거야. 반드시 네가 바라는 시기에 그러지는 않을 뿐이지."

 이 말은 다양한 방식으로 내게 도움을 줬다. 누군가를 만나기를 바랄 때뿐 아니라 더 나은 일을 찾고 있을 때나 암울한 시기를 극복할 만한 계기를 찾고 있을 때도 말이다....

 무엇을 추구하든 그 일이 정확히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수중의 모든 걸 투자하더라도 곧바로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언젠가 조만간 기차는 온다. 사실 이미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당신이 알아채지 못한 것일 뿐.

p135

...개그는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에 더 많이 녹아 있기 마련이고, 실패담이야말로 더욱 많은 공감을 살 수 있는 법이다. 파티에서 사람들이 최악으로 꼽은 직장 일화는 가장 자랑스러운 무용담이기도 했다. 뭔가를 잘해내는 것도 성취이기는 하지만, 정말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잘해내는 것이 훨씬 더 큰 업적일지도 모른다.

p153

"그냥 쉬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거죠."

P165

 결국 나는 적어도 처음 시작할 때는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끝맺음을 짓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배웠다. 내 글이 썩 훌륭하지는 않다는 내 머릿속 목소리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저 그런 목소리가 들려도 멈추지 않았을 뿐이다. 자기 의심에 대항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은 무시하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거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나는 하루에 천 단어씩 쓰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목표를 달성할 때도 있었고, 못할 때도 있었다. 정해진 루틴이랄 것은 없었다. 촬영 중간중간에, 부엌 테이블에서, 비행기에서 글을 썼다. 내 과정은 삐뚤빼뚤했고 자주 혼란스러웠다. 안 풀리는 장면이나 자꾸 엉키는 플롯을 마주할 때면 그 부분을 꿁은 글씨로 표시해두고 나중에 다시 돌아가 작업했다.....

P171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직면해야 했던 두 개의 가장 큰 기회 중 하나가 권력이 있고 성공한 다른 여성의 손을 통해 주어졌다는 사실을 나는 잊지 않았다. 나 또한 만약 테리와 같은 위치에 있게 된다면 '누가 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이요'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나를 붙잡아두고 있는 벽을 먼저 깨부숴야 한다. 의심은 무시하도록 하자. 의심으 내 편이 아니다. 그저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P191

 ...몸에 문신을 새겨보고, 그로 인한 찰나의 스릴을 경험하고, 수년을 문신한 몸으로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잠에서 깼는데 내가 왜 문신을 한 걸까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기까지의 그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거친 것 같았다.

 가끔은 무언가를 해보는 상상 자체가 가장 재미있다. 하지만 막상 정말로 하고 나면 기분이 상할 때가 있다. 또다시 다른 스릴을 찾아 헤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진실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충동적인 생각이 들어도 가끔은 행동에 옮기지 않아야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 '왜 새벽 두시에 그 남자한테 snl에서 봤던 웃긴 얘기를 문자로 보냈어야만 했나'하고 후회하는 고통을 피할 수 있다. 그 남자와 사귀고 싶은 것도 아니고, 와인도 겨우 한 잔밖에 안 마셨는데 말이다. 아니 두 잔이었나? 이러나 저러나 그 남자도 어차피 아직 안 자고 있었을 거다! 잭슨 할머니 가라사대,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한 번 더 고민해보도록 하자.

 나는 깨달았다. 문신 이야기는 인생이 목표가 아니라 여정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려준 대표적인 사례였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한 타투를 엉덩이에 잔뜩 새기고 목표에만 집착하는 사람으로 전락하지 않아서 마음이 놓였다.

P193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책을 읽을 때나 심지어는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때의 표정과도 사뭇 다르다. 내 표정도 그런데, 문득 휴대폰 와면을 바라보던 내 얼굴이 거울에 비칠 때면 소름이 돋곤 한다. 마치 골롬이 절대 반지를 물에 빠뜨리기 직전의 표정 같아서 말이다.

P256

...내가 처음 생각했던 구상만이 최고이자 유일한 해답이라는 생각에 매달리지 않도록 말이다.


;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피식피식 웃으면서도 뼈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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