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
마르크 함싱크 지음, 이수영 옮김 / 문이당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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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충신』이라는 책 ㅡ. 이 책의 띠지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사도세자는 뒤주에서 죽지 않았다!’라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실-사실이라고 믿었던-들에 의한다면 충분히 관심이 가는 문구이다. 지금까지 역사 흐름에 따라 사도세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갔고, 그것이 더 발전해서 점차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되고 다양한 시선으로 정리되어졌다. 너무나 다양한 시선이 많았기에 그냥 그런 흔한(?!) 새로운 의혹의 제기정도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저자의 이름, 「마르크 함싱크」ㅡ. 분명 우리 역사 소설인데 저자가 외국인이다. ‘도대체 뭐야?!’라는 생각과 함께 띠지에서 살짝 전해오던 끌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관심이 불끈불끈 생겨났다 ㅡ. ‘오호~ 이거 재미있겠는데?!’ㅡ. 



 저자 「마르크 함싱크」는 벨기에인 이다 ㅡ. 한국에서 출생했지만, 7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것이라 한다. 한국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그와 한국은 또 이런 식의 쉽사리 끊어지지 않는 인연-혹은 필연-의 고리가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13개 국어에 능통하다지만, 한국어는 알지도 못함에도 그가 이런 책을 썼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게 다가온다. 그가 일로 인해 우연히 만난 《진암집》이라는 책을 통해 이 이야기를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 영의정을 지냈고, 불천위에 봉해졌던 「진암 이천보」의 이야기들에 의혹을 품게 된다. 그가 마지막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록과 정사인 실록에서는 천수를 누리고 조용히 병사했다는 대조적인 기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당시 좌의정 이후, 우의정 민백상도 함께 자살을 했다는 사실은 그의 의혹에 더 큰 불을 지피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궁금증으로 하나하나 자료를 모으고, 그의 상상이 더해져 나온 것이 『충신』이다 ㅡ.

『충신』은 영조 말, 사도세자의 병세에 대한 삼정승-진암 이천보, 좌의정 이후, 우의정 민백상-의 걱정에서 시작한다. 그 병과 관련된 궁궐 내의원 중 한 명이 의문의 살인을 당하게 되고, 이천보의 양아들 이문원과 그의 친구인 서영우, 조일천이 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삼정승의 자살, 사도세자의 죽음 등등의 의문의 이야기들 ㅡ. 단순한 의혹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이 단순한 상상에 의해 이야기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자의 병을 의학적인 차원에서 보다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한다. 저자가 외국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의-어쩌면 우리보다 더 조선 시대의 사람 같은- 지식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곳곳에 아쉬운 부분이 살짝 보이기는 하지만, 굳이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쉬운 것이고 ㅡ. 이야기의 시작과 그 과정들이 전혀 다른 시각이라는 사실-외국인이기에 어쩌면 더 새로운 각도로 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과 역사에 대한 재미있는 소설적 요소가 잘 섞여 멋진 역사소설로 탄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ㅡ. 

 

정말 역사란, 해석하기-또는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렇게 보면 과연 우리는 역사적 ‘진실’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과연 진실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한 번 의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의혹들만 떠오르기 마련인 것 같다 ㅡ. 『충신』또한 의혹에서 시작해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났다. 전문 작가도 아닌 사람이, 그것도 외국인이 이렇게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써냈다는 사실과 이 책의 인세 전액을 한국의 수녀원에 기부한다고 한다는 사실까지 더해져서 마르크 함싱크, 그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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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이슨, 빛의 도시를 건설하다 - 미국을 움직이는 힘, 프리메이슨과 워싱턴 DC 건설의 비밀
크리스토퍼 호답 지음, 윤성원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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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정말 음모론을 잘 나타내는 한 마디가 아닌가 생각된다. 세상에는 내가 알고 있는 것 그 이상으로-그것도 훨씬- 모르는 것들이 존재한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세상에 보다 쉽게 순응하며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살아간다면 얼마나 심심할까?! 그런 심심함을 타파하고자하는 생각이 있다보니 나 역시도 음모론을 좋아한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는 나의 글 실력이나 생각이 부족하니 대충 넘어가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까 ㅡ. 어쨌든 음모론 이라는 것이 재미가 있음은 틀림이 없다. 조금 다른 각도로 바라본다면 당장 눈앞에 놓인 증거들을 두고 논리적으로 판단을 하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올 때, 그래서 ‘내가 모르는 뭔가’를 동원해서라도 그런 결과를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을 때, 나름대로 삶의 위안을 주고 거기에 더해 흥미를 전해주는 것이 음모론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래저래 생각해 봐도 나로서는 명확한 이유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 ㅡ. 그 이유는 각자의 몫으로 돌리고..

우리는 정말 많은 음모론 속에서 놓여있다. 그 음모론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음모론이 등장하기도 하고, 소리 없이 사라져 가기도 한다. 최근에 등장(?)했던 신종플루 음모론이나 911테러 음모론도 있었고, 박정희대통령 암살 CIA개입설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음모론이 있다. 또한 음모론에 더해 세계적으로 그와 관련 있는 단체들로 템플 기사단이나 일루미나티 등을 꼽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 「프리메이슨」을 놓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ㅡ. 영화 《내셔널트레져》에서도 미 독립선언문과 화폐에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프리메이슨과 연관이 있다고 말하고 있고,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이은 《로스트 심벌》에서도 프리메이슨의 세상지배음모론을 다루고 있다. 그렇게 음모론과 단체들이 영화나 소설과 만나게 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가 된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그렇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떨까?! 당신은 음모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해서, 프리메이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권력을 쥐고 세계를 지배하려는 비밀 조식, 혹은 사탄을 숭배하는 비밀 집단 정도로 생각하는가!? 대립되는 상황에서의 판단은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지 보다 확실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음모론만 들어왔다면 이제는 또 다른 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프리메이슨, 빛의 도시를 건설하다』에는 ‘미국을 움직이는 힘, 프리메이슨과 워싱턴 DC 건설의 비밀’이라는 부제도 있다. 글자 그대로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워싱턴 DC를 건설했다고 하는 프리메이슨이 되는 것이고 ㅡ. 프리메이슨이 그동안 비밀스러운 조직이라서, 그에 대한 오해들로 인해 과장되고 허황된 이야기들이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받았던 오해들을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보다 참된 프리메이슨의 모습을 알리고자 한다. 좀더 간단히 말하자면, 『프리메이슨, 빛의 도시를 건설하다』는 프리메이슨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비밀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허황된 이야기들이 아니라 보다 진실에 가까운, 빛을 쫓는 그들에 관한 참된 비밀이다 ㅡ. 저자가 프리메이슨 라이트 메이슨 지부에 가입하고 활동했기에 근거 없이 떠도는 많이 이야기들 보다는 조금은 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일단 책은 미국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다. 그들의 기원-여러 가지 설이 있다-에서 부터, 미국이 독립되기까지의 과정들, 그리고 그 이후의 많은 상황들, 그 속에 함께 놓여있는 프리메이슨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고는 워싱턴 DC에 숨겨져 있다고 하는 많은 것들을 찾아 하나하나, 조목조목 이야기를 해나간다. 그렇게 저자는 책을 통해 진실과 거짓을 하나씩 구분지어 간다. 뜬금없지만, 그 진실과 거짓의 구별을 댄 브라운의 《로스트 심벌》에 적용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ㅡ. 

  

자기 자신, 소속 지역과 그 지역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를 흘릴 목적으로 이 칼을 뽑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에는 언제든지 이 칼을 뽑아들어야 하며,
이를 포기할 바에는 차라리 이 칼로 목숨을 끊는 것이 낫다. - P256

앞에서도 살짝 언급 했지만, 음모론은 나를 항상 흥미롭게 만든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지금 이 시간에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자체가 무서우면서도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물론 그 흥미라는 것도 음모가 나를 비켜가야지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 음모론이 진실인가 거짓인가의 구별은 쉽지도 않을뿐더러 지금 해봤자 큰 의미는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미가 있으면 재미가 있는 대로, 그로인해 사회적 문제를 도출할 수 있으면 또 그 나름대로의 장점을 활용하여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되느냐는 것이 아닐까?! 난 프리메이슨에 관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무엇보다 그들의">프리메이슨의 기본이념인 진리, 명예, 신념, 희망, 자비 말이다 ㅡ. 발췌한 글은 프리메이슨의 회원 중 한명으로 알려진 조지 워싱턴의 유언장 중 일부분이다 ㅡ. 프리메이슨의 기본이념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 바로 워싱턴의 유언이다 ㅡ.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쫓는 이념을 실천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또 다른 이에게 전하는 모습 ㅡ. 그와 같이 그런 이념을 가진 자들이 지금까지의 미국을 움직였고, 결국에는 우리에게 다가 올 온 세상, 빛의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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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작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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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치여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각 종 스포츠 명승부 명장면을 검색해보라!! 정말 가슴 뭉클하고 심지어 눈물이 앞을 가릴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 때가 있고, 때로는 스포츠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을 때가 있다. 제아무리 드라마 작가라고 해도 우리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경기를 쓰기는 힘들 것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의 우리나라의 성과가 그랬고, WBC에서 숙적 일본에 역전 드라마를 펼칠 때 그랬다. 그렇게 스포츠는 많은 감동을 주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큰 웃음을 주기도 한다. 「오쿠다 히데오」식으로 하면 말이다 ㅡ.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오쿠다 히데오」가 《모노 매거진》이라는 잡지에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연재했던 스포츠에 관련 에세이를 모은 책이라고 한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그의 데뷔-그의 데뷔작이 1997년 소설 《우람바나의 숲》이다- 즈음 까지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가 전문 작가로의 명성을 얻기 전의 글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봤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뭔가 투박한 듯 한 느낌이 살짝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유머와 재치는 그때부터-혹은 그 이전부터- 고이 간직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의 유머와 재치가 -명성을 얻기 전이라서 조금은 무책임하게도 느껴질 수 있을 정도의- 독설과 잘 버무려져 있는 것이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이다 ㅡ.

그럼 몇 가지만 살짝 맛을 볼까?! 개인적으로 난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야구를 좋아한다. round 10의 「고교야구와 콜드게임 패배의 청춘」에서는 신문을 통해 야구 점수를 확인하는 깊은 맛을 이야기한다. 스코어의 변동에 따라 선수들의 기분을 상상하고,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게서 찬란한 미래를 찾아낸다. round11의 「1번 타자의 자질과 학교 출석부 순서」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임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오쿠다의 힘을 보여준다. 학교 출석부 맨 위에 위치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제일 먼저 하는데 익숙해져 있기에 야구에서 1번 타자로 적합하다는 논리이다. 얼핏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생각을 해보면 -일본의 예와 달리, 한국 프로야구의 1번 타자 이종욱, 이용규, 정근우, 김주찬 등등을 떠올려보면-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 것 자체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 외에도 오쿠다만의 재치와 유머가 돋보이는 일본만의 애매한 판정승, 마라톤 중계와 높은 TV시청률의 관계, 곤혹스러운 이름들, 엉뚱한 철봉의 유혹 등 다양한 소재에 다양한 생각들이 당신의 뒤통수를 후려칠 것이다 ㅡ.
 

 

항상 -전에도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누군가 내게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오쿠다 히데오」ㅡ. 한 때, 베스트셀러라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던, 실제로도 많은 이들이 봤던 《공중그네》를 그 당시에는 보지 않았다. ‘뭐, 베스트셀러라고 해봤자 별거 있겠어?!’라는 생각과 왠지 남들과는 다르고(?!) 싶다는 생각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머리를 하러 갔다가 시간을 때울 거리를 찾는데 《공중그네》가 눈에 띄었고,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것도 키득키득 거리면서 ㅡ. 그리고 그 즐거움은 《면장선거》, 《인더풀》, 《오 해피데이》로 이어졌다. 그리고 만나는 작품마다 하나씩 추가되어간다. 삶이 꿉꿉하고 지루하기만 한가!? 그렇다면 오쿠다 히데오를 만나라 ㅡ. 그리고 그가 전해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라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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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쇼 -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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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는 너무나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들로 가득하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며, 무작위적이지 않은 자연 선택에 의한 결과다.
이것은 진화가 펼쳐낸 지상 최대의 쇼이다.


책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적혀있는 문구이다 ㅡ.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들이 우리 주위를 가득 둘러싸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들이 진화로 인한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진화가 펼쳐낸 ‘지상 최대의 쇼’라니?! 내가 무지한 것인가?!나는 그저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립(?!) 속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으며, 창조론을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진화론을 절대적 진리로는 믿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뿐인데, 그것이 무관심일지도 모를 사실이 되고 그로인해 이렇게 무지함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ㅡ. 그와 동시에, 지금이라도 이 책, 『지상 최대의 쇼』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ㅡ.
 
 

 


『지상 최대의 쇼』는 본문만 600페이지 정도 된다. 만약 그 두께가 부담스럽게 다가온다면 책의 뒷부분에 있는 「부록 - 역사 부인주의자들」부터 읽어보길 권한다. 인간의 기원과 발달에 대한 설문 조사의 결과 수치를 보여주며 간단한 이야기들을 하는 부분이다. -물론, 리처드 도킨스가 진화를 확실한 사실로 받아들고 있기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창조론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그 우려를 나타냄과 동시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의 시작에 앞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진화론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위해 열정의 불이 지펴지기 시작하는 부분이라 할 만하다. 이 정도로도 아직 부담이 된다면, 책의 중간 중간에 나와 있는 컬러판 사진을 먼저 훑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당신을 호기심 가득한 상태로 만들기에 적합한 사진들이다 ㅡ. 이제 책의 두께에 대한 부담감도 줄이고, 준비가 되었다면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보자 ㅡ.  


과거에 널리 받아들여졌던 어떤 신념이 결국 실수로 판명되었다고 해서,
현재의 신념들도 미래의 증거들에 의해
죄다 거짓으로 폭로되면 어쩌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

현재 우리에게는 예전에는 알 수 없었던 증거가 있다.
- P33


 『지상 최대의 쇼』를 읽다보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지만, 저자의 진화론에 대한 확신은 절대적이다. 어떻게 저렇게 자신 있게 확신을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해봤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오히려 확신이 크게 느껴질수록 그런 생각도 함께 커져만 갔다. 과거 절대적 진리라고 믿고 있던 많은 것들이 지금은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많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런 나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이 하는 이야기가 앞선 인용한 부분이다. 지금은 증거가 있다는 것 ㅡ. 예전에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 어느 것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ㅡ. 그런 의미에서 『지상 최대의 쇼』를 간단하게 정의 한다면 “진화가 사실이라는 확실한 증거들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진화론이 창조론과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어쩌면 그 시작부터-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대립한다. 진화론을 이렇게 애써서 설명 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 사실이 분명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일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창조론과 진화론은 서로 전혀 다른 기능과 목적을 갖고 있다’고 저자는 밝히면서도 ‘바쁘지만 않다면 주저앉아 울고 싶을 정도로 무지하게 느껴지는 편견에 맛서’ 진화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을 해나간다. 그렇게 『지상 최대의 쇼』는 -역시 과학적인 것들에 사실을 밝히고, 증거를 제시하는 일이라- ‘이론’과 ‘사실’의 사전적 정의부터 시작해 나간다. 용어를 정확히 해석하고, 창조론자들이 비판하는 용어와의 비교를 하면서 믿음직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철학과 과학이 뒤엉키면서 겪게 되는 문제를 이야기하고, 인위선택, 가축화 등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사실을 밝혀나가는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다양한 예들과 함께 다양이야기?치 나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이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딱! 그 순간-에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한다. 어처구니없게만 보이는 질문-어쩌면 아예 상대하기도 싫은 질문 같은 것들-에도 명확하게 대답을 하고, 때로는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서도 콕 찍어서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그 이해를 돕고자 그림이나 도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탄탄한 설득력으로 때로는 냉철하게 때로는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ㅡ.
 


 


지금까지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다른 책에서는 진화 그 자체를 증명하기위해 명확한 증거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고 한다. 모두 하나같이 진화를 기본적인 전제로 깔고 시작했다고 한다. 『지상 최대의 쇼』는 그 틈새를 메우기 위한 시도이자, 나 같은 무지한 이에게는 진화론의 입문서로의 기능을 가지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입문서로의 기능을 하는 책으로 받아들이는지라, 도킨스를 읽음으로 해서 인류의 세계관이 바뀔 것이라든가, 생명의 위대한 미스터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 등의 전문적인 생각을 하기에는 아직 벅찬 감이 있다. 하지만, 도킨스의 절대적 믿음과 그 믿음을 더 돋보이게 하는 통찰력, 흡인력, 그리고 강력한 증거들은 그의 위대함을, 진화의 위대함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조금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와 비슷한 계보(?!)가 떠오른다 ㅡ. 생명 과학의 계보가 「다윈」에서 「리처드 도킨스」도 이어졌다면, 사회 과학은 「마키아벨리」에서 「로버트 그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것이다 ㅡ. 우선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의 법칙》을 통해서 로버트 그린을 짐작할 수 있다. ‘부활한 마키아벨리’ 라는 칭호를 받지만, 마키아벨리를 재해석함으로써 그것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현대적으로 권력의 핵심과 통찰을 담아냈다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와 비슷하게 『지상 최대의 쇼』를 읽는 내내 다윈에서 보다 한 걸음 더 앞서나간 것이 토킨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ㅡ. 다윈의 《종의 기원》을 시작으로 그 이론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증거로 점점 더 사실로 굳혀 가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이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결국, 단순한 제 2의 다윈이나 제 2의 마키아벨리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그들의 업적들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화재를 몰고 오는 그들을 보면서 다르면서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ㅡ. 로버트 그린이나 리처드 도킨스나 결국엔 자신만의 색(色)이 있는 작가가 아닌가 한다. 그런 매력이 그들을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돌아가, 2009년은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종의 기원》출간 150주년이다 ㅡ. 그런 뜻 깊은 2009년이 다 가기 전에 만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는 그 무엇보다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ㅡ. 모든 생명의 역사,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 마을 유일의 게임, 지상 최대의 쇼!! 그 멋진 쇼에 함께 동참해 보길 적극 추천한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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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존 론슨 지음, 정미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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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염소를?! 왜?! 그래, 염소는 그냥 그렇다고 쳐!! 그냥 보면 되지 또 노려보기는 왜 노려봐?! 도대체 뭘하는 사람들이야?! 뭐, 좀 삐딱하게 본다면 이런 생각들이 들것이고, 좀 더 즐겁게 바라본다면 상당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의 제목이 된다.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ㅡ. 굳이 제목이 아니더라도 책의 표지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네 남자-그들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와 함께 나란히 어딘가를 바라보는 염소의 모습을 보면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리고 그로인해 이런저런 호기심과 궁금증들이 마구 솟아나지 않는가?! 



간단히 줄여 말하면,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최근에 기밀 해제된 미 육군 정보부의 극비문서들을 토대로 미국의 초능력부대 개발 음모를 추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초능력부대’를 추적해가는 것이다. 최첨단의 길을 걷고 있는 미국, 그것도 육군 정보부에서 말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발상이 ‘염소를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죽일 수 있다’혹은 ‘벽-혹은 물체-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거 좀 웃긴다. 정말 즐거워서 웃긴 것이 아니라, 황당하게 웃기는 것이다 ㅡ.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은 “이것은 실화다.”라는 글로 시작한다 ㅡ. 이 글에 따르면, ‘실화’라고 한다. 뻔하게 보이는 문장을 왜 되풀이해서 말 하냐고?! ‘직접 이 책을 읽어봐라! 그러면 이해할 것이다.’라고 한다면 그 이유를 가장 간단하고도 쉽게 알려주는 방법이 되겠지만, 일단 그 방법은 제쳐두고.. ‘실화’라는 사실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나 같은 독자들을 비웃으면서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것인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것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이 책을 통해 내가 읽게 된 것들이 정말 사실인지, 혹은 그 반대인지 판단내리기 쉽지 않기에 ‘실화’라는 말이 -민감하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스럽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짜인가 가짜인가, 믿느냐 믿지 않느냐 따위의 논쟁은 필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러한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냐 하는 것이다. 벽을 통과하고, 염소를 노려보는 것만으로 죽이고, 원격 투시를 하는 등등의 시작은 결국 ‘전쟁’ 아닌가 ㅡ.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도 모른 채-물론 군수산업과의 관계가 큰 몫을 차지하겠지만..- 전쟁을 위해 뒤에서 하는 또 다른 작은 전쟁들, 그리고 그것들을 조롱하는 것이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이다. 그 이야기의 소재나 방식은 다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이클 무어」감독이 계속 생각났다. 영화 《식코》에서 보여준 그의 생각들을 본다면 《식코》나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이나 그 시작은 동일선상에 놓여있는 것이리라 ㅡ. 문제가 많은 사회라도 《식코》나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과 같은 형식으로 그 만큼 문제 논의가 자유롭게 이루어진다면 보다 나은 사회가 아닐까?!  - 생뚱맞은 결론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눈과 귀를 막고, 심지어 상대방의 입도 막으려고 하는 또 다른 사회는 그런 사회를 분명 부럽게 바라보리라는 생각이 그 어떤 다른 생각들보다 오래 머무른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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