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작품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일상에 치여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각 종 스포츠 명승부 명장면을 검색해보라!! 정말 가슴 뭉클하고 심지어 눈물이 앞을 가릴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 때가 있고, 때로는 스포츠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을 때가 있다. 제아무리 드라마 작가라고 해도 우리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경기를 쓰기는 힘들 것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의 우리나라의 성과가 그랬고, WBC에서 숙적 일본에 역전 드라마를 펼칠 때 그랬다. 그렇게 스포츠는 많은 감동을 주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큰 웃음을 주기도 한다. 「오쿠다 히데오」식으로 하면 말이다 ㅡ.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오쿠다 히데오」가 《모노 매거진》이라는 잡지에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연재했던 스포츠에 관련 에세이를 모은 책이라고 한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그의 데뷔-그의 데뷔작이 1997년 소설 《우람바나의 숲》이다- 즈음 까지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가 전문 작가로의 명성을 얻기 전의 글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봤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뭔가 투박한 듯 한 느낌이 살짝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유머와 재치는 그때부터-혹은 그 이전부터- 고이 간직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의 유머와 재치가 -명성을 얻기 전이라서 조금은 무책임하게도 느껴질 수 있을 정도의- 독설과 잘 버무려져 있는 것이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이다 ㅡ.

그럼 몇 가지만 살짝 맛을 볼까?! 개인적으로 난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야구를 좋아한다. round 10의 「고교야구와 콜드게임 패배의 청춘」에서는 신문을 통해 야구 점수를 확인하는 깊은 맛을 이야기한다. 스코어의 변동에 따라 선수들의 기분을 상상하고,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게서 찬란한 미래를 찾아낸다. round11의 「1번 타자의 자질과 학교 출석부 순서」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임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오쿠다의 힘을 보여준다. 학교 출석부 맨 위에 위치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제일 먼저 하는데 익숙해져 있기에 야구에서 1번 타자로 적합하다는 논리이다. 얼핏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생각을 해보면 -일본의 예와 달리, 한국 프로야구의 1번 타자 이종욱, 이용규, 정근우, 김주찬 등등을 떠올려보면-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 것 자체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 외에도 오쿠다만의 재치와 유머가 돋보이는 일본만의 애매한 판정승, 마라톤 중계와 높은 TV시청률의 관계, 곤혹스러운 이름들, 엉뚱한 철봉의 유혹 등 다양한 소재에 다양한 생각들이 당신의 뒤통수를 후려칠 것이다 ㅡ.
 

 

항상 -전에도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누군가 내게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오쿠다 히데오」ㅡ. 한 때, 베스트셀러라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던, 실제로도 많은 이들이 봤던 《공중그네》를 그 당시에는 보지 않았다. ‘뭐, 베스트셀러라고 해봤자 별거 있겠어?!’라는 생각과 왠지 남들과는 다르고(?!) 싶다는 생각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머리를 하러 갔다가 시간을 때울 거리를 찾는데 《공중그네》가 눈에 띄었고,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것도 키득키득 거리면서 ㅡ. 그리고 그 즐거움은 《면장선거》, 《인더풀》, 《오 해피데이》로 이어졌다. 그리고 만나는 작품마다 하나씩 추가되어간다. 삶이 꿉꿉하고 지루하기만 한가!? 그렇다면 오쿠다 히데오를 만나라 ㅡ. 그리고 그가 전해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라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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