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
마르크 함싱크 지음, 이수영 옮김 / 문이당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충신』이라는 책 ㅡ. 이 책의 띠지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사도세자는 뒤주에서 죽지 않았다!’라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실-사실이라고 믿었던-들에 의한다면 충분히 관심이 가는 문구이다. 지금까지 역사 흐름에 따라 사도세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갔고, 그것이 더 발전해서 점차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되고 다양한 시선으로 정리되어졌다. 너무나 다양한 시선이 많았기에 그냥 그런 흔한(?!) 새로운 의혹의 제기정도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저자의 이름, 「마르크 함싱크」ㅡ. 분명 우리 역사 소설인데 저자가 외국인이다. ‘도대체 뭐야?!’라는 생각과 함께 띠지에서 살짝 전해오던 끌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관심이 불끈불끈 생겨났다 ㅡ. ‘오호~ 이거 재미있겠는데?!’ㅡ. 



 저자 「마르크 함싱크」는 벨기에인 이다 ㅡ. 한국에서 출생했지만, 7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것이라 한다. 한국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그와 한국은 또 이런 식의 쉽사리 끊어지지 않는 인연-혹은 필연-의 고리가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13개 국어에 능통하다지만, 한국어는 알지도 못함에도 그가 이런 책을 썼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게 다가온다. 그가 일로 인해 우연히 만난 《진암집》이라는 책을 통해 이 이야기를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 영의정을 지냈고, 불천위에 봉해졌던 「진암 이천보」의 이야기들에 의혹을 품게 된다. 그가 마지막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록과 정사인 실록에서는 천수를 누리고 조용히 병사했다는 대조적인 기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당시 좌의정 이후, 우의정 민백상도 함께 자살을 했다는 사실은 그의 의혹에 더 큰 불을 지피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궁금증으로 하나하나 자료를 모으고, 그의 상상이 더해져 나온 것이 『충신』이다 ㅡ.

『충신』은 영조 말, 사도세자의 병세에 대한 삼정승-진암 이천보, 좌의정 이후, 우의정 민백상-의 걱정에서 시작한다. 그 병과 관련된 궁궐 내의원 중 한 명이 의문의 살인을 당하게 되고, 이천보의 양아들 이문원과 그의 친구인 서영우, 조일천이 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삼정승의 자살, 사도세자의 죽음 등등의 의문의 이야기들 ㅡ. 단순한 의혹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이 단순한 상상에 의해 이야기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자의 병을 의학적인 차원에서 보다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한다. 저자가 외국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의-어쩌면 우리보다 더 조선 시대의 사람 같은- 지식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곳곳에 아쉬운 부분이 살짝 보이기는 하지만, 굳이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쉬운 것이고 ㅡ. 이야기의 시작과 그 과정들이 전혀 다른 시각이라는 사실-외국인이기에 어쩌면 더 새로운 각도로 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과 역사에 대한 재미있는 소설적 요소가 잘 섞여 멋진 역사소설로 탄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ㅡ. 

 

정말 역사란, 해석하기-또는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렇게 보면 과연 우리는 역사적 ‘진실’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과연 진실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한 번 의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의혹들만 떠오르기 마련인 것 같다 ㅡ. 『충신』또한 의혹에서 시작해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났다. 전문 작가도 아닌 사람이, 그것도 외국인이 이렇게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써냈다는 사실과 이 책의 인세 전액을 한국의 수녀원에 기부한다고 한다는 사실까지 더해져서 마르크 함싱크, 그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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