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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쇼 -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12월
평점 :
우리 주위는 너무나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들로 가득하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며, 무작위적이지 않은 자연 선택에 의한 결과다.
이것은 진화가 펼쳐낸 지상 최대의 쇼이다.
책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적혀있는 문구이다 ㅡ.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들이 우리 주위를 가득 둘러싸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들이 진화로 인한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진화가 펼쳐낸 ‘지상 최대의 쇼’라니?! 내가 무지한 것인가?!나는 그저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립(?!) 속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으며, 창조론을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진화론을 절대적 진리로는 믿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뿐인데, 그것이 무관심일지도 모를 사실이 되고 그로인해 이렇게 무지함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ㅡ. 그와 동시에, 지금이라도 이 책, 『지상 최대의 쇼』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ㅡ.
『지상 최대의 쇼』는 본문만 600페이지 정도 된다. 만약 그 두께가 부담스럽게 다가온다면 책의 뒷부분에 있는 「부록 - 역사 부인주의자들」부터 읽어보길 권한다. 인간의 기원과 발달에 대한 설문 조사의 결과 수치를 보여주며 간단한 이야기들을 하는 부분이다. -물론, 리처드 도킨스가 진화를 확실한 사실로 받아들고 있기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창조론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그 우려를 나타냄과 동시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의 시작에 앞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진화론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위해 열정의 불이 지펴지기 시작하는 부분이라 할 만하다. 이 정도로도 아직 부담이 된다면, 책의 중간 중간에 나와 있는 컬러판 사진을 먼저 훑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당신을 호기심 가득한 상태로 만들기에 적합한 사진들이다 ㅡ. 이제 책의 두께에 대한 부담감도 줄이고, 준비가 되었다면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보자 ㅡ.
과거에 널리 받아들여졌던 어떤 신념이 결국 실수로 판명되었다고 해서,
현재의 신념들도 미래의 증거들에 의해
죄다 거짓으로 폭로되면 어쩌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
현재 우리에게는 예전에는 알 수 없었던 증거가 있다. - P33
『지상 최대의 쇼』를 읽다보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지만, 저자의 진화론에 대한 확신은 절대적이다. 어떻게 저렇게 자신 있게 확신을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해봤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오히려 확신이 크게 느껴질수록 그런 생각도 함께 커져만 갔다. 과거 절대적 진리라고 믿고 있던 많은 것들이 지금은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많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런 나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이 하는 이야기가 앞선 인용한 부분이다. 지금은 증거가 있다는 것 ㅡ. 예전에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 어느 것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ㅡ. 그런 의미에서 『지상 최대의 쇼』를 간단하게 정의 한다면 “진화가 사실이라는 확실한 증거들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진화론이 창조론과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어쩌면 그 시작부터-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대립한다. 진화론을 이렇게 애써서 설명 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 사실이 분명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일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창조론과 진화론은 서로 전혀 다른 기능과 목적을 갖고 있다’고 저자는 밝히면서도 ‘바쁘지만 않다면 주저앉아 울고 싶을 정도로 무지하게 느껴지는 편견에 맛서’ 진화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을 해나간다. 그렇게 『지상 최대의 쇼』는 -역시 과학적인 것들에 사실을 밝히고, 증거를 제시하는 일이라- ‘이론’과 ‘사실’의 사전적 정의부터 시작해 나간다. 용어를 정확히 해석하고, 창조론자들이 비판하는 용어와의 비교를 하면서 믿음직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철학과 과학이 뒤엉키면서 겪게 되는 문제를 이야기하고, 인위선택, 가축화 등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사실을 밝혀나가는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다양한 예들과 함께 다양이야기?치 나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이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딱! 그 순간-에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한다. 어처구니없게만 보이는 질문-어쩌면 아예 상대하기도 싫은 질문 같은 것들-에도 명확하게 대답을 하고, 때로는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서도 콕 찍어서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그 이해를 돕고자 그림이나 도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탄탄한 설득력으로 때로는 냉철하게 때로는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ㅡ.
지금까지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다른 책에서는 진화 그 자체를 증명하기위해 명확한 증거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고 한다. 모두 하나같이 진화를 기본적인 전제로 깔고 시작했다고 한다. 『지상 최대의 쇼』는 그 틈새를 메우기 위한 시도이자, 나 같은 무지한 이에게는 진화론의 입문서로의 기능을 가지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입문서로의 기능을 하는 책으로 받아들이는지라, 도킨스를 읽음으로 해서 인류의 세계관이 바뀔 것이라든가, 생명의 위대한 미스터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 등의 전문적인 생각을 하기에는 아직 벅찬 감이 있다. 하지만, 도킨스의 절대적 믿음과 그 믿음을 더 돋보이게 하는 통찰력, 흡인력, 그리고 강력한 증거들은 그의 위대함을, 진화의 위대함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조금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와 비슷한 계보(?!)가 떠오른다 ㅡ. 생명 과학의 계보가 「다윈」에서 「리처드 도킨스」도 이어졌다면, 사회 과학은 「마키아벨리」에서 「로버트 그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것이다 ㅡ. 우선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의 법칙》을 통해서 로버트 그린을 짐작할 수 있다. ‘부활한 마키아벨리’ 라는 칭호를 받지만, 마키아벨리를 재해석함으로써 그것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현대적으로 권력의 핵심과 통찰을 담아냈다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와 비슷하게 『지상 최대의 쇼』를 읽는 내내 다윈에서 보다 한 걸음 더 앞서나간 것이 토킨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ㅡ. 다윈의 《종의 기원》을 시작으로 그 이론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증거로 점점 더 사실로 굳혀 가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이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결국, 단순한 제 2의 다윈이나 제 2의 마키아벨리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그들의 업적들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화재를 몰고 오는 그들을 보면서 다르면서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ㅡ. 로버트 그린이나 리처드 도킨스나 결국엔 자신만의 색(色)이 있는 작가가 아닌가 한다. 그런 매력이 그들을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돌아가, 2009년은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종의 기원》출간 150주년이다 ㅡ. 그런 뜻 깊은 2009년이 다 가기 전에 만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는 그 무엇보다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ㅡ. 모든 생명의 역사,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 마을 유일의 게임, 지상 최대의 쇼!! 그 멋진 쇼에 함께 동참해 보길 적극 추천한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