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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존 론슨 지음, 정미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염소를?! 왜?! 그래, 염소는 그냥 그렇다고 쳐!! 그냥 보면 되지 또 노려보기는 왜 노려봐?! 도대체 뭘하는 사람들이야?! 뭐, 좀 삐딱하게 본다면 이런 생각들이 들것이고, 좀 더 즐겁게 바라본다면 상당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의 제목이 된다.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ㅡ. 굳이 제목이 아니더라도 책의 표지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네 남자-그들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와 함께 나란히 어딘가를 바라보는 염소의 모습을 보면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리고 그로인해 이런저런 호기심과 궁금증들이 마구 솟아나지 않는가?!
간단히 줄여 말하면,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은 최근에 기밀 해제된 미 육군 정보부의 극비문서들을 토대로 미국의 초능력부대 개발 음모를 추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초능력부대’를 추적해가는 것이다. 최첨단의 길을 걷고 있는 미국, 그것도 육군 정보부에서 말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발상이 ‘염소를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죽일 수 있다’혹은 ‘벽-혹은 물체-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거 좀 웃긴다. 정말 즐거워서 웃긴 것이 아니라, 황당하게 웃기는 것이다 ㅡ.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은 “이것은 실화다.”라는 글로 시작한다 ㅡ. 이 글에 따르면, ‘실화’라고 한다. 뻔하게 보이는 문장을 왜 되풀이해서 말 하냐고?! ‘직접 이 책을 읽어봐라! 그러면 이해할 것이다.’라고 한다면 그 이유를 가장 간단하고도 쉽게 알려주는 방법이 되겠지만, 일단 그 방법은 제쳐두고.. ‘실화’라는 사실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나 같은 독자들을 비웃으면서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것인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것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이 책을 통해 내가 읽게 된 것들이 정말 사실인지, 혹은 그 반대인지 판단내리기 쉽지 않기에 ‘실화’라는 말이 -민감하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스럽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짜인가 가짜인가, 믿느냐 믿지 않느냐 따위의 논쟁은 필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러한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냐 하는 것이다. 벽을 통과하고, 염소를 노려보는 것만으로 죽이고, 원격 투시를 하는 등등의 시작은 결국 ‘전쟁’ 아닌가 ㅡ.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도 모른 채-물론 군수산업과의 관계가 큰 몫을 차지하겠지만..- 전쟁을 위해 뒤에서 하는 또 다른 작은 전쟁들, 그리고 그것들을 조롱하는 것이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이다. 그 이야기의 소재나 방식은 다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이클 무어」감독이 계속 생각났다. 영화 《식코》에서 보여준 그의 생각들을 본다면 《식코》나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이나 그 시작은 동일선상에 놓여있는 것이리라 ㅡ. 문제가 많은 사회라도 《식코》나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과 같은 형식으로 그 만큼 문제 논의가 자유롭게 이루어진다면 보다 나은 사회가 아닐까?! - 생뚱맞은 결론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눈과 귀를 막고, 심지어 상대방의 입도 막으려고 하는 또 다른 사회는 그런 사회를 분명 부럽게 바라보리라는 생각이 그 어떤 다른 생각들보다 오래 머무른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