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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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이 책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아무런 정보 없이 책을 펼쳐 조금씩 읽어 나가다 보면 이 책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기욤 뮈소 같은 경우는 둘 다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쩌면 거기에 책의 표지만으로도 누가 쓴 책인지 알게 되는 경우까지 더해진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ㅡ. 그것이 기욤 뮈소라는 작가의 스타일을 확실히 잡아준다고 생각하면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항상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으로 인해 단점으로 작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당신 없는 나는?』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욤 뮈소는 어떨까?! 글쎄..

  

 



이야기는 스무 살의 가브리엘과 스물한 살의 마르탱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졌던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서로에게 끌렸던 마음을 편지로 주고받게 되고, 마르탱은 프랑스로 돌아가는 비행기까지 미루면서 그들의 사랑을 선택하게 된다. 그들이 나눈 사랑은 짧았지만 뜨거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몸이 떨어지고 나서는 마음까지 멀어져 버리게 된다 ㅡ. 그리고 시간이 흐른 언젠가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ㅡ. 유명 작가들의 기일에 맞춰 명화를 훔치는 아키볼트와 그를 쫓는 경찰 마르탱의 이야기로 책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ㅡ.

기욤 뮈소의 작품을 보며, 전작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아니면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그래도 이번에는 일단 장소는 뉴욕을 벗어났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 변화가 전부는 아니었다. 이전의 작품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든다. 기욤 뮈소만의 느낌으로,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상상력까지 풍부하게 더해져, 책속의 이야기를 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을 들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역시 다르지 않았다. 역시, 단점을 다시 장점으로 바꿔놓는 힘이 있다고 해야 할까?!

기욤 뮈소에서 느껴지는 장, 단점들이 이 책에서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느냐 앞서 살짝 이야기했다. 역시 결론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는 뻔 한 말을 해본다. 나쁘게만 보면 한없이 나쁘게만 보일 것이고, 좋게만 보려하면 한없이 좋게만 보일 것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긍정적 사고 어떨까?! 기욤 뮈소, 그만의 스타일이 확실하게 잡혀있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전작과 비슷한 느낌일지라도 거기에서 뽑아내는 사랑의 이야기는 신비스러우면서 환상적이어서 독자들을 붙잡아 두는 힘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사실일 테고 말이다 ㅡ. 책은 작가가 쓰는 것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독자이다 ㅡ. 개성 강한 작가, 기욤 뮈소를 나만의 스타일로 해석하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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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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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이라고 떡~하니 쓰여 있다 ㅡ. 또한 책이 띠지로 밀봉(?!)까지 되어있다. 19금이라서 그런가 했더니,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마지막 한 줄의 반전을 보호(?!)하는 장치도 함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이 책은 마지막 한 줄로 모든 게 결론지어진다 ㅡ. 띠지에도 쓰여 있다. “‘나는 속지 않는다.’라고 자부하는 독자를 위한, 마지막 한 페이지! 모든 것은 단 한 줄로 허물어진다.”라고 ㅡ. 나 역시 그런 독자 중에 하나였고, 내가 책을 읽는 내내 해오던 추리들 역시 단 한 줄로 허물어졌다 ㅡ. 그냥 허물어지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새롭게 읽게끔 만들고, 모든 것을 아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ㅡ.

 



 

『살육에 이르는 병』끔찍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제일 정확할 것이다 ㅡ. 단순한 야한 장면(?!)으로 인한 19금이 아니다. 그 이상의 강렬함잔인함이 존재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역겹다는 표현까지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19금의 이야기는 살인자를 체포하면서 시작된다. 시작과 동시에 누가 살인자인지 알려준다 ㅡ. ‘뭐야 범인을 알려주고 시작하면서 도대체 무슨 반전이 있다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단은 읽어본다 ㅡ. 이야기는 세 사람의 시점을 옮겨가면서 진행된다. 전직 형사 출신의 히구치, 자신의 아들이 연쇄 살인의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마사코, 그리고 처음부터 범인이라고 드러나는 미노루 ㅡ. 시점의 교차와 동시에 시간도 교차한다. 만약 당신이 이 작품의 트릭을 마지막까지 깨지 못했다면, 그건 아마도 이미 이 세 사람의 시선의 교차점에서부터 트릭에 말려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알면서도 당한다는 이 유명한 『살육에 이르는 병』의 반전 ㅡ. 하지만, 트릭을 풀 수 있는 열쇠는 곳곳에 숨어들어있다. 아니 아주 대놓고 찾아보라고 얼굴을 들이미는 열쇠도 있다. 그럼에도 알면서 당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시작에서부터 나를(그리고 이제는 당신을) 사로잡은 선입견 때문이리라 ㅡ.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앉은 그 선입견이라는 놈이, 아니 그런 선입견을 자리 잡게 한 내가 이렇게 멍청해 보일 수가 없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충격적이라는 마지막 한 페이지가 뭔지 궁금하면서도, 도대체 무슨 트릭이 있는 것인가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충격적인 마지막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본다면, 그 트릭을 깨기 위한 재미있는 과정이 될 것이고, 그런 결말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본다면 정말 충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전자든, 후자든 마지막 순간의 멍~해짐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ㅡ. 그렇게 마지막 한 줄을 만나게 된다면, 당신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이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ㅡ. 나 같은 경우에는 마치, 영화 「식스센스」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던 것을 생각나게 한다고 할까?! (물론 강도의 차이는 있다!!) 내용을 전부 알고 보면서도 감탄하게 되는 순간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ㅡ.


『살육에 이르는 병』은 19금이고, 분명히 역겹게 느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덤비지는 말도록 ㅡ!!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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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백과사전 - 눈보라 속에 남겨진 이상한 연애노트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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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기도 춥고, 눈이 많이 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맞이한 눈의 기억은 거의 없다. 그 때문인지 하얀 세상 속, 벤치 위를 수놓고 있는 눈과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새겨진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라는 책은 더없이 반가웠다. 그 반가움과 함께 추웠던 겨울의 마지막을 따뜻한 사랑 이야기와 함께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만난 책이 바로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ㅡ. 그저 눈이 반가워서, 그저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 마주한 책이었는데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ㅡ.

 

프롤로그에 들어가기도 전에
 ‘눈보라 속에 이상한 원고를 남긴 작가’라는 제목의 뉴스 기사를 하나 만날 수 있다.

 



  

지난주 교외를 강타한 가공할 여름 태풍이 그치자 버려진 차량 한 대가 발견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차량의 주인은 최근 고향 버펄로로 돌아온 사라 에밀리 미아노인데,
현장에선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라는 원고 뭉치도 발견되었다 한다.

···


폭설로 인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노트 ㅡ. 그 노트에는 ‘Angel 천사’ 를 시작으로 ‘Blindness 설맹’, ‘Comets 혜성’, ‘Crystals 눈 결정’, ‘Crystallisation(positive) 결정화 작용(긍정적)’, ‘Crystallisation(negative) 결정과 작용(부정적)’, ‘Darkness 어둠’ 등등의 단어들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 그대로 ‘알파벳순의 백과사전’의 형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표제어들은 ‘눈(雪)’ 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것들이다 ㅡ. 누가 봐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단어들과 얼핏 보면 바로 연상되지는 않는 것들이지만 간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그와 함께 단어의 정의나 다양한 고전들에서 발췌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독자들은 이제 그 각각의 글들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야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ㅡ.

『눈에 대한 백과사전』과의 첫 만남을 가지면서, 낯설다는 느낌을 가장 먼저 떠올려 본다 ㅡ.
그리고 그 낯선 느낌에는 신선함당혹감이 혼재되어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또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막막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ㅡ. 단순한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조금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주~욱~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각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조금씩 조금씩 맞춰지기에 ㅡ. 그것 또한 시원하게 연결되지는 않기에 말이다 ㅡ. 각각의 이야기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지,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책을 덮은 후에도 그 의미들과 연관된 것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한 줄기로 표현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는 못하더라도, ‘눈(雪)’에 담아낸 것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짐작, 아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ㅡ. 눈이라는 단어를 통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흰색의 순수함, 순백의 사랑 ㅡ. 그리고 죽음으로 담아낸 안타까움에 더 아름다운 사랑 ㅡ. 그런 사랑이 있어서 그 다양한 기록들이 눈의 느낌과는 반대로 더 열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결국에는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은 아련한 사랑을 남겨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책,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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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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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책갈피 같은 것이어서
내가 내 인생이라는 책 속을 이리저리 훌쩍훌쩍 뛰어다니면서
내게 흔적을 남긴 사건들이 있는 페이지로 자꾸만 되돌아간다.. - P11

 

1993년 5월 3일, 레스터 시핸 박사의 일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ㅡ. 박사는 그 자신에게 흔적을 남긴 사건들이 있는 페이지로 우리를 안내한다. 어쩌면 이제 그 페이지는 단지 박사에게만 어떤 흔적으로 남겨지는 게 아닐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우리 모두에게 어떤 흔적으로 남겨질 것이다 ㅡ. 1954년 늦여름, 그 이상한 나흘이 말이다 ㅡ.

1954년의 어느 날 ㅡ.
테디 대니얼스처크 아울은 외딴 섬으로 향하는 연락선을 타고 있다. 그 외딴 섬, 셔터 아일랜드에 있는 정신 병동에서 환자 한명이 사라졌는데, 데디와 처크는 바로 그 사건의 조사를 위해 파견된 연방 보안관이다 ㅡ. 사라진 환자는 레이첼 솔란도라는 여자이다. 밤 10시에서 12시 사시에 사라졌다고 한다. 섬을 뒤져봐도 그녀의 흔적조자 찾을 수 없다. 또한 그녀의 방은 밖에서 잠겨 있고, 하나밖에 없는 창문에는 창살이 있다. 자물쇠에 누가 손을 댄 흔적도 없다. 누가 봐도 ‘증발’이라는 말밖에 쓰지 못할 상황이다. 대신 단서 하나가 남겨진다. ‘4의 법칙’이라는 글로 시작하는 뜻 모를 암호들이 적힌 종이 ㅡ. 도대체 무슨 말을, 무슨 단서를 남겨 놓은 것일까?! 보다 자세한 조사를 위해 협조를 구하지만, 병원 측은 이를 거부한다 ㅡ. 의심은 조금씩 쌓여만 가고, 설상가상으로 그들은 폭풍으로 인해 섬에 고립되게 된다 ㅡ.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된다. 한 번 책을 잡으면 놓기 싫어질 것이다
, 아니 좋다 싫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을 것이다 ㅡ. 데니스 루헤인은 기본적인 스릴러만의 장점은 물론이고, 복잡하게만 보이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마지막에 가서는 모두가 하나로 맞춰지는 탄탄한 구성을 자랑한다. 그렇게 데니스 루헤인의 글에는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뭔가가 항상 존재한다. 거기에 보통의 스릴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문학성이라고 할 수 있을, 자세하면서도 현실적인 인간 내면의 심리까지 담겨있다. 그냥 단순히 쫓고 쫓기는, 그런 긴장만 가득한 스릴러를 원한다면, 데니스 루헤인만의 심리 묘사 때문에 자칫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조금만 적응하게 된다면 그것이 더없이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ㅡ.

연속되는 긴장감 속에, 슬픈 사랑이 담겨있고, 인간의 깊은 곳을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정확하게 파고든다.
그 각각의 느낌들이 순간순간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끝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만들고, 처음 볼 때와 또 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단순히 한 번의 재미로 끝나버리기도 하는 스릴러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소설이다 ㅡ. 다시 읽어도 전혀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ㅡ.

『살인자들의 섬』은 2003년 《뉴욕 타임스》, 《LA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Amazon.com 베스트셀러,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올해의 책’이 된 화제작이다. 국내에서도 영화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ㅡ. 영화로 만나는 『살인자들의 섬』(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셔터 아일랜드」라는 제목으로 개봉된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고, 또한 상당히 기대된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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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
스탕달 지음, 이규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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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부터 고전~고전~ 노래를 불렀으나 자꾸만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장편이 아닌, 단편으로 또 다른 고전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아직 나의 목표를 향해서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여전히 어렵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일까?! 그 시대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해서 더더욱 그러했다. 역시 참고 또 참고 노력(?!)하니 안 되는 일은 없었다. 조금씩 읽히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책을 읽는 것만큼 속도가 나지는 않았으나, 재미있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살아났다. 책을 놓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생각나는.. 그런 느낌을 『적과 흑』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ㅡ.

 



 

『적과 흑』ㅡ.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 일단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지만..) 『적과 흑』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나폴레옹이 몰락한 이후 왕정이 복고되고 낭만주의가 만개하던 1830년대를 배경으로 비천한 출신의 한 청년이 큰 야심을 품고 세상과 부딪히지만, 결국 좌절하고 마는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렇다 ㅡ. 목재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쥘리앵 소렐은 그의 출신과는 어울리지 않게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것이 아버지와 형에게 자주 매질 당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능력으로 라틴어를 익히게 되고, 시장인 레날 씨 아이들의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그와 동시에 사랑도 찾아든다 ㅡ. 시골 마을 베리에르에서 신학교가 있는 중소도시 브장송, 그리고 파리까지 ㅡ. 1부와 2부로 나눠진 『적과 흑』에서 1부는 베리에르와 브장송을, 2부는 파리를 배경으로 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렇게 그가 서 있는 공간이 점점 커짐과 동시에 쥘리앵의 사랑과 욕망들도 그에 발맞춰 조금씩 커져만 간다 ㅡ. 쥘리앵 소렐, 그에게는 인간본연의 다양한 욕망이 살아 숨 쉰다. 그를 통해 보여지는 사랑, 출세, 그리고 파멸 ㅡ. 쥘리앵과 레날 부인, 쥘리앵과 마틸드의 사랑과 그 사랑에 빠지는 과정, 그 속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심리들이 섬세하게 이야기 된다.  또한, 비록 지금 당장은 비천한 출신이지만 언젠가는 나폴레옹같이 능력만으로 인정받아 출세하고픈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쥘리앵은 나폴레옹을 숭상한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고, 자신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은 성직자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 길로 향해간다. 처음으로 찾아간 레날 씨의 집 앞에서 소심함에 눈물짓던 그의 모습은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욕망과 정열에 사로잡혀가는 쥘리앵의 모습을 쉽사리 떠올리기 힘들 것이다 ㅡ.

제목 자체에 1830년의 프랑스 사회 상황이 담겨있다 ㅡ.
군복의 붉은색과 승복의 검은색을 표현한다는 『적과 흑』, 혹은 나폴레옹으로 대변되는 붉은 군복의 자유주의자와 성직자들로 대변되는 검은 승복의 복고주의자들 간의 대립을 나타낸다는 『적과 흑』ㅡ. 정답(?!)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 의미만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또한 제목에서부터 그렇듯, 많은 것들이 대조적으로 보인다. 부르주아와 성직자들을 비롯한 당시 사회의 모습과 개인적인 모습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들 ㅡ. 특히 쥘리앵의 모습에서 그런 요소를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 출세를 지향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그의 모습들 ㅡ. 그 세상을 동경하지만, 그 세상을 혐오스럽게 바라보기도 하는 모습에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놓여있던-그리고 지금도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ㅡ. 그리고 나의 모습까지도 말이다 ㅡ. 확실히 그 당시의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 책을 읽는다는 것(대부분의 고전이 그러하겠지만)은 쉽지 않은 일이다 ㅡ. 책의 직접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 주변의 설명들에서 알게 된 것들을 접하고야 비로소 이 소설에 대한 나만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어갔다. 『적과 흑』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계급, 사회, 그 속에서의 대립 등등이 말이다 ㅡ.

 



 

이 작품을 말하면서, 작가인 스탕달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낭만주의 문학이 만개하던 프랑스에 사실주의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스탕달’ㅡ. “내 소설은 백 년 후의 독자들이나 이해할 것”이라는 자신감인지 자만심인지 모를 말을 던지는 그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모든 이들이 젊은 열정을 중요시하게 생각하지만, 그 자체가 죄가 되는 사회가 있다. 그저 자신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삶을 살아갈 뿐인데, 그 최선이 야심이 되고, 타인들이 욕망과 동일시되는 것뿐이다. 사랑이 무엇이고, 욕망이 무엇인지, 그리고 결국 그들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지.. 아직까지도 여전히 역사의 쳇바퀴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소설, 『적과 흑』이 아닌가 생각된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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