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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백과사전 - 눈보라 속에 남겨진 이상한 연애노트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기도 춥고, 눈이 많이 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맞이한 눈의 기억은 거의 없다. 그 때문인지 하얀 세상 속, 벤치 위를 수놓고 있는 눈과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새겨진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라는 책은 더없이 반가웠다. 그 반가움과 함께 추웠던 겨울의 마지막을 따뜻한 사랑 이야기와 함께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만난 책이 바로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ㅡ. 그저 눈이 반가워서, 그저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 마주한 책이었는데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ㅡ.
프롤로그에 들어가기도 전에
‘눈보라 속에 이상한 원고를 남긴 작가’라는 제목의 뉴스 기사를 하나 만날 수 있다.
지난주 교외를 강타한 가공할 여름 태풍이 그치자 버려진 차량 한 대가 발견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차량의 주인은 최근 고향 버펄로로 돌아온 사라 에밀리 미아노인데,
현장에선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라는 원고 뭉치도 발견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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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인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노트 ㅡ. 그 노트에는 ‘Angel 천사’ 를 시작으로 ‘Blindness 설맹’, ‘Comets 혜성’, ‘Crystals 눈 결정’, ‘Crystallisation(positive) 결정화 작용(긍정적)’, ‘Crystallisation(negative) 결정과 작용(부정적)’, ‘Darkness 어둠’ 등등의 단어들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 그대로 ‘알파벳순의 백과사전’의 형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표제어들은 ‘눈(雪)’ 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것들이다 ㅡ. 누가 봐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단어들과 얼핏 보면 바로 연상되지는 않는 것들이지만 간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그와 함께 단어의 정의나 다양한 고전들에서 발췌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독자들은 이제 그 각각의 글들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야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ㅡ.
『눈에 대한 백과사전』과의 첫 만남을 가지면서, 낯설다는 느낌을 가장 먼저 떠올려 본다 ㅡ. 그리고 그 낯선 느낌에는 신선함과 당혹감이 혼재되어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또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막막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ㅡ. 단순한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조금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주~욱~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각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조금씩 조금씩 맞춰지기에 ㅡ. 그것 또한 시원하게 연결되지는 않기에 말이다 ㅡ. 각각의 이야기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지,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책을 덮은 후에도 그 의미들과 연관된 것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한 줄기로 표현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는 못하더라도, ‘눈(雪)’에 담아낸 것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짐작, 아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ㅡ. 눈이라는 단어를 통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흰색의 순수함, 순백의 사랑 ㅡ. 그리고 죽음으로 담아낸 안타까움에 더 아름다운 사랑 ㅡ. 그런 사랑이 있어서 그 다양한 기록들이 눈의 느낌과는 반대로 더 열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결국에는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은 아련한 사랑을 남겨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책,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