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
스탕달 지음, 이규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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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부터 고전~고전~ 노래를 불렀으나 자꾸만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장편이 아닌, 단편으로 또 다른 고전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아직 나의 목표를 향해서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여전히 어렵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일까?! 그 시대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해서 더더욱 그러했다. 역시 참고 또 참고 노력(?!)하니 안 되는 일은 없었다. 조금씩 읽히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책을 읽는 것만큼 속도가 나지는 않았으나, 재미있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살아났다. 책을 놓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생각나는.. 그런 느낌을 『적과 흑』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ㅡ.

 



 

『적과 흑』ㅡ.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 일단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지만..) 『적과 흑』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나폴레옹이 몰락한 이후 왕정이 복고되고 낭만주의가 만개하던 1830년대를 배경으로 비천한 출신의 한 청년이 큰 야심을 품고 세상과 부딪히지만, 결국 좌절하고 마는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렇다 ㅡ. 목재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쥘리앵 소렐은 그의 출신과는 어울리지 않게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것이 아버지와 형에게 자주 매질 당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능력으로 라틴어를 익히게 되고, 시장인 레날 씨 아이들의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그와 동시에 사랑도 찾아든다 ㅡ. 시골 마을 베리에르에서 신학교가 있는 중소도시 브장송, 그리고 파리까지 ㅡ. 1부와 2부로 나눠진 『적과 흑』에서 1부는 베리에르와 브장송을, 2부는 파리를 배경으로 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렇게 그가 서 있는 공간이 점점 커짐과 동시에 쥘리앵의 사랑과 욕망들도 그에 발맞춰 조금씩 커져만 간다 ㅡ. 쥘리앵 소렐, 그에게는 인간본연의 다양한 욕망이 살아 숨 쉰다. 그를 통해 보여지는 사랑, 출세, 그리고 파멸 ㅡ. 쥘리앵과 레날 부인, 쥘리앵과 마틸드의 사랑과 그 사랑에 빠지는 과정, 그 속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심리들이 섬세하게 이야기 된다.  또한, 비록 지금 당장은 비천한 출신이지만 언젠가는 나폴레옹같이 능력만으로 인정받아 출세하고픈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쥘리앵은 나폴레옹을 숭상한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고, 자신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은 성직자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 길로 향해간다. 처음으로 찾아간 레날 씨의 집 앞에서 소심함에 눈물짓던 그의 모습은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욕망과 정열에 사로잡혀가는 쥘리앵의 모습을 쉽사리 떠올리기 힘들 것이다 ㅡ.

제목 자체에 1830년의 프랑스 사회 상황이 담겨있다 ㅡ.
군복의 붉은색과 승복의 검은색을 표현한다는 『적과 흑』, 혹은 나폴레옹으로 대변되는 붉은 군복의 자유주의자와 성직자들로 대변되는 검은 승복의 복고주의자들 간의 대립을 나타낸다는 『적과 흑』ㅡ. 정답(?!)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 의미만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또한 제목에서부터 그렇듯, 많은 것들이 대조적으로 보인다. 부르주아와 성직자들을 비롯한 당시 사회의 모습과 개인적인 모습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들 ㅡ. 특히 쥘리앵의 모습에서 그런 요소를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 출세를 지향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그의 모습들 ㅡ. 그 세상을 동경하지만, 그 세상을 혐오스럽게 바라보기도 하는 모습에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놓여있던-그리고 지금도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ㅡ. 그리고 나의 모습까지도 말이다 ㅡ. 확실히 그 당시의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 책을 읽는다는 것(대부분의 고전이 그러하겠지만)은 쉽지 않은 일이다 ㅡ. 책의 직접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 주변의 설명들에서 알게 된 것들을 접하고야 비로소 이 소설에 대한 나만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어갔다. 『적과 흑』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계급, 사회, 그 속에서의 대립 등등이 말이다 ㅡ.

 



 

이 작품을 말하면서, 작가인 스탕달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낭만주의 문학이 만개하던 프랑스에 사실주의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스탕달’ㅡ. “내 소설은 백 년 후의 독자들이나 이해할 것”이라는 자신감인지 자만심인지 모를 말을 던지는 그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모든 이들이 젊은 열정을 중요시하게 생각하지만, 그 자체가 죄가 되는 사회가 있다. 그저 자신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삶을 살아갈 뿐인데, 그 최선이 야심이 되고, 타인들이 욕망과 동일시되는 것뿐이다. 사랑이 무엇이고, 욕망이 무엇인지, 그리고 결국 그들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지.. 아직까지도 여전히 역사의 쳇바퀴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소설, 『적과 흑』이 아닌가 생각된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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