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독서의 즐거움
정제원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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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읽어야 되겠는데, 도대체 어떤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혹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더더욱 책을 읽어야 한다고, 책으로 시작을 해야 한다고 하면 좀 우스운 말이 되려나?! 하지만 사실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 ‘처음’이란 것은 어려운 것이다. 독서에 있어서도 예외일수는 없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그 힘겨운 독서의 ‘처음’을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교양!! 그 교양을 갖추기 위해서 가장 쉽고도 편리한 방법이 독서라고 말하면서, 책은 읽는 매체가 아니라, 생각하는 도구라고 말하는 책이 있다. 바로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이다. 이 책은 1장 “나는 누구인가?”, 2장 “지식을 어떻게 확장하는가?”, 3장 “작가는 누구인가?” 라는 각각의 질문을 제목으로 해서 전체 3장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전체 30권을 책을 중심으로(수학문제를 풀 때, 공식만 외우고서는 문제를 쉽게 풀 수 없어 예제 문제를 풀어보듯이, 독서법만을 알고 실제 적용할 줄 모르는 병폐를 없애기 위해 실제 각각의 책을 중심으로 삼았다고 한다) 30가지의 독서법을 소개한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책을 읽는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는다’를 시작으로 ‘두껍고 난해한 책에 도전한다’, ‘어떤 분야든 입문서부터 읽는다’, ‘같은 분야의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책을 읽는다’, ‘책 속의 책을 읽는다’등등 제시된 독서 전략 30가지의 이야기를 모두 따라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고, 전부가 아닌 몇 가지라도 습득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살려내는 것도 충분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30가지의 전략 중 가장 좋게 느껴졌던 하나는 ‘머리말이 좋은 책을 읽는다’인데, 여기에서 소개하는 책은 헨드리크 빌렘 반 룬의 《반 룬의 예술사》이다. 《반 룬의 예술사》라는 이 책의 서문만으로 책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면 믿겨지는가?! 자연스럽게 이 책은 나의 위시 리스트로 들어갔다 ㅡ. 


 



  

공부할 것, 읽어야 할 책이 많다는 사실을 절감하면서
정신이 복잡해지는 경험
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 점점 굳어 있던 뇌가 말랑말랑해지기 때문이니
그런 경험은 기쁘게 맞을 일
이기도 하다.
정처 없이 떠돌다가 도달해야만 할 목표가 생긴다는 것,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 p135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를 읽는 내도록 ‘꼬리에 꼬리는 무는 책’ 이라는 표현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의 위시 리스트는 가득 차게 될 것이라 예상해본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ㅡ.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것이다. 지갑이 가벼워 질 것이라 벌써부터 걱정되는가?! 술 한 번 안 마신다고 생각하면, 금세 당신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생긴 그 뭔지 모를 즐거움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또 다른 책을 읽는 것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저런 ‘법칙’과 ‘전략’을 이야기하지만, 독서에 있어 중요한 것은 역시 즐거움 아닐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재미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법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즐거움을 바탕으로,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 “지식을 어떻게 확장하는가?”, “작가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는, 보다 멋진 독서의 세계를 시작해보길 바란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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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조이 슬링어 지음, 김이선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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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 부터 우리 집에 택배 할머니(오늘은 할아버지였다)가 오신다. 응?! 그렇다!! 택배 아저씨도 아닌, 택배 할머니다. 모 택배 회사에서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를 위해, 할아버지ㆍ할머니들이 지역 아파트에서 택배를 배달하는 ‘아파트 실버택배 서비스’라는 것을 실시하는 모양이다. 노인 일자리 창출?!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받는 나로서는 상당히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아파트라지만 어르신들께서 주소를 제대로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겨우겨우 찾아오시면 정말 많이 힘들어 하신다. 거의 주저앉으신다. 그러면 내가 운송장에 사인해서 드린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택배를 많이 이용하는, 그래서 거의 나흘째 계속 똑같은 모습을 보고 있는, 나로서는 불편하다 못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짜증도 난다. 왜?! 왜!! 하필 힘든 택배 일을 어르신들께 하게 하느냐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의 생각이 정말 짧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툭 까놓고 말해서 나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서 할아버지가 될 것이고, 그때의 입장을 미리 짐작해 본다면… 나이는 들었지만 무엇이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런 의지를 가지고 하는 어르신들의 일을 나는 잠깐의 불편함으로 온갖 짜증을 내며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의 주인공은 여든한 살의 할아버지, ‘밸런타인’ 씨다. 이 할아버지 심상치 않다. 어쩌다가 전문가가 되어버린다. 무슨 전문가냐고?! 살인 전문가라고 해야 하나?! 밸런타인 씨는 아내를 죽게 만든 세 명의 망나니에게 복수를 결심하게 되고, 그 복수심으로 망나니1을 죽이게 된다. 근데 이 망나니1을 죽이는 방법이 영 시원치 않다. 자신의 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너무 허무하게 죽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정말, “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라고 할만하다. 어쨌든 복수극은 시작되었고, 나머지의 마무리를 위해서 양로시설과 같은 수도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그의 행복한 미소에 사람들은 동요하고, 결국 다양한 노인들이 주축이 되어 수도원 집행위원회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전문가의 길을 가게 된다 ㅡ. 과연 그들 집행위원회의 행보는 어떻게 흘러갈 것이며, 밸런타인 씨의 복수극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주인공이 여든 한 살의 할아버지라는 사실과 그를 둘러싼 공간이 삶과 죽음이 혼재되어있는 수도원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는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이용하여 시원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실제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순히 시원하다기보다는 뭔지 모를 씁쓸함이 앞선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공간에서 전해지는 어떤 무거움 때문일까?! 우리는 항상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삶의 내리막과 동의어로만 사용한 것은 아닌지, 또한 내리막과 죽음을 그렇게 마냥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ㅡ.

언젠가부터 실버산업이 뜰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나가는 방향이다. 하지만, 단순히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양적 성장을 해나가기 보다는, 질적 성장을 우선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를 통해 진정으로 이 시대의 실버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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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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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는 엘리트 남편과 미인이며 남편 못지않은 학력을 소유한 아내, 그리고 귀여운 그들의 두 자녀 ㅡ. 어디하나 부족해보일 것 없는,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던 이 한 가족이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로부터 1년 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ㅡ.

 

 

 

 

『우행록』은 일가 살해 사건 피해자의 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형식의 글이다. 부부와 두 아이가 한적한 주택가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되었고, 책 속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는 이 부부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 이웃 사람, 아내와 함께 요리를 배우던 수강생, 회사 동료, 대학 동기 등을 인터뷰한다. 이 인터뷰를 통해서 살해당한 부부의 다양한 모습들을 파악할 수도 있고, 또 직접 인터뷰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로 인해 부부의 주변인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는 서서히 큰 틀을 맞춰간다 ㅡ.

“3세 여아 영양실조 사망, 모친 체포, 유아 방기 혐의”
라는 짧은 기사로 『우행록』은 시작된다. 하지만 『우행록』에서 중심이 되는 사건은 무참히 살해된 한 가족이다. 왜, 시작은 살해된 가족과는 상관없는 3세 여아의 사망 기사로 시작되는 것일까?! 각각의 인터뷰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시작부터 의문이 생겨난다. 재미있는 사실은, 수많은 의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쌓여만 간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거의 끝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ㅡ.

궁금증은 계속해서 더해만 간다. 또한 글을 조금씩 읽어나갈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도대체 이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으로 어떤 결론을 도출해내려고 하는 것인지… 보통의 미스터리가 그렇듯,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면서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결국에는 범인을 찾아가는 것이 정석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범인을 찾는 일 따위를 점점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ㅡ.

우행록(愚行錄)
‘어리석은 짓을 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라고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과 일가족 살해 사건이라는 사실만을 놓고 볼 때에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이 피해자를 향한 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그런 생각들과 일치해나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은 어느 특정인에게만 향한 것은 아니었다. 살해된 부부가 그 대상일수도 있고, 인터뷰이들이 그럴 수도 있고, 혹은 이 책을 읽은 나와 당신들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자신을 중심에 놓고 모든 이야기들을 해나가는 인터뷰이들만을 향한 말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향해 “쯧쯧, 어리석은 것들…….” 이라고 한다면 정작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것이리라 ㅡ.


 

 

  

 

“진실은 결코 하나가 아니고, 아무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모든 일의 진실은 하나다. 하지만, 진실은 하나가 아니다. 무슨 말장난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일어난 사건은 하나인데, 그 사건에 대한 시선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누구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이 점점 중심으로 이동되어 갈 뿐이다. 그것이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 생각하면서도 결국에는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놓고 싶어 하는 것 ㅡ. 이런 사실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인간에게 향하는 것은 분명 비난과는 거리가 있어 보임에는 틀림없을 것이고, 인간을 어리석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이런 인간을 어리석다고 표현할 수 있다면 모든 인간과 어리석음과는 동의어로 놓여도 결코 반박할 수 없지 않을까?!

『우행록』은 인간 그 자체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누구에게나 있고, 결국에는 드러나기 마련인 인간 본연의 모습들을 치밀한 구성과 함께 잘 나타낸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리석음을 넘어 슬프기까지한 인간의 모습과 그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깊은 한 숨을 한 번 내쉬어 본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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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 제너시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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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수상’이라는 말을 앞세우는 책치고 그 명성에 걸맞은 책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그런 미사어구(?!)를 앞세우는 책들이 그리 좋게만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전 세계 22개국 베스트셀러 진입’, ‘아마존 2009년 올해의 책’, ‘영국 가디언 紙 청소년 문학상 최종심’, ‘오스트레일리아 청소년이 선정한 책’, ‘뉴질랜드 포스트 북 어워드 수상’, ‘에스더 글렌 어워드 수상’이라는 수많은 어구를 달고 있는 이 책, 『2058 제너시스』는 정확히 나의 생각과는 반대되는 책이라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전쟁과 전염병으로 세상은 끝을 향해 달린다. 이에 사람들은 그런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한다. 기업가 ‘플라톤’은 남태평양의 섬을 사들여 자신의 공화국을 만들게 된다. 섬 주위 높은 해양 방벽으로 전쟁과 전염병으로 부터 완벽하게 분리된 세상을 만든 것이다. 이 공화국은 철저하게 게놈에 의해 구분되는 신분제 사회이자, 경찰국가이다. 주민들이 안전을 보장받고, 그들의 의지는 국가에 넘긴 것이다. 이런 공화국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2058년에 태어난 ‘아담’은 경계 근무 중 바다 위를 표류하는 소녀를 발견하게되는데, 그의 임무는 그 소녀를 사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동료를 죽이게 되고, 결국 재판에 회부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사형을 면한 아담은, 대신 ‘아트’라는 로봇과의 감옥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ㅡ.

공화국은 아트가 아담을 통해서 자극을 받고, 자기 학습으로 인해 완벽한 개체가 되기를 원하기에 아담과 함께 감옥 생활을 하게 한다. 아트는 인간에 앞서는 로봇의 우위를 주장하고, 아담은 그래도 인간이 우위에 있다는 주장을 한다. 그런 그들의 충돌이 이야기 속에 녹아나고, 그 속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에 대한 그 무엇인가를 찾아가게 된다 ㅡ.

『2058 제너시스』는 액자 구성이다. 앞서 말한 ‘아담’의 이야기를, 주인공 ‘아낙시맨더’가 공화국 최고지성집단인 학술원에 들어가기 위한 면접의 주제로 정하게 되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전체적인 구성도 상당히 간단하다. 면접을 진행하는 1교시에서 마지막 4교시까지의 구성인 것이다. 상당히 간단한 구성으로, 보통의 다른 소설에 비해 적은 분량으로 부담 없이 읽어나가게 만드는 강한 흡인력을 자랑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생각이상의 깊은 내용을 담고 있었기에 책을 읽고 난 후 그 느낌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할 정도로 또 다른 강렬함까지 안겨줬다. 특히나 마지막부분에 던져지는 반전은 소설적으로서 전해줄 수 있는 큰 매력과 동시에 마치 철학책을 읽는 느낌을 주는 큰 생각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ㅡ. 

  

“너는 인간의 수명이 짧다고 비웃었지만,
바로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삶에 생명을 불어주는 거야.”
- p132

 

관념이라는 것에서 지금의 모든 것이 형성되었다면, 시간으로 인해 다시 그 관념이 바뀌어 가게 되고, 다시 모든 것이 바뀌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그 관념이라는 것 자체도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렇게 『2058 제너시스』는 인간이 그 스스로를 특별하게 바라봐야할 존재가 없다는 사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담이라는 인간과 아트라는 진보한 사유기계 사이의 지적 충돌에서 진정 우리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ㅡ. 과연, 내가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는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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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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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레드 콤플렉스’덕분에 좌측으로 좀 치우쳐져 있다싶으면 좌빨이네, 빨갱이네 하면서 난리다. 일단, 난리치는 것은 제쳐두고……. 〈한겨레21〉 800호 특집에서 조사한 정치 성향 설문에서 52명의 정치인, 지식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제치고 가장 왼쪽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면서도, 시장의 자유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까지도 가장 높은 쪽의 성향을 드러내어 ‘자유주의 좌파’로 규정되었다는 인물이 있다. 진보 칼럼니스트이자 어린이 인문교양 잡지 〈고래가 그랬어〉의 발행인, ‘김규항’ ㅡ. 그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이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라는 제목의,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ㅡ.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는 인터뷰어 지승호가 유쾌한 급진주의자라고 소개하는 김규항을 만난 이야기를 다룬, 인터뷰집이다 ㅡ. 원래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서 그런지, 편안하게 농담도 주고받으며 우리 사회를 이야기한다. 편안하게 이야기하지만,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닌, 이 시대의 진정성을 이야기한다. 시대를 이야기하고, 문화를 이야기하고, 진보와 함께하던 촛불을 이야기 한다. 여기에다가 예수까지 이야기하고, 교육도 이야기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내지만, 굳이 큰 주제를 찾으라면 “진보와 영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은 지금,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생각해본다 ㅡ.
어디선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 단순히 ‘살기 좋은 나라’, ‘모두가 행복한 나라’, ‘희망이 넘치는 나라 ’,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나라 ’ 라는 답변에서부터 , ‘진실이 통하는 나라’, ‘정의가 실현되는 나라’, ‘법이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나라’, ‘자신과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는 나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나라’ 라는 답변까지… 심지어 ‘입법 사법 행정이 완벽히 분리된 나라’ 라는 정말 당연한 것을 원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살기 좋은 나라, 행복과 희망이 넘쳐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나라였으면 좋겠다는 답변이야 누구나 생각하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정의와 진실, 법을 들먹이고, 차별과 배려를 필요로 하는, 그리고 헌법에도 나와 있는 삼권 분립(솔직히 하자면, 행정부의 절대적 우위의 삼권 분립이기는 하지만…)을 들먹이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만큼 우리 사회가 삐딱하게 흐른다고 봐도 될까?!

위에서 열거한 답변 외에도 많이 나온 답변이 ‘통합과 화합’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기에 내놓은 답변이리라 ㅡ.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지금의 우리사회는 통합과 화합과는 반대로, 모든 것이 편 가르기 식의 양상을 보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점차 사라져갈 것으로만(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지역감정이나,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자연스럽게(?!) 구분하는 것, 그리고 개인의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좌, 우로 구분하는 등의 선긋기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자신을 어느 한 곳에 가두어 버리고는 또 다른 곳을 향해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 내가 그렇고, 당신이 그렇다 ㅡ.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내 스스로가 좌익, 우익을 나눠서 생각하고, 신자유주의도 비판하지만, 실제로 그에 대해서 정말 순수하게 고민해본적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혁명가가 만들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건 제 심리적 평온뿐이다”라는 김규항의 말이 가슴에 와 깊게 박힌다. “진보와 영성”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영성을 따로 떼어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굳이 종교가 아니라도 종교적일 수는 있다는 그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면서, 다시 한 번 나 스스로를 돌아본다 ㅡ.

 



 

“어떤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누군가가 질문해온다면, 과연 나는 혹은 우리들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전자와 후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서로를 줄 세우고 또 다시 그것으로 싸우고 있지나 않을는지……. 이제는 생각을 달리해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휴, 이제는 생각만으로 그치는 것에서도 벗어나야 할 텐데 말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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