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조이 슬링어 지음, 김이선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부터 우리 집에 택배 할머니(오늘은 할아버지였다)가 오신다. 응?! 그렇다!! 택배 아저씨도 아닌, 택배 할머니다. 모 택배 회사에서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를 위해, 할아버지ㆍ할머니들이 지역 아파트에서 택배를 배달하는 ‘아파트 실버택배 서비스’라는 것을 실시하는 모양이다. 노인 일자리 창출?!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받는 나로서는 상당히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아파트라지만 어르신들께서 주소를 제대로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겨우겨우 찾아오시면 정말 많이 힘들어 하신다. 거의 주저앉으신다. 그러면 내가 운송장에 사인해서 드린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택배를 많이 이용하는, 그래서 거의 나흘째 계속 똑같은 모습을 보고 있는, 나로서는 불편하다 못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짜증도 난다. 왜?! 왜!! 하필 힘든 택배 일을 어르신들께 하게 하느냐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의 생각이 정말 짧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툭 까놓고 말해서 나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서 할아버지가 될 것이고, 그때의 입장을 미리 짐작해 본다면… 나이는 들었지만 무엇이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런 의지를 가지고 하는 어르신들의 일을 나는 잠깐의 불편함으로 온갖 짜증을 내며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의 주인공은 여든한 살의 할아버지, ‘밸런타인’ 씨다. 이 할아버지 심상치 않다. 어쩌다가 전문가가 되어버린다. 무슨 전문가냐고?! 살인 전문가라고 해야 하나?! 밸런타인 씨는 아내를 죽게 만든 세 명의 망나니에게 복수를 결심하게 되고, 그 복수심으로 망나니1을 죽이게 된다. 근데 이 망나니1을 죽이는 방법이 영 시원치 않다. 자신의 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너무 허무하게 죽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정말, “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라고 할만하다. 어쨌든 복수극은 시작되었고, 나머지의 마무리를 위해서 양로시설과 같은 수도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그의 행복한 미소에 사람들은 동요하고, 결국 다양한 노인들이 주축이 되어 수도원 집행위원회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전문가의 길을 가게 된다 ㅡ. 과연 그들 집행위원회의 행보는 어떻게 흘러갈 것이며, 밸런타인 씨의 복수극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주인공이 여든 한 살의 할아버지라는 사실과 그를 둘러싼 공간이 삶과 죽음이 혼재되어있는 수도원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는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이용하여 시원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실제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순히 시원하다기보다는 뭔지 모를 씁쓸함이 앞선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공간에서 전해지는 어떤 무거움 때문일까?! 우리는 항상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삶의 내리막과 동의어로만 사용한 것은 아닌지, 또한 내리막과 죽음을 그렇게 마냥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ㅡ.

언젠가부터 실버산업이 뜰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나가는 방향이다. 하지만, 단순히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양적 성장을 해나가기 보다는, 질적 성장을 우선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를 통해 진정으로 이 시대의 실버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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