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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오랜 시간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레드 콤플렉스’덕분에 좌측으로 좀 치우쳐져 있다싶으면 좌빨이네, 빨갱이네 하면서 난리다. 일단, 난리치는 것은 제쳐두고……. 〈한겨레21〉 800호 특집에서 조사한 정치 성향 설문에서 52명의 정치인, 지식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제치고 가장 왼쪽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면서도, 시장의 자유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까지도 가장 높은 쪽의 성향을 드러내어 ‘자유주의 좌파’로 규정되었다는 인물이 있다. 진보 칼럼니스트이자 어린이 인문교양 잡지 〈고래가 그랬어〉의 발행인, ‘김규항’ ㅡ. 그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이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라는 제목의,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ㅡ.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는 인터뷰어 지승호가 유쾌한 급진주의자라고 소개하는 김규항을 만난 이야기를 다룬, 인터뷰집이다 ㅡ. 원래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서 그런지, 편안하게 농담도 주고받으며 우리 사회를 이야기한다. 편안하게 이야기하지만,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닌, 이 시대의 진정성을 이야기한다. 시대를 이야기하고, 문화를 이야기하고, 진보와 함께하던 촛불을 이야기 한다. 여기에다가 예수까지 이야기하고, 교육도 이야기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내지만, 굳이 큰 주제를 찾으라면 “진보와 영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은 지금,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생각해본다 ㅡ. 어디선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 단순히 ‘살기 좋은 나라’, ‘모두가 행복한 나라’, ‘희망이 넘치는 나라 ’,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나라 ’ 라는 답변에서부터 , ‘진실이 통하는 나라’, ‘정의가 실현되는 나라’, ‘법이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나라’, ‘자신과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는 나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나라’ 라는 답변까지… 심지어 ‘입법 사법 행정이 완벽히 분리된 나라’ 라는 정말 당연한 것을 원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살기 좋은 나라, 행복과 희망이 넘쳐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나라였으면 좋겠다는 답변이야 누구나 생각하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정의와 진실, 법을 들먹이고, 차별과 배려를 필요로 하는, 그리고 헌법에도 나와 있는 삼권 분립(솔직히 하자면, 행정부의 절대적 우위의 삼권 분립이기는 하지만…)을 들먹이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만큼 우리 사회가 삐딱하게 흐른다고 봐도 될까?!
위에서 열거한 답변 외에도 많이 나온 답변이 ‘통합과 화합’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기에 내놓은 답변이리라 ㅡ.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지금의 우리사회는 통합과 화합과는 반대로, 모든 것이 편 가르기 식의 양상을 보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점차 사라져갈 것으로만(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지역감정이나,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자연스럽게(?!) 구분하는 것, 그리고 개인의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좌, 우로 구분하는 등의 선긋기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자신을 어느 한 곳에 가두어 버리고는 또 다른 곳을 향해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 내가 그렇고, 당신이 그렇다 ㅡ.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내 스스로가 좌익, 우익을 나눠서 생각하고, 신자유주의도 비판하지만, 실제로 그에 대해서 정말 순수하게 고민해본적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혁명가가 만들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건 제 심리적 평온뿐이다”라는 김규항의 말이 가슴에 와 깊게 박힌다. “진보와 영성”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영성을 따로 떼어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굳이 종교가 아니라도 종교적일 수는 있다는 그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면서, 다시 한 번 나 스스로를 돌아본다 ㅡ.
“어떤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누군가가 질문해온다면, 과연 나는 혹은 우리들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전자와 후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서로를 줄 세우고 또 다시 그것으로 싸우고 있지나 않을는지……. 이제는 생각을 달리해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휴, 이제는 생각만으로 그치는 것에서도 벗어나야 할 텐데 말이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