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이스케이프 Escape 1
척 호건 지음, 최필원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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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느와르’를 이야기하면, 한 때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홍콩 느와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표작인 《영웅본색》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큰 파급효과를 미쳤다. 어두운 이야기이지만 많은 이들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던 영화. 범죄자들이 바글바글한 영화에 많은 이들이 열광을 한 이유는 적어도, 화면상에 나타나는 총을 쏘고, 의리 있게만 보이는 그들의 멋진 모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그런 어둠의 이면에 진한 우정이나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런 글을 쓰면서 지난 기억을 돌이켜보니 다시 아련해 진다. 그리고 지금, 우연히 만나게 된 한 권의 책에서 예전에 느꼈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느껴지는 그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더 반갑고 즐거운 책, ‘감성 느와르!’라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작품, 『타운』이다. 

  범죄와 타락, 배신, 그리고 파멸과 죽음만이 남겨지는 공간. 그 공간은 그저 어둡고, 우울하게만 드러난다. 그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랑을, 혹은 사랑으로 그 어둠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하는 한 남자가 있다. 미래를 위해 과거를 붙잡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래를 위해 과거를 놓아야만 하는 남자가 『타운』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밝은 거리인 듯 느껴지지만, 금세 돈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차 어두워지는 거리, 그래서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런 공간의 중심에 말이다. 그 공간에, 한 남자의 이야기가 놓여있다. 

  하키마스크를 쓰고, 총을 겨누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 너머로 찰스타운의 거리가 펼쳐진다. 은행과 현금수송차량 강도의 온상이 된 매사추세츠의 찰스타운. 『타운』은 -앞서 언급한 한 남자를 포함해- 그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찰스타운에서 살아가는 은행-물론 현금수송차량이 그들의 목적이 되기도 하는…- 강도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그’와 ‘젬’, ‘글론시’, 그리고 ‘데즈’가 벌이는 은행 강도짓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뜻하지 않게 그들의 인질이 되어버린 ‘클레어 키시’와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리는 더그, 그리고 사건의 해결을 위해 뛰어든 FBI요원 ‘애덤 프롤리’가 얽히고설키면서 이야기는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척호건’을 ‘데니스 르헤인’과 함께 보스턴 느와르의 절대 강자로 급부상하게 만들었다는 작품이자,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타운』. 척호건을 데니스 르헤인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라 그런지 많은 이들의 추천 글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하고, 스피디하고, 스타일리쉬하다.” 는 ‘제프리 디버’의 추천 글이 나의 생각과도 딱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마냥 거친 것 같지만 치밀함이 함께하는 스마트함이 남아있고, 이런 저런 감정에 휘둘린다고 가끔씩 처질 수밖에 없는 느낌을 순간순간 스피디하게 바꿔버리는 스타일리쉬함이 존재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인공을 비롯한 각각의 캐릭터가 아주 매력적이다, 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 대한 미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도 생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혹시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미화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환경, 아쉬운 선택으로 인해 홀로 남겨진 인물들에 대한 동정, 혹은 연민의 감정이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면, 보통의 느와르와 『타운』에서 보여주는 결말이, 이야기 속에서 이런저런 나쁜 짓을 일삼는 그들에 대한 단죄로 부족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에 남겨지는 아련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책을 읽기 전, 느꼈던 첫 느낌과는 다르게 지극히 감성적이 되어가는 나의 모습이, 사랑과 우정, 타락과 구원,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방황하며 고뇌하는 많은 인물들과 겹쳐지면서 더더욱 감성적이 되어만 간다. 

 

인생은 옳든 그르든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거라고.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언제 잘지, 누구랑 잘지.
여기서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것으로 끝이야.
두 번째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고, 맥크레이.  -P371 

 

 인생은 온갖 선택으로 가득 차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 앞과 뒤는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그것이 내 생각의 전부였다. 선택의 마지막에는 결론이 뒤따르고, 그 결론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당연한 사실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된 선택으로 삶 전체가 뒤틀릴 수도 있고, 때로는 그로인해 모든 것이 끝날 수도 있다는 심각함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애써 무시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바로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타운』이 주는 결말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어쩔 수 없는 환경, 혹은 단순한 생각으로 맞이하게 되는 결과의 심각함은 세상의 모든 이들-하나의 예외도 없이…-에게 던져주는 일종의 경고가 아닐까?! 

 음… 한 권의 책을 이야기하다가 너무 심각한 방향으로 빠진 것 같은데,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나의 주절거림이니 대충 넘어가시고……. 결론은 그리 심각하게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스릴가득하고 속도감 넘치는 액션범죄-물론 그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만을 생각한다면 잠시 혼동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느와르’라는 말을 언급했던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책에 대한 재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작품은 ‘벤 애플렉’이 연기와 연출을 함께 맡은 영화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원작과 영화가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그 두개를 직접 만나보고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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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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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어떤 것을 통해서 한 번 느낀 즐거움은 두 번, 세 번이 반복됨에 따라 처음에 느꼈던 즐거움은 차츰 사라져만 간다. 이미 한 번 겪은 것은 그 어떤 것이든 식상하게 된다는 말이다. 굳이 이런저런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정말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막상 그것을 손에 넣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물론 즐겁고, 한없이 기쁘다. 하지만 시간이 또 지나면 어떻게 되는가. 즐거움은 익숙함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그것이 권태로, 그리고 허무함과 무기력함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때로는 오히려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들이 더 즐거웠다는 생각마저 들 것이다. 그러고는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권태, 지루함 등의 단어로 나타나는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자 더더욱. 사람이라는 그 자체가 그런 속성이 있는 것 같다. 계속해서 자극적인 뭔가를 갈구하는 것 말이다. 

  추리 소설을 접하게 되고, 그 재미에 빠지다보면 언젠가 부터는 그것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우연히 접한 추리 소설을 통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찾게 되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기껏해야 좀 더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찾거나, 자신들이 직접 이런저런 생각을 해서 문제를 만들어내는 정도일 텐데, 이를 뛰어넘어 직접 만든 문제를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자들이 있다면 믿겠는가!? 아, 물론 소설 속의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 이런 이야기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아무튼, 자신들이 직접 만든 트릭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다. 이미 많은 작품으로 알려진 ‘우타노 쇼고’의 『밀실살인게임』이다. 

  ‘두광인’, ‘044APD’, ‘aXe’, ‘잔갸 군’, ‘반도젠 교수’라는 닉네임을 가진 다섯 사람이 인터넷 공간에 모여 있다. 이들은 게임을 즐기고 있다. 한 사람이 문제를 내고 나머지 사람들이 답을 맞히는 추리 형식의 이 게임은, 보통 인터넷 공간에서 펼쳐지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이 게임은 2차원의 세계에서 단순히 말로써 하는 게임이 아니라, 그곳에서 뛰쳐나와 3차원의 세계에서 직접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그들은 문제를 만들어 내기위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살인이라는 행동을 말이다. 차례로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문제를 만들고-그 속에 살인이 포함되어있다-,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단서들을 제시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맞추는 것이다. 제대로 된 단서도 던져주지 않은 채 답을 찾아보라고 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더없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다. 얼마나 공평한가?! 책 속의 등장인물들과 책 밖의 내가 공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일단, 트릭을 위한 살인이라는 도덕적인 측면과 관련이 있는 사항을 제외하고서, 추리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빠져들 수밖에 없고, 그저 즐거울 수밖에 작품이다. 

  정말 다양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우선, 다섯 사람이 돌아가면서 문제를 내고, 그 정답을 맞추어가는 과정을 나 역시도 그들 틈에 숨어들어서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나의 추리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한 번쯤은 가늠해 볼 수 있을 만큼 즐거운 시간들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히 문제를 내고, 그 트릭을 알아맞히는 것의 반복에만 그 모든 즐거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흘러간다’는 구조 또한 더 없이 멋진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각각의 이야기들과 다섯 사람이 한 점으로 모아지면서 이야기가 보다 큰 틀에서 진행되어가는 반전을 맛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추리와 스릴러 장르의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을 때 쯤,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인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찾아보니 아주 간단하면서도 멋지게 그들의 정의를 내린 글을 보게 되었다. 스릴러의 거장으로 알려진 ‘제프리 디버’가 한 말이라는데, 미스터리가 던지는 질문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이고, 스릴러가 던지는 질문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라고 한다. 미스터리가 독자들에게 퍼즐을 던져준다고 한다면, 스릴러는 독자들을 롤러코스터 맨 앞차에 태운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왜 이런 말을 하냐면, 『밀실살인게임』이 이 두개의 장르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문제를 내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혹은 “그 일은 어떻게 벌어졌는가?”를 향한 글이었다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향한다. 갑작스럽게 추리에서 스릴러로 변화되기까지 하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까지 만날 수 있음에 더 놀랍고도, 매력적인 느낌이 아직도 나를 놓아주고 있지 않는 것이다. 뭐, 쓸데없이 복잡하게 이야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은 다양한 놀라움으로 재미를 준다는 것이라는 사실, 그래서 강추한다는… 뭐 그런 것이다. 

  이런저런 추리를 해보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를 짓누르고 있던 어떤 감정-앞서 언급했던 도덕적인 측면…-을 즐거움이라는 이름하에 계속해서 숨겨둘 수는 없었다.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어서 죽인 게 아니라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죽였지.” 라는 나를 사로잡던 단 한 줄에 대한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가끔씩, 아니 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의 문제로 넘어가는 그 순간순간마다 두 가지 감정이 공유했다. 다음은 또 어떤 트릭이 날 사로잡을까, 라는 아주 단순한 하나의 생각과 그 트릭을 사용함에 있어서 희생이 되는 사람이 이곳에 모인 다섯 사람의 사랑하는 가족 중 누군가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는, 나 역시 이 다섯과 별반 다르지 않은-악랄하다고 할만한- 또 하나의 생각이 그것이다. 재미를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데, 반대로 나를 포함한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의 단순한 재미를 위해 죽어간다면!? 이 일들이 마냥 즐겁게만 느껴질 수 있을까!? 

  마냥 즐겁게만 느낄 수 없다는 나의 생각은 그저 너무나도 앞선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잘 생각해보면 일종의 스포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의 생각을 읽고 있었다는 듯, 앞선 생각 따위는 할 필요도 없다는 듯, 작가는 그 부분에 있어서 어떤 세심함을 놓치지 않는다. 나의 악랄한 생각, 그저 단순한 상상이 책에서 펼쳐지게 되는 것이었다. 단순히 써보고 싶은 트릭으로 인한 살인, 흔히 이야기하는 묻지마 살인이라는, 어쩌면 그 끝을 알고서도 허무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그렇게 허무하게 끝맺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우면서 대단하다고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밀실살인게임』은 본격 미스터리물에 가장 적합한 공간을 창출해내면서, 그 공간 설정에 사용되는 도덕적 측면까지 고려한 하나의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야기는, 추리에서 스릴러로 넘어가는, 어떻게 보면 전혀 짐작도 못했을 만큼의 극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To Be Continued”라는 단 한 줄의 마무리도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하나의 멋진 작품으로 마무리되기도 하면서, 단순히 그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황당함과 또 다른 설렘 등이 뒤죽박죽 섞여 묘한 매력으로 남겨진다.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매력들을 던져줄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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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와 비채 장르문학 대격돌》
이라는 이름으로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문학동네의 「블랙펜클럽」이나 비채의 「블랙&화이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중에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이 몇 권인지 찾아보니 서른 여 권..!! 블랙펜클럽의 책들은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비채의 책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생각난 김에 내가 꼽는 시리즈 최고의 작품(물론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라는 아쉬움이 있지만..)을 정리해본다.

- 문학동네의 「블랙펜클럽」    

우타노 쇼고의 《해피엔드에 안녕을》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작가,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다. 평범함에서 시작해 평범한 세상 속에서 나를 무장해제 시키고는, 그 세상과 그 속에 빠져있던 나를 무참하게 흔들어 버리던 작품이다.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나듯이 이 속에는 해피엔드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결말이 행복이 아니라고해서 무조건 불행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야기는 안티 해피로 끝나도 그 후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직접 써나가는 것이니까…….
 

 


- 「블랙&화이트」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2009년을 휩쓸었던 책이다. 이야기는 중학교 여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어린 학생이 더 어린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살인이 있고, 또 다른 복수와 용서가 있으며,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증오, 선생과 제자의 관계, 친구와의 우정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시점에서 풀어놓는다.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이야기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그래서 더 빠져들 수 있었던 책이다 ㅡ.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 졌고, 조만간 국내에서도 개봉한다니 다시 한 번 《고백》열풍이 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모중석 스릴러 클럽」 

스콧 스미스의 《심플 플랜(Simple Plan)》
 

모중석 스릴러 클럽 중에서 가장 먼저 만났고, 그 즐거움 또한 컸던 책이라 이 책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연히 주인공 행크와 그의 형 제이콥, 그리고 제이콥의 친구 루가 함께 길을 가다, 눈 덮인 숲속에서 추락한 경비행기 속의 죽어있는 사람과 4백40만 달러의 돈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6개월 동안 돈을 보관하고 아무 일 없으면 돈을 나눠 갖자는 간단한 계획을 세우며, 독자들로 하여금 5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두께가 전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숨 가쁘게 달려가게 만든다. 이미 오래전에 영화로도 나왔던 작품이다. 인간의 본성, 그 자체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일까, 오래되어도 오래된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 멋진 작품이다. 



그밖에도 놓칠 수 없는 책들에는 뭐가 있을까..? 

    

 

 

 

 

 

 

 

 

(물론 이보다 더 많은, 멋진 작품이 있다는 사실..!!)   

 

- 그렇다면 아직 못 봤지만 꼭!! 보고 싶은 책은 뭐가 있을까?!  【보고싶은 책 4권!!】


《스트레인 1》, 《스트레인 2》 


언젠가 부터 무작정 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책이다. 뱀파이어 장르의 시장 확대(?!)로 인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었는데, 지금까지 봤던 다른 뱀파이어물과는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더 궁금해진다.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2010년 한 해 동안 「블랙&화이트」는 블랙스러웠다. 그 블랙스러움을 깨고 마지막에 화이트스러운 소설이 출간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미 드라마로 그 내용은 검증을 받았으니 책 선택의 실패와는 거리가 먼 확실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언젠가 누군가가 ‘놓칠 뻔 했던 멋진 책’(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느낌이었다!!)이라며 이 책을 소개했었는데, 잊고 있었다.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오른 만큼 이번에는 놓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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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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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이야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책이 바로 이 책,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아닐까 싶다. 서정적인 제목과 표지의 아련한 느낌만으로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기에 이 책이 던져주는 결론은 더 충격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전으로 인해 많은 이들을 순간 멍때리게 만들면서도, 미스터리 그중에서도 서술 트릭의 매력에 빠지게끔 만드는 작품,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한 번 만나 볼까?! 

 

여자를 좋아하고, 섹스를 좋아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영혼을 뒤흔들 만한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주인공 ‘나루세’가 아사미야 사쿠라라는 여자를 지하철에서 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연히 그녀의 연락을 다시 받게 되고, 그녀와의 벚꽃 같은 은은한 사랑의 감정을 쌓아가게 된다. 한편 고등학교 후배의 부탁으로 나루세는 뺑소니 사건과 그에 연관된 호라이 클럽의 진상을 캐기 위해 어설픈 탐정의 역할을 하게 된다. 호라이 클럽을 파고들수록 그들의 비열한 범죄에 치를 떨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나루세도 위험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들이 이리저리 얽히고설키게 되고, 결국에는 단 한방으로 풀리게 된다. 

 

이번에는 속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처음부터 하나하나 신중하게 읽어나갔다. 하지만 결국에는 또 당하고 말았다. 분명히 정신 바짝 차리고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다시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것은 어느 순간 닥친 집중력의 저하가 아닌, 나 스스로에게 있었던 또 다른 큰 문제였던 것이다. 나를 사로잡고 있는 선입견이 바로 문제였다. 모든 것을 알고 난 후에도 난 쉽게 수긍하지 못했다. 책을 읽는 도중에 잠깐이지만 그런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설마, 혹은 그럴 리 없다, 는 생각을 넘어갔던 것이 문제였다. ‘어떤 경우에 누구는 이렇게 할 것이다.’라는 어줍짢은 생각, 즉 편견이라는 놈으로 인해 이 트릭을 풀어버릴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더 큰 것을 얻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 작품은 단순히 누가 속고 속지 않았냐, 이 트릭을 풀었냐, 그렇지 않았냐 에만 그 즐거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결론에 이르러서 느끼거나 얻게 되는 새로운 시선에 그 즐거움, 아니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사실 반전을 따지지 않고, 사회파 추리소설로 인식하고 읽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어쩌면 전혀 문제없음으로 인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반전에 빠지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암튼, 반전만을 생각하고 읽어나간다면 다른 재미들을 놓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기는 것이 더욱더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거야, 꽃이 떨어진 벚나무는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기껏해야 나뭇잎이 파란 5월까지야.
하지만 그 뒤에도 벚나무는 살아 있어. -P506
 

 

그래도 ‘난 반드시 이 트릭을 밝히고 말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이 구절이 어느 정도의 힌트가 될 것 같다. 또한 책의 뒤편에 있는 ‘도움말’ 역시도 큰 힌트가 될 것이다. 반전이 있기에 속 시원히 그 끝을 밝히고, 그에 대한 나의 편견들을 비롯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지 못함이 아쉽기는 하지만, 글을 읽는 동안 느끼고, 책의 마지막에 느꼈던 그 즐거움만으로도 충분한 책,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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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 시모다
리처드 바크 지음, 박중서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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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나를 일깨우는 단 한 마디의 말을 던졌다. 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물론 당사자인 나를 제외하고는- 당연한 말 이였음에도 나를 번쩍 하게 하는 말이었다. 정말 단순한 말이지만, 그래서 그 누구라도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잊고 있었던 말이었다. 난 왜 그 순간, 그렇게 쉬운 한 마디의 말도 잊고, 그저 힘들다며 발버둥 치고 있었던 것일까?! 그 순간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랬던 것 같다. 우리의 배움은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다시 알아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왜 그런 책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나 뭐래라. 아주 단순한 사실, 그래서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도 순간순간 잊고 살아가는 요즘이다. 그런 순간들에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다시 알아내는 배움을 던져주는 책을 만나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너희가 자유와 기쁨을 그토록 갈망한다면,
너희는 어째서 그것이 너희 바깥의 어디에도 있지 않음을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가 그것을 가졌다고 말하라, 그러면 너희는 진실로 그것을 가질 것이니!
그것이 너희의 것인 양 행하라, 그러면 진실로 너희의 것이 되리라!’ -P67 

『기계공 시모다』를 간단히 한다면-간단히 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말로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원하는 것을 가졌다고 말하고, 나의 것인 양 행동하면, 진실로 나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진리 아닌 진리를 이야기 한다. 하지만 문제는 -책 속에서도 이야기 했듯이-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기적만 바란다는 것이다. 책의 띠지에도 언급되고 있는 《연금술사》나 《시크릿》에서도 그랬듯이 그 기본이 되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이유는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계공 시모다』는 그들과는 또 다르다. 같지만 다르다는 말이 단순히 말장난 같아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밖에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모다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까…….

이야기 속의 ‘리처드’가 만난 ‘시모다’는 메시아이다. 리처드가 시모다를 만나게 되고, 《메시아 핸드북》을 만나게 되면서 그를 통해 뭔가를 하나씩 배워가는 이야기가 담긴 것이 『기계공 시모다』이다. 물 위를 마치 땅인 것처럼 걷고, 땅을 마치 바다인 것처럼 헤엄치고, 하는 이야기가 그저 환상처럼, 무슨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가기엔 뭔가 아쉽게만 느껴질 것도 사실이다. 더 많은 생각, 더 깊은 생각을 위해서라고 리처드가 뭔가를 물어도 쉽게 대답해주지 않는 시모다. 적절한 질문을 하게끔 하고, 그를 통해서 이미 스스로 답변을 내놓게 만드는 것이다. 허구니 환상이니, 하면서 헷갈리기만 하는 이야기들만 늘어놓아서, 어쩌면 그것으로 인해 또다시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 역시 보다 많은 생각, 보다 깊은 생각을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불의와 / 비극에 대한
믿음의 깊이가 / 곧 당신의 무지의 표시다.
애벌레가 / 세상의 종말이라 부르는 것을,
신은 / 나비라고 부른다. -P222


항상 나 스스로가 나에 대한 한계를 긋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많은 시간, 많은 순간들을 그렇게 보내왔던 것 같다. 뭔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분명 내가 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난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야, 라는 말로 나의 한계를 정해버리고, 쉽게 포기하고 돌아섰던 것이다. 나비가 아닌 애벌레의 삶만을 살았던 것이다. 또한 나는 내 스스로에게 얼마나 진실했던가를 생각해 본다. 도대체 뭘 위해서 난 내 스스로에게도 진실하지 못했으며,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지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지도 못하면서 살았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을 그려본다. 그 중에서도, 이제는 나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나의 한계를 지워가야 할 것이라는 가장 큰 일들을 떠올리고, 다짐해본다.

왜 그런 경험 없어요? 무슨 문제를 마음속에 품고 있을 때,
아무 책이나 손닿는 대로 펼쳐 들었는데,
거기에 바로 나를 위한 글이 딱 적혀 있는 경험 말이에요. -P79


이 책에 등장하는 ‘앞서가는 영혼을 위한 조언들’을 담고 있는 《구세주 매뉴얼》혹은 《메시아 핸드북》이라고 불리는 책이 앞서 이야기한 ‘아무 책’이 되고, 이 책, 『기계공 시모다』가 그 ‘아무 책’이 된다. 무슨 말이냐면, 뭔가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 손닿는 대로 막 펼쳐 들어도 괜찮은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라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 단 한 번의 독서로, 이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는 책이니, 인생 최고의 책이니 하는 말 따위는 감히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하루하루, 순간순간 곁에 두고 언제든지 깨내 봐야할 책, 그래서 결국에는 내 삶을 바꿨다고 말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책, 『기계공 시모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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