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 시모다
리처드 바크 지음, 박중서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나를 일깨우는 단 한 마디의 말을 던졌다. 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물론 당사자인 나를 제외하고는- 당연한 말 이였음에도 나를 번쩍 하게 하는 말이었다. 정말 단순한 말이지만, 그래서 그 누구라도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잊고 있었던 말이었다. 난 왜 그 순간, 그렇게 쉬운 한 마디의 말도 잊고, 그저 힘들다며 발버둥 치고 있었던 것일까?! 그 순간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랬던 것 같다. 우리의 배움은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다시 알아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왜 그런 책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나 뭐래라. 아주 단순한 사실, 그래서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도 순간순간 잊고 살아가는 요즘이다. 그런 순간들에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다시 알아내는 배움을 던져주는 책을 만나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너희가 자유와 기쁨을 그토록 갈망한다면,
너희는 어째서 그것이 너희 바깥의 어디에도 있지 않음을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가 그것을 가졌다고 말하라, 그러면 너희는 진실로 그것을 가질 것이니!
그것이 너희의 것인 양 행하라, 그러면 진실로 너희의 것이 되리라!’ -P67 

『기계공 시모다』를 간단히 한다면-간단히 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말로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원하는 것을 가졌다고 말하고, 나의 것인 양 행동하면, 진실로 나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진리 아닌 진리를 이야기 한다. 하지만 문제는 -책 속에서도 이야기 했듯이-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기적만 바란다는 것이다. 책의 띠지에도 언급되고 있는 《연금술사》나 《시크릿》에서도 그랬듯이 그 기본이 되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이유는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계공 시모다』는 그들과는 또 다르다. 같지만 다르다는 말이 단순히 말장난 같아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밖에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모다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까…….

이야기 속의 ‘리처드’가 만난 ‘시모다’는 메시아이다. 리처드가 시모다를 만나게 되고, 《메시아 핸드북》을 만나게 되면서 그를 통해 뭔가를 하나씩 배워가는 이야기가 담긴 것이 『기계공 시모다』이다. 물 위를 마치 땅인 것처럼 걷고, 땅을 마치 바다인 것처럼 헤엄치고, 하는 이야기가 그저 환상처럼, 무슨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가기엔 뭔가 아쉽게만 느껴질 것도 사실이다. 더 많은 생각, 더 깊은 생각을 위해서라고 리처드가 뭔가를 물어도 쉽게 대답해주지 않는 시모다. 적절한 질문을 하게끔 하고, 그를 통해서 이미 스스로 답변을 내놓게 만드는 것이다. 허구니 환상이니, 하면서 헷갈리기만 하는 이야기들만 늘어놓아서, 어쩌면 그것으로 인해 또다시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 역시 보다 많은 생각, 보다 깊은 생각을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불의와 / 비극에 대한
믿음의 깊이가 / 곧 당신의 무지의 표시다.
애벌레가 / 세상의 종말이라 부르는 것을,
신은 / 나비라고 부른다. -P222


항상 나 스스로가 나에 대한 한계를 긋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많은 시간, 많은 순간들을 그렇게 보내왔던 것 같다. 뭔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분명 내가 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난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야, 라는 말로 나의 한계를 정해버리고, 쉽게 포기하고 돌아섰던 것이다. 나비가 아닌 애벌레의 삶만을 살았던 것이다. 또한 나는 내 스스로에게 얼마나 진실했던가를 생각해 본다. 도대체 뭘 위해서 난 내 스스로에게도 진실하지 못했으며,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지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지도 못하면서 살았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을 그려본다. 그 중에서도, 이제는 나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나의 한계를 지워가야 할 것이라는 가장 큰 일들을 떠올리고, 다짐해본다.

왜 그런 경험 없어요? 무슨 문제를 마음속에 품고 있을 때,
아무 책이나 손닿는 대로 펼쳐 들었는데,
거기에 바로 나를 위한 글이 딱 적혀 있는 경험 말이에요. -P79


이 책에 등장하는 ‘앞서가는 영혼을 위한 조언들’을 담고 있는 《구세주 매뉴얼》혹은 《메시아 핸드북》이라고 불리는 책이 앞서 이야기한 ‘아무 책’이 되고, 이 책, 『기계공 시모다』가 그 ‘아무 책’이 된다. 무슨 말이냐면, 뭔가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 손닿는 대로 막 펼쳐 들어도 괜찮은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라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 단 한 번의 독서로, 이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는 책이니, 인생 최고의 책이니 하는 말 따위는 감히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하루하루, 순간순간 곁에 두고 언제든지 깨내 봐야할 책, 그래서 결국에는 내 삶을 바꿨다고 말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책, 『기계공 시모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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