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이스케이프 Escape 1
척 호건 지음, 최필원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느와르’를 이야기하면, 한 때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홍콩 느와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표작인 《영웅본색》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큰 파급효과를 미쳤다. 어두운 이야기이지만 많은 이들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던 영화. 범죄자들이 바글바글한 영화에 많은 이들이 열광을 한 이유는 적어도, 화면상에 나타나는 총을 쏘고, 의리 있게만 보이는 그들의 멋진 모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그런 어둠의 이면에 진한 우정이나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런 글을 쓰면서 지난 기억을 돌이켜보니 다시 아련해 진다. 그리고 지금, 우연히 만나게 된 한 권의 책에서 예전에 느꼈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느껴지는 그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더 반갑고 즐거운 책, ‘감성 느와르!’라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작품, 『타운』이다. 

  범죄와 타락, 배신, 그리고 파멸과 죽음만이 남겨지는 공간. 그 공간은 그저 어둡고, 우울하게만 드러난다. 그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랑을, 혹은 사랑으로 그 어둠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하는 한 남자가 있다. 미래를 위해 과거를 붙잡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래를 위해 과거를 놓아야만 하는 남자가 『타운』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밝은 거리인 듯 느껴지지만, 금세 돈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차 어두워지는 거리, 그래서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런 공간의 중심에 말이다. 그 공간에, 한 남자의 이야기가 놓여있다. 

  하키마스크를 쓰고, 총을 겨누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 너머로 찰스타운의 거리가 펼쳐진다. 은행과 현금수송차량 강도의 온상이 된 매사추세츠의 찰스타운. 『타운』은 -앞서 언급한 한 남자를 포함해- 그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찰스타운에서 살아가는 은행-물론 현금수송차량이 그들의 목적이 되기도 하는…- 강도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그’와 ‘젬’, ‘글론시’, 그리고 ‘데즈’가 벌이는 은행 강도짓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뜻하지 않게 그들의 인질이 되어버린 ‘클레어 키시’와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리는 더그, 그리고 사건의 해결을 위해 뛰어든 FBI요원 ‘애덤 프롤리’가 얽히고설키면서 이야기는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척호건’을 ‘데니스 르헤인’과 함께 보스턴 느와르의 절대 강자로 급부상하게 만들었다는 작품이자,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타운』. 척호건을 데니스 르헤인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라 그런지 많은 이들의 추천 글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하고, 스피디하고, 스타일리쉬하다.” 는 ‘제프리 디버’의 추천 글이 나의 생각과도 딱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마냥 거친 것 같지만 치밀함이 함께하는 스마트함이 남아있고, 이런 저런 감정에 휘둘린다고 가끔씩 처질 수밖에 없는 느낌을 순간순간 스피디하게 바꿔버리는 스타일리쉬함이 존재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인공을 비롯한 각각의 캐릭터가 아주 매력적이다, 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 대한 미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도 생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혹시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미화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환경, 아쉬운 선택으로 인해 홀로 남겨진 인물들에 대한 동정, 혹은 연민의 감정이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면, 보통의 느와르와 『타운』에서 보여주는 결말이, 이야기 속에서 이런저런 나쁜 짓을 일삼는 그들에 대한 단죄로 부족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에 남겨지는 아련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책을 읽기 전, 느꼈던 첫 느낌과는 다르게 지극히 감성적이 되어가는 나의 모습이, 사랑과 우정, 타락과 구원,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방황하며 고뇌하는 많은 인물들과 겹쳐지면서 더더욱 감성적이 되어만 간다. 

 

인생은 옳든 그르든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거라고.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언제 잘지, 누구랑 잘지.
여기서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것으로 끝이야.
두 번째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고, 맥크레이.  -P371 

 

 인생은 온갖 선택으로 가득 차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 앞과 뒤는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그것이 내 생각의 전부였다. 선택의 마지막에는 결론이 뒤따르고, 그 결론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당연한 사실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된 선택으로 삶 전체가 뒤틀릴 수도 있고, 때로는 그로인해 모든 것이 끝날 수도 있다는 심각함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애써 무시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바로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타운』이 주는 결말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어쩔 수 없는 환경, 혹은 단순한 생각으로 맞이하게 되는 결과의 심각함은 세상의 모든 이들-하나의 예외도 없이…-에게 던져주는 일종의 경고가 아닐까?! 

 음… 한 권의 책을 이야기하다가 너무 심각한 방향으로 빠진 것 같은데,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나의 주절거림이니 대충 넘어가시고……. 결론은 그리 심각하게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스릴가득하고 속도감 넘치는 액션범죄-물론 그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만을 생각한다면 잠시 혼동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느와르’라는 말을 언급했던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책에 대한 재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작품은 ‘벤 애플렉’이 연기와 연출을 함께 맡은 영화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원작과 영화가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그 두개를 직접 만나보고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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