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강탈자의 침입 -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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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서 고향마을로 돌아온 의사 마일스 버넬(캐빈 메카시) 박사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마치 딴사람처럼 변했다고 느끼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인 베키(다나 윈터)도 아버지가 딴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친구 정신과의사에게 이런 사실을 얘기하지만 집단히스테리 정도로 가볍게 여깁니다.
이웃친구 부부의 호출을 받고 간 마일스는 이상한 시체를 목격합니다. 분명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긴 하나 사람은 아닙니다. 신체는 살아있지만 얼굴의 형태는 불분명합니다. 마일스가 베키를 데려다 주고 돌아와 보니 시체는 잠든 친구의 얼굴로 변해 있습니다. 베키가 걱정 돼 베키의 집으로 몰래 들어간 마일스는 지하실에서 베키로 복제되고 있는 신체를 목격합니다.
나중에 마일스는 사람들을 복제한 신체가 외계식물의 거대한 꼬투리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잠들면 그 사람을 복제하고 그 사람인 척 행동합니다만 감정이 없고 어딘지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합니다. 마일스와 베키는 마을사람들이 대부분 외계생물체로 바뀐 걸 알고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고속도로를 통해 외부로 나가려 합니다. 외계생물체로 변해버린 사람들이 두 사람을 추격합니다.
"신체강탈자의 침입"은 50년 넘는 세월 동안 무려 네 차례나 리메이크된 특별한 영화입니다. 아마도 잭 피니의 원작소설 '신체강탈자(The Body Snatchers)'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일 겁니다. 돈 시겔 감독의 이 영화가 첫 번째, 두 번째는 필립 카우프만 감독이 1978년에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했고(우리나라엔 "외계의 침입자"로 나왔음), 1993년에는 아벨 페라라 감독도 "바디 에이리언(Body Snatcher)"로 리메이크 했습니다. 긜고 2007년 니콜 키드먼 주연의 "인베이젼(The Invasion)"으로 네 번째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리메이크 횟수도 많지만 네 영화 모두 나름대로 수준있는 영화로 각각의 영화가 모두 볼 만 합니다.
지금 보면 영화 내용은 짧고 단순하지만 공포는 세월을 뛰어 넘어 여전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달라진 것 없는 사람들이 한 순간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니라는 설정은 생각만으로도 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1950년대엔 유달리 좀비 등 이런 류의 소설이나 영화가 많습니다. 냉전과 핵전쟁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원인입니다. 특히 미국은 맥카시 선풍으로 공산주의의 침입에 대해 극도의 히스테리를 보이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런 류의 공포에 유난히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 배우의 이름이 맥카시인데 우연이라 하기엔 재미있습니다.
영화는 공산주의의 침입에 대한 두려움으로, 혹은 정반대로 맥카시 선풍 등에 대한 조롱으로도 읽힙니다.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인 영화로 봐도 무리없습니다. 뭐 그냥 공포스릴러 자체로도 손색이 없고요. 그만큼 이 영화의 내용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네 영화를 모두 보고 비교해 보면 더욱 재미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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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zz 2013-01-14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희 커뮤니티에 쓰신 내용을 일부 옮겼습니다. 미리 양해 구하지 않고 옮겨 죄송하며, 댓글로 지워야 한다고 말하시면 삭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옮겨 쓴 주소. https://plus.google.com/106944354670147886422/posts/7euCThyMaUQ
 
황태자의 첫사랑 - The Student Prince in Old Heidelberg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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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스버그 왕실은 재정적인 문제에 처해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돌파구는 있습니다. 황태자가 어릴 때 돈 많은 이웃 나라 노스 하우즌의 요한나 공주와 정혼한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잘 생기고 씩씩한 황태자 칼(에드먼드 퍼덤)은 유럽왕실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신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인간미가 부족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약혼식에서 지나치게 뻣뻣하게 굴다가 요한나 공주에게 퇴짜를 맞습니다. 황제인 할아버지는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황태자에게 부드러운 인성을 가르치고자 고심합니다. 황제는 개인교수의 추천을 받아들여 대학촌인 하이델베르그로 유학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하이델베르그로 온 황태자 일행은 300년 전통의 여관에 짐을 풉니다. 여관엔 여관 주인의 조카딸 캐시(앤 브라이스)가 대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칼은 고압적인 자세로 미모의 캐시를 유혹하는데 씩씩한 캐시는 황태자의 신분에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대합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당당한 청년문화로 가득 찬 도시의 분위기에 점점 빠져든 황태자는 캐시의 충고에 따라 평민들만 가입할 수 있는 합창단에 들어가 신분을 잊고 인간적인 우정을 쌓아갑니다. 황태자가 변해가면서 끈질긴 구애를 뿌리치기만 하던 캐시도 마음을 열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두 사람이 파리로 도망치기로 한 날, 칼스버그의 수상이 찾아와 황제가 위독하다고 전합니다.
 칼스버그로 돌아 간 칼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황제가 됩니다. 왕실과 국가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칼은 눈물을 머금고 요한나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노스 하우즌으로 향합니다. 칼은 기차가 하이델베르그를 지날 때 정차시키고 캐시를 만납니다. 도시도 그대로고 사람도 그대로건만 두 사람은 영원한 추억만을 맹세한 채 아픈 이별을 고합니다.
 황태자의 첫사랑은 소설과 오페레타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오페레타를 그대로 화면으로 옮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명테너 마리오 란자가 부르는 축배의 노래 "Drinking Song"이 매우 유명합니다. 엠파스에서는 음원을 구할 수 없어 호세 카레라스의 음성으로 듣습니다만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뚜껑 달린 쪼끼에 맥주를 따라 떠들썩하고 유쾌하게 건배하고 마시는 장면은 맥주와 대학의 도시 하이델베르그의 상징입니다. 영화를 보면 맥주 생각이 절로 나지요. 다소 유치할 지 몰라도 낭만이 넘치는 대학촌의 문화와 애절한 첫사랑의 아픔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기는 고전뮤지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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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 기타 - [초특가판]
니콜라스 레이 감독, 스코트 브래디 외 출연 / 연세디지털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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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보다 음악으로 더 오래 기억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쟈니 기타"가 그런 영화입니다. 빅터 영(Victor Young)이 작곡하고 페기 리(Peggy Lee)가 가사를 쓰고 부른 주제가는 매우 유명합니다만 정작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개봉 시 "고원의 결투"로 제목을 바꾼 탓도 있지만 워낙 영화 내용이나 형식이 독특해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서부의 한 마을, 기타를 둘러 멘 한 사나이가 흘러듭니다. 마을 입구의 술집에 들어 온 사나이는 자신의 이름을 쟈니 기타(스털링 헤이든)라고 소개하며 술집 주인이 불러 왔노라고 합니다. 건장한 사나이의 외모에 사람들은 긴장하지만 그는 작은 기타 외에는 그 흔한 권총 한 자루 차고 있지 않습니다.
 술집 주인 비엔나(조안 크로포드)는 강인한 서부 여인으로 많은 사연을 간직한 사람입니다. 힘들게 돈을 벌어 지금은 도박장이 딸린 큰 술집을 경영하고 있지만 술집을 철도역으로 바꾸고 싶어합니다. 비엔나는 비정하고 황량한 마을에 철도를 끌어들여 사람들로 북적이는 풍경을 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자신의 목장을 외지인들에게 빼앗길까 염려하여 비엔나를 싫어합니다.
마침 강도살인사건이 나고 희생자의 여동생 엠마(메르세데스 맥캠브리지)는 댄싱 키드(스코트 브레디)를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그런데 보안관과 사람들을 이끌고 비엔나의 술집으로 온 엠마는 댄싱 키드를 비호한다는 이유로 비엔나가 배후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엠마는 댄싱 키드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댄싱 키드가 비엔나를 좋아하자 질투심에 불타 둘을 싸잡아 범인으로 몰아갑니다. 하지만 증거가 없습니다. 사실 댄싱 키드 일당이 범인도 아닙니다.엠마와 결탁한 마을의 실력자 맥클레버는 댄싱 키드와 비엔나에게 24시간 내 마을에서 떠나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술집에서 나간 후 비엔나의 비호를 받는 쟈니에게 질투를 느낀 댄싱 키드가 시비를 겁니다. 비엔나는 댄싱 키드를 만류하며 쟈니에게 기타나 한 곡 연주해 보라고 합니다. 이어지는 쟈니의 애절한 기타 선율, 비엔나는 추억을 떠올리는 눈치더니 그 곡 말고 다른 곡을 연주하라고 합니다. 쟈니가 흥겨운 곡으로 바꾸자 일당 중 흉폭한 바트(어네스터 보그나인)가 총도 없는 쟈니에게 시비를 걸지만 오히려 흠씬 두들겨 맞습니다.댄싱 키드 일당은 일단 아무도 모르는 은신처로 도망갑니다.댄싱 키드가 떠난 후 쟈니와 비엔나의 사연이 간접적으로 드러납니다.
 사실 쟈니 로간은 서부 제일의 총잡이였습니다. 비엔나와 사랑하는 사이였지요. 5년 전 죄를 짓고 감옥으로 잡혀들어갔습니다. 쟈니와 평범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꿨던 비엔나는 쟈니가 없는 동안 온갖 고초를 겪으며 변해 버렸습니다. 사랑은 어느새 미움으로 바뀌고 말았죠. 한 편 감옥에서 개과천선한 쟈니는 이름을 기타로 바꾸고 다시는 총을 들지 않으리라 맹세했습니다. 그의 손에 총 대신 기타가 들려있게 된 이유입니다. 쟈니는 비엔나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합니다. 두 사람은 애절한 대사로 어긋나 버린 과거에 가슴 아파하지만 절절했던 과거의 사랑을 떠올리고 다시 새출발하기로 합니다.
 한 편, 위기로 몰린 댄싱 키드 일당이 은행을 텁니다. 마침 술집을 청산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던 비엔나가 공범으로 몰립니다. 광분한 엠마는 술집에 불을 지르고 비엔나를 죽이려 하고 마을사람들은 보안관 마저 죽이고 무법천지 속에 댄싱 키드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쟈니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 비엔나는 댄싱 키드의 폭포에 입구가 있는 은신처로 갑니다. 은신처를 알아 낸 엠마와 사람들도 몰려 옵니다. 엠마는 비엔나를 죽이고 댄싱 키드를 살리려고 하지만 오히려 댄싱 키드를 죽이고 맙니다. 마침내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비엔나와 엠마, 쟈니와 마을사람들 모두 두 여인의 결투를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유 없는 반항"의 니콜라스 레이 감독은 신화적인 이야기에 이끌리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쟈니 기타"는 서부영화 사상 가장 독특한 영화입니다. 내용과 형식 모두 전에도 그 이후에도 볼 수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연극적인 대사, 강렬한 의상, 기괴하게 느껴질 정도의 여주인공들 캐릭터와 화장,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들의 결투 등 다른 영화에선 볼 수 없는 특이함으로 가득한 영화입니다. 그런 영화의 분위기완 달리 음악은 또 매우 서정적입니다. 한 번 보면 내용은 몰라도 그 강렬한 인상은 좀처럼 잊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JohnnyGuitar / Peggy Lee

Play the guitar play it again my Johnny
Maybe you're cold but you're so warm inside
I was always a fool for my Johnny
For the one they call Johnny guitar
Play it again Johnny guitar

What if you go what if you stay I love you
What if you're cruel you can be kind I know
There was never a man like my Johnny
Like the one they call Johnny guitar

There was never a man like my Johnny
Like the one they call Johnny guitar
Play it again Johnny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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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 - Plein Sol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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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은 유난히 길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절망의 나날이었습니다.

첫사랑은 떠나갔고 얼떨결에 졸업은 했지만 취업도 못한 상태였습니다.

쥐뿔이나 실력도 없고 인생의 목표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관성에 이끌려 도서관엘 가도 책이 눈에 들어 올 리 없었습니다.


그 해 여름은 유난히 길었고 태양은 높고도 찬란했었습니다.

그날은 마침 입사시험이 있던 날입니다.

시험을 치고 나오는데 절망이 울음이 되어 치밀었지만 길에 서서 울 수는 없었습니다.

세상은 너무나 밝았고 태양은 여전히 찬란했습니다.

이 밝은 세상과 저 찬란한 태양이 내 것이 아니란 사실에 치를 떨며 울음을 삼켜야 했습니다.

제 발길은 정처없이 시내로 향했고 우연히 극장 간판에 걸린 알랭 드롱의 고독한 눈길과 마주쳤습니다.

마술처럼 이끌려 점심값으로 영화표를 샀습니다.


어려서 흑백TV로 본 적이 있는 영화였는데 무슨 특별 재개봉 같은 행사였나 봅니다.

영화를 보며 기어이 터지는 울음을 주체 못해 숨죽여 꺽꺽대며 구석자리를 눈물로 적셨습니다.

알랭 드롱의 고독한 눈빛과 비열한 미소가 가슴을 져며왔습니다.

출세만을 원한 불안한 청춘의 모습은 영화 속이나 바깥세상이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태양은 찬란했고 세상에 가득했지만 톰 리플리의 얼굴에 생기는 그늘을 없애주진 못합니다.

아름다운 화면과 아름다운 음악 속에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 알랭 드롱의 세상에 맞서는 처절한 투쟁 또한 아름다웠습니다.

그 싸움이 너무나 무모해서 울었고 너무나 허무해서 또 울었습니다.

그것은 제 청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은 제 마지막 청춘의 모습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눈물 젖은 제 얼굴에 또 다시 따가운 햇볕이 쏟아졌습니다.

연민과 수치로 눈을 뜰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많이 넓어져 있었습니다.

눈물자욱을 쓱 지우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냈습니다.

지금 청춘의 욕망과 고독하게 싸우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영화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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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무법자 -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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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무협,일본의 사무라이,미국의 웨스턴은 가장 진부하지만 가장 인기있는 영화장르입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66년작 석양의 무법자는 이른 바 "무법자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마카로니(스파게티) 웨스턴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영화입니다.

미국은 역사가 짧은 국가로 세계에 내세울만한 역사적 소재가 드물었기 때문에 서부개척기를 소재로한 영화를 만들어 젊은 국가 미국의 신화를 창조하려 했습니다. 당연히 주인공은 정의롭게 그려졌습니다. 서부영화의 주인공은 언제나 당당하게 악당과 맞서고 적보다 먼저 총을 뽑지 않으며 뒤에서 총을 쏘지 않는 멋진 사람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이런 정통적인 웨스턴무비에 반기를 들고 나온 영화가 스파게티 웨스턴입니다. 즉, 이탈리아 사람들이 주축이 돼 만든 웨스턴이죠. 물론 무대는 미국서부개척기지만 내용은 정통적인 웨스턴과 많이 다릅니다. 주인공은 그다지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때로 비열하기까지 합니다. 내용도 인간적인 면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주제는 결투에 있습니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처절한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황량한 풍경이 영화를 가득 채웁니다.

아마도 이탈리아인들이 주축이 돼 만든 영화였기에 역사적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당연히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엔 부정적인 오락영화로 가치가 폄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걸작중의 걸작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황량한 사막 위에 모래 바람이 한 바탕 지나가고나면 고요가 흐릅니다. 그 고요를 깨고 들려오는 엔리오 모리꼬네의 비정한 선율. 따갑게 내려 꽂히는 햇살은 이마에 땀을 흐르게 하고 목이 쩍쩍 갈라지는 긴장을 더합니다. 무표정하게 서로를 응시하며 마주선 총잡이들.하지만 마주선 총잡이들의 눈가에 참을 수 없는 팽팽한 긴장의 작은 경련만은 숨기지 못합니다.
마침내 참지 못한 누군가가 총을 뽑고...주인공의 권총은 불을 뿜습니다. 승부는 짧고 깨끗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서부영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정통적인 영화가 아닌 위와 같은 장면입니다. 이런 이미지는 마초적이긴 해도 남자들에겐 뿌리칠 수 없는 멋진 이미지 그 자체입니다. 이 영화의 모든 이미지는 이후의 수 많은 영화 및 만화 속 승부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영화는 지금의 영화들과 비교해 보아도 손색없는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오락 그 자체에 충실한 내용도 아기자기할 뿐더러 남북전쟁을 재연하는 등 엄청난 인원과 물량이 동원된 대작입니다. 최근 복원된 감독완전판 DVD가 나왔죠. 3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단골 주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멋지지만 악당 전문배우 리 반 클리프의 독수리 같은 얼굴과 비정한 미소는 언제 봐도 일품입니다. 비열하지만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미워할 수 없는 악당 투코 역의 엘리 윌라크의 명연기도 볼 만 합니다. 영화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엔리오 모리코네의 음악은 영화의 색깔을 한층 돋보이게 만드는 긴장과 쾌감을 들려 줍니다.

요즘은 서부영화도 뮤지컬 영화처럼 한물 간 장르입니다. 너무나 반복적으로 이미지가 변주되었기 때문에 식상해진 게 원인이겠지요. 홍콩의 무협물이나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도 똑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부활할 장르임은 분명합니다. 인간이 동물로서의 본능을 완전히 버리지 않는 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장르니까요. 최근 우리나라의 김지운 감독이 "놈놈놈"이란 영화로 이 영화를 리메이크했다고 하지요. 둘 다 보고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삶의 비정함을 느낄 때 이런 영화 한 번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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