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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스토너> 존윌리엄스/ 장편소설/ 김승욱/ RHK
책장을
덮으면서 스토너가 말을 걸어오는 듯 하다. “ 내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되나요?” 1891년 미주 중부 분빌 작은 농가에서 태어나서 미주리 대학을 다니고 그곳에서 영문학을 가르친 스토너의
삶에 대한 솔직한 얘기들이 적혀 있다. 그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마치 스토너가 된 기분으로 읽다 보니
마지막 암이 온 몸에 퍼져서 죽어가는 그 과정이 마치 내 일처럼 느껴졌다. 소설을 잘 읽지 않으려는
이유가 바로 공감해서 읽다 보면 현실을 잊곤 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에도
스토너를 읽으면서 그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함께 공감하면서 평범하지만,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쳤고, 딸 그레이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빠로, 아내를 사랑 했지만, 실망하면서 점점 멀어지고 결국엔 젊은 캐서린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의
가족관계, 친구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등이 우리네
삶에도 똑같이 존재 하기에 평범한 스토너를 통해서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스토너의
삶은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모습이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이 힘들게 농대를 보내
주었지만, 영문학으로 공부를 하고 전쟁에 나가지 않고 계속 공부를 해서 대학교수까지 된다. 그가 만난 아처 슬론 교수를 통해서 자신을 깨고 나오는 삶의 멘토를 만난 것이다. 세익스피어 소네트를 외우고선 “ 세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라고 물었다. “스토너는 작고 작은 동맥 속에서 섬세하게 박동하며 손끝에서 온몸으로 불안하게
흐르는 피가 느껴지는 듯했다.” (P.22) 세상이 달라 보이고 의식의 차원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된 것이다.
스토너가
농대를 사 년 마치고 농사를 짓길 바랬던 부모님은 실망하신다. 스토너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선택했다. 어머니가 소리 없이 마음 깊이 울고 있음을 알아도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했다. 부모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스토너의 자립심에 박수를 보냈다. 나는
그렇게 하질 못하고 현실에 묶여서 살고 있다. 그래도 끊임없이 책을 읽고 공부하고 있는 일로 위로를
삼는다.
가끔씩
집에 가서 부모를 보면 낯선 타인들처럼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나도 기숙사 생활을 하고 집을 떠나서
대학 생활 할 때, 결혼 후에 느껴지던 감정이랑 닮았다. “ 문학의
본질을 이해하고 문학의 힘을 파악하려고 씨름하면서 자신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인색했다. “(P41)
읽고 생각하면서 내면이 점점 변해 간다. 박사 과정에서 만난 동료 데이비드 메스터스와 고든
핀치는 셋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진리를 추구하고 이십 대에 나누는 고민들을 엿볼 수가 있다.
1917년에 일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고 핀치와 메스터스가 전쟁에
참가했다. 핀치는 돌아왔지만, 입대하고 1년 후에 샤토 티에라에서 메스터스는 죽고 말았다. 늘 마음 속에
있어서 스토너가 암으로 죽음 앞에 있을 때도 그 친구가 떠올랐다. 고든 핀치 같은 대학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된다. 가장 가까운 친구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준다.
이디스를
처음 보고 마음에 들었고 결혼 신청을 했다. 부모님을 뵙고 빠르게 결혼을 하게 된다. 이디스의 성격은 까다롭고 몸도 약한 편이다. 신경질적인 면도 있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여자는 아니였다. “ 그녀의 부모는 데면데면하고 예의 바르게 서로를 대했다. 이디스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분노든 사랑이든 열기를 띤 감정이 자연스레 오가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은 호가 나면 며칠 동안이나 예의 바르게 침묵을 고수 했고 사랑도 예의 바르게 친애를 표시하는 말 한마디로
표현 했다. 그녀는 무남 독녀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고독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P79) 이디스의 성격 형성을 엿볼 수가 있다.
이디스가 좀더 다정하고 스토너의 사랑을 기쁘게 받아 들였다면 그 가정이 화목 했을 것이고 딸 그레이스가 혼전 임신으로 불행한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다. 이디스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서 우울증이 걸렸을 수도 있지만, 스토너에게 모든걸 맡기고 무엇을 했는지? 엄마로서 아내로서 어떤 책임을 다했는지를…내가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도
계속 미흡한 내 모습에 비난을 들어야 하는 속상한 마음이 여기에서도 치료가 되지 않고 분개하는 마음을 갖고 있음을 보았다.
딸에게
어머니로서 의무는 하지 않고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려고 그레이스를 아빠와 떼어 놓고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정을 했다. 친정 아버지가 자살로 생을 마감 했을 때도 슬퍼 하지 않고 어머니만 걱정하고 두 달간 친정에서 보내는 자유로움을
누렸다. 그래서 캐서린이 나타나서 스토너가 행복 해 할 때 도리어 고소하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보통은 조강지처에게 마음이 가는데…이디스를 작가가 그렇게 그려서인지
동정심이 가질 않았다.
캐서린이
젊고 미혼인데 가정이 있는 유부남 교수 스토너를 유혹한 것도 윤리적, 도덕적으로 잘못이다. 그 둘의 코드가 잘 맞았다. ‘욕망과 공부’ 서로가 이해할 범위가 넓었다. 사랑과 공부가 하나의 과정처럼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주는 행복은 충만했을 것이다. 사십 대에 성공한 남자들이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 둘의 관계는 잘못되었지만, 작가의 표현이 멋져서 동조를 하게 되고 차라리 둘이
모르는 곳에 가서 행복하게 다시 시작 하지라는 마음까지 들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난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동경
하기에 그들도 둘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둘의 마지막은 강렬한 열정으로 함께 했고
다음 날 아침에 캐서린은 컬럼비아로 떠나고 말았다. 그들은 만나지 못했고, 캐서린이 쓴 책을 소중하게 보던 스토너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녀가
미혼으로 살고 있다는 소식에 스토너는 안심을 했을까?
용기를 내어서 그녀에게 가진 못했다.
부인 이디스는
그 일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고 불장난 정도로 넘어갔다. 사랑이 아닌 부부로서 그냥 살기에 각자 인정하는
쿨한 성격이다. 그레이스가 임신을 하게 되고 그 남자랑 결혼 해서 시댁이 있는 곳에 가고 남편이 전쟁에
나가서 죽게 된다. 그레이스가 가끔 찾아올 때 스토너는 여전히 따뜻하게 딸을 대한다. 그녀는 시간이 갈수록 알코올 중독에 빠졌고 그걸 알면서도 술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스토너는 어떤 마음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가 암이
온 몸에 퍼지고 죽음이 가까이 오자 “그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남들 눈에 실패작으로 보일 자신의 삶을
관조했다. 그는 우정을 원했다. 자신을 인류의 일원으로 붙잡아
줄 친밀한 우정…그는 혼자 있길 원하면서도 결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된 열정을 느끼고 싶었다. …실제로 사랑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랑을 포기하고 가능성이라는 혼 돈 속으로 보내 버렸다. 캐서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p.387) 그가 살고 싶었고 원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길이다.
“ 넌 무엇을 기대 했나?” 그는
마지막 인생 끝에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도 인생의 후반전에서 이 질문을 던져 본다. 그가 늘 보던 책들을 가슴에 안고 인생을 정리한다. 마지막 문장이
가슴으로 스며든다.”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치 그러다가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그는 실패한 인생이 아니다.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쳤고, 책을 보고 글을 쓰면서 자신에게 충실했다. 사랑을
했고 죽음 앞에서도 담담하게 맞이 하는 그를 보면서 삶을 끝까지 잘 살아 낸 작은 영웅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 가슴이 뛰는 삶을 살고 마음이 원하는 것에
더 충실하고 싶다. 주어진 시간에 집중하고 더 진심을 다해서 가족을 사랑하고 나랑 인연 있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 하면서 살고 싶다. 초월과 관조 하는 듯 유유자적 하는 삶을 살아가면 된다. ‘ 시간을 벗어나 자기들이 직접 발견한 시간을 초월한 우주에 살고 있는 것 ‘
카이로스의 시간들로 충만하게 채우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