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 새
콜린 맥클로우 지음, 홍석연 옮김 / 문지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캘트족 전설에 나오는  가시나무새 죽을 때 가시에 가슴이 찔리면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이 작가가 이 제목을 붙인 이유가 무엇일까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공감이 갔다. 메기의 삶엔 기다림과 고통이 있었지만, 삶을 멋지게 살아 내었고 그 아픔으로 깨달음을 얻고 삶의 끝에서 지혜롭고 자유로운 영혼을 만났던 것이다.

 

 이 책을 보는 며칠 동안 마치 그 시대 그 공간으로 이동해서 메기가 되어서 산 듯하다. 그녀의  아픔이 마치 내 삶에 젖어 온 듯 어린 메기가 아그네스 인형을 오빠들에게 뺏겨서 울던 어린 영혼의 상처를 보았다.  그 아픈 상처를 잘 보살펴 주던 프랭크 오빠가 그녀에겐 든든한 삶의 버팀목이였을 것이다. 프랭크 오빠의 직설적이고 싸움 잘 하는 기질로 인해서 그가 집을 떠나고 사람을 죽이고 30년이란 긴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낸 것이 못내 아쉬웠다.

 

 메기의 부모인 클레어리와 휘오나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휘오나가 유부남과의 사랑으로 얻게 된 프랭크 그후에 클레오리와 결혼 해서 살면서 아이들을 낳고 한 가정을 이루면서 살았다. 클레오리는 아버지로서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했다. 비록 프랭크와의 감정적인 곤란으로 다투기도 하지만, 아내 휘오나를 사랑했고 아이들에겐 든든한 나무 같은 아버지였다.
 
 메기는 처음 간 학교에서 수녀선생님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게 된다. 어린 아이에게 아무렇게나 상처 주던 수녀의 모습에서 종교의 허점을 보았다. 결국은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진실하게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가족이 오스트레일리아 드로게다 농장으로 떠나게 된 것은 클레어리 누가 메리 칼슨이 불렀기 때문이다. 그녀의 집요하고 괴팍한 성격은 혼자 살면서 그 많은 재산을 지키느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나이 많은 메리칼슨이  랠프 신부에 대한 사랑도 어긋나긴 했지만, 그녀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 아니였을까 싶었다. 그녀의 생일에 하얀 드레스를 입고 가장 사랑했던 랠프 신부에게 남긴 유언장은 그녀가 이생에서 갖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였을까 ...
 
 드로게다에서 랠프와 메기는 처음 만나게 된다. 어린 아이와 어른이 처음 만나는 순간 서로의 영혼에게 마음이 뺏긴다는 것이 이해가 잘 안되긴 했지만, 함께 살아가면서 메기와 랠프는 서로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느끼고 나누게 된다.

 

 랠프 신부는 성직자로서 자신을 하나님의 종으로 생각 하면서 인간으로 갖는 사랑에 이성적으로 그녀의 사랑을 멀리 한다. 한 남자의 치열한 정신적인 순수함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과연 신에 대한 사랑과 한 인간에 대한 진실한 사랑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랠프 신부는 로마청으로 떠나서 그곳에서 주교가 되고 추기경이 되면서 권력을 갖게 되고 그녀는 성경 책 속의 마른 장미향으로 가슴 깊이 묻어 두면서 살게 된다. 랠프의 초인적인 자기 조절 능력이 부러웠다. 세속과 부딪혀서 살 수 없는 순수한 영혼을 느끼기도 했다.

 

 메기는 랠프 신부에 대한 사랑은 마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불문율처럼 그렇게 덮어지나 싶어 안타까웠다. 물론 다시 만나서 잠깐이지만, 무인도에서 가진 둘만의 사랑으로 얻게 된 데인이라는 아들이 있어서 메기는 남은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었다.  메기가 루크라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는 부분에선 안타깝고 말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루크는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삶에 치우친 사람이였고 그녀와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인간이였으니까...루크와의 사이에서 난 딸 저스틴 역시 그녀에겐 큰 기쁨을 주지 못하는 딸이 아니였으까 싶었다.

 

 메기가 지닌 성격들은 휘오나 엄마에게서 온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 역시 가슴에 맺어지지 못한 사랑을 갖고 살았고 참을성 있고 희생 정신으로 삶을 산 여인이였다. 그래도 클레어리와 사이에서 많은 자식을 낳고 노년엔 드로게다의 안주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산 강한 여인상을 보였다. 메기 역시 두 아이의 엄마로서 드로게다에서 사랑하던 아들 데인을 잃고 랠프 신부까지 잃게 되지만, 그녀는 그들에겐 큰 대지였으리라...결국은 그들 남자들이 머물게 되었으니까...

 

 메기가 산 인생은 분명 아픔의 상처가 핏물을 뚝뚝 흘렸지만, 그녀의 내면은 더 강하게 빛나고 삶과 죽음을 초월한 초연함이 그녀의 영혼에 숨쉬고 있었다.

 여기서 저스틴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다. 루크라는 아버지의 피가 흘러서 그런 것일까? 그녀의 강인한 성격으로 스스로 무대위의 배우로 살게 했고 그녀가 처음 처녀성을 유부남에게 주던 장면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자유로움을 뛰어넘어  지나친 그녀의 솔직함이 부담스러웠다. 결국은 라이너의 진실한 사랑 앞에서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가지고 드로게다에 희망을 주는 인물이 되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녀의 얘기가 많이 나올 때는 이 이야기의 맥이 흐트러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이 상을 받고 좋은 책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들이 무엇일까 혼자서 생각을 정리 해 보았다. 시대적으로 세계 전쟁이 맞물려 있고 랠프 신부를 통해서 천주교의 얘기, 그 시대에 산 사람들의 애환과 고통이 녹아 있다. 문체에서 느껴지는 상상력과 아름다운 묘사글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한다. 그리고 나오는 인물들 각자의 성격이 살아 숨쉬고 이야기의 구성이 잘 짜여져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책은 읽을 때 머리 속에서 그림이 그려진다. 그곳의 모습이나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과 삶의 자세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 역시 읽으면서 뉴질랜드로 오스트레일리아로 로마로 마치 여행을 다니는 듯 작가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행복한 책 읽기를 할 수 있었다.

 

 메기의 아들 데인이 물에서 사람을 구하다 죽은 것이 너무 아쉬웠다. 신을 향한 사랑이 가득한 맑은 영혼을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데인은 속세의 인간이 아닌 천국의 영혼을 지닌 사람이였다.

 가시나무새를 읽고 나니 드로게다 농장을 한 번 거닐어 보고 싶어진다. 메기의 삶의 모습을 엿보고 그녀의 마음이 되어서 함께 한 시간이 내 삶에도 작은 흔적을 남긴다. 영화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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