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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차이기만 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의 걱정 섞인 관심을 받아 보니 알 것 같다.

나는 나를 정말로 싫어하는구나.

내 외모나 성격이나 태도 같은 걸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가 없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에게 칭찬을 들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계속 깎아내리는 말만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네 성적이 잘한 거라고 칭찬하다니 그 선생이 멍청하군, 너는 외모로는 도저히 안 되니까 공부나 해, 너는 우리가 원해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고 네가 없었으면 우리 가족은 더 나았을 거야....


그래선지 단순한 일회성 칭찬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건 정말 어색하고 민망한 일이다.


그래도 기쁘고 고마웠다. 

점점 부담스러움보다 기쁘고 고마운 감정의 비중이 늘어가길.

고마워. 사실 좀 눈물이 나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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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또 귤을 받았고 어쩌다 저녁약속을 후루룩 잡았고 저녁을 먹으면서 형이상학적인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논문이 잘 안 되는 이야기나 졸업후 펼쳐질 암울한 미래나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 그런데 나는 이미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능력을 좀 잃어버린 것 같지만...

내가 이야기했던 책을 마침 그분이 가지고 계셔서 빌려주신다고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음 약속을 잡... 그래봤자 도서관에서 매일.. 보긴 함....... 나는 누군가를 오래 보고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서도 계속 의문을 품고 다가갈 때도 뚝딱거리기 때문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듯 다가오는 사람이 좀 무섭기도 하다. 내가 지금 좀 이상한 상태가 아니라면 그 사람이 좋고 나쁘고를 생각해보기도 전에 진작 사방에 철벽치고 튀었음. 저녁 같이 드실래요? 아뇨 저 저녁 원래 안먹어요 맛있게드세요! 하는 식으로(...) 그리고 이 분은 본인이 이야기한 모든 것에 대해 내가 꽤 잘 알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니 뭔가 나를 대단하게 봤을 것 같은데 저는 정말 오늘 이야기한 것들만 알고 있습니다.. 다 하필 내가 매우 좋아했.. 덕질했던 거고 나머지는 하나도 모름요 바보에요. 정말로. 그분이 나를 제발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 바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아는 것도 없고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중문학 미워요 논문도 못쓰겠고 졸업도 못하겠.... 엉엉

그런데 사실 이분이 내가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군 사실 그랬으면 좋겠어 좀 겁이 나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천성이 참 무서운 건지, 나이가 들면 좀 대담해지리라 생각했는데, 내일모레 40이 되어도 아직 이러는군.


저녁에는 교수님의 연락을 받았고... 하....... 급하게 교무부에 문의메일을 보냈다. 만약 일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12월은 정말 끔찍한 달이 될 것 같다.

아무튼, 그동안 표면은 복닥거렸지만 내면은 평온했던 11개월이 지나고, 여러모로 12월이 되자마자 폭풍우가 몰아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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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과거에 누군가에게 차였는데

딱 그 날에 누군가 도서관에 우울하게 처박혀 있는 내게 커피를 줬다.

원래는 잘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받지 않는데

그날은 날이 날이니만큼, 그냥 힘이 없어 보이니 힘내라고 준 건가 하고 별 생각없이 받고는 그 후에 초콜릿을 드렸다.

그리고 또 커피를 받았다.

이번에는 어 혹시, 싶은 생각이 들어서 받으면서 큭큭 웃었다.


석사때부터 친하게 지내서 서로의 연애사를 대충 다 아는 동생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이 누나는 연애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 라고 했다.

그러게 최악의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좋게 되려고 그랬던 건지.

그렇다면 이번에도 새옹지마 같은 일이 일어난 건가.

나쁜 일이 좋은 일로 변하는 거. 그러니까, 단순히 좋고 나쁜 일이 번갈아 일어나는 게 아니고, 나쁜 일 자체가, 혹은 그 일로 인해, 변하는.

확실히 차이는 일이 없었으면 평소의 말걸지마 난 책만 볼거야 모드를 유지했을 테니까.


+요즘 내가 물렁물렁하고 푹 물기에 젖어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나보다.


+동기에게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 동기는 부정했지만 나는 걔가 너한테 마음 있어서 주는 거라고! 를 밀어붙였고 결국 내 말이 맞았다.

그런데 나에게 이 일이 생겼는데 왜 나는 그때의 내 말을 부정하고 싶을까.

상처 입기 싫어서? 자신감이 없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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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은 한국 중국 모두 학회가 정말 많구나.


2.

친한 친구 그룹에서 동기가 발표하는 학회의 포스터를 누가 공유했는데 동기가 오지말라고 울고 있다. 부끄럽다고......... 인터넷으로만 진행되는 학회인데, 시작하기 전에 술을 각자 준비(...) 해서 인터넷으로 건배까지 한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이야기를 하면서 오지말라고 우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 재밌어서라도 다들 가지 않겠어?

토-일요일 이틀 학회인데 건배는 토요일 시작할 때 하겠지. 잠깐 틀어놓고 애들이랑 같이 건배하고 꺼야지(...)


3. 

그래서 P대 중문과의 원생들은 난데없이 술을 사러 외출신청하고 학교를 나섰다고 한다.....

이백은 달 아래 혼자 술을 마시는데

그래도 우리는 혼자 있어도 다 같이 얼굴을 보며 마실 수는 있는 거네.


4.

그러고보니 루쉰의 고향 소흥 특산품 술을 샀는데 그 때 까야겠다.

오전부터 술 한잔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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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날 나는 아프리카에 펭귄이 산대, 남아공 쪽에, 라고 말했고 너는 올해 들은 말 중 가장 놀라운 말이야,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날은 1월 1일이었다.

그리고 남아공에 단기로 다녀왔던 너는 남아공으로 아주 가게 되었다.


사실 나는 그날의 대화 이후로 펭귄을 제일 좋아하게 되었다. 그 날 펭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기린 이야기도 하고 전 세계를 떠도는 고래 이야기도 했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동물은 사실 다 좋아하지만, 펭귄과 기린과 고래를 더 좋아한다. 

지금까지도.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마구 흩어 놓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손을 휘휘 저어 아무거나 집어서 그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그러고 있으면 그 사이에서 고요히 떠오르는 무언가를 상상해보는 것도 다 좋아해.


그리고 너를 좋아해,

라고 말했다.


2.

보통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이야기는 잘 포스팅하지 않게 된다. 혹시 누군가 보고 오해할까봐. 한참 지나고 감정이 좀 누그러지면 하게 되는데,

그래도 이 이야기를 하는 데 11년이 걸릴 줄은 몰랐지.


시간이 약이라 누그러지다 못해 부스러진 감정들.

그래도 다시 끄집어보니 조금 희미하게 남아있긴 하네.

물론 그 사람이 그립다기보다는 지금은 그 시절의 우리가 더 그립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다, 나는 어차피 지금의 내가 될 것 같고 음, 석사논문 두 편을 다시 쓰고 11년치의 발제를 다시 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해. 

....


3.

새벽에 글이 잘 써지긴 하는데, 새벽만 되면 이렇게 감성돋아서 어떡하지.

그래도 풀어놓고 갈 곳이 있어 다행이야.




+그러고보니 네가 남극쪽에 살 때 나는 적도로 갔다.

적도가 중간에 가로지르는 나라는, 해발고도가 꽤 높은 산이 있는데

거기로 가면 추워서 긴 옷을 입어야 했다. 근처에서 얇은 패딩을 팔 정도.


그리고 나는 역시 그런 곳에서 옷깃 여미고 마냥 거니는 걸 좋아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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