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모든 게 빠져나간 나에게 남아 있는 건 결국 사람들이다. 여러 사랑을 다룬 책에서 주인공은 묻는다. 나는 너를 왜 사랑하고 너는 나를 왜 사랑하는가. 내가 더이상 어리고 예쁘고 멋지고 똑똑하고 부유하지 않아도 너는 나를 사랑할 것인가. 아니 그런 걸 넘어서서 내가 네가 알던 나와 완전히, 거의 연속성을 잃을 만큼 달라져도, 너는 나를 사랑할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나는 내가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에도 여전히 내 옆에 남아 있어 줄 사람들을 알고 있다. 아마 내가 잘나거나 뭘 해줘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그들의 선의에 의지하고 있는 관계인 것 같다 ㅎ... 솔직히 그런 사람들을 한둘만 알고 있어도 제법 성공한 인생인 것 같은데, 꽤 여럿이 줄줄이 떠오르니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당분간은 그런 인연들에 집중해야겠다.


내게 11월은 이래저래 우울한 달인데, 낯선 장소에서 친근한 사람들과 극단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버텨내고 있다. 

11월이 다 지나면 여기를 뜰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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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와본 적 없는 곳에 혼자 잠시 머물고 있다. 가끔 바깥 소식을 들으면 정신없지만 내가 있는 이 곳은 숨막히게 고요하다. 시끄러운 바깥의 소리들을 완전히 차단하는 뭔가가 이 건물을 덮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여기를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여기는 와본 적이 없었고 와 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도시다. 예전부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해 왔다. 좋아하는 차,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사람들.... 어젯밤에 문득 생각해 보니, 지금은 어쩌다보니 그 모든 것으로부터 뚝 떨어져 버렸다. 아 물론 차는 가져왔지만; 아무튼 나를 이룬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 나를 빠져나가고 나니(사실 내가 버림) 나에게 남아 있는 건 뭘까 지금 난 정말 홍차로 이루어져 있는 것일까 생각하다가, 그 모든 특성들이 사라져도(홍차마저도!) 나를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게 도대체 뭘까.


그래도 생각보다는 버틸만하다가

생각보다 좀 더 많이 힘들기도 하다.

이렇게 sin그래프처럼 출렁이다가 점점 사그러드는 거겠지 뭐.


어쨌든 12월 초까지는 여기에 있을 예정.

아 그러고보니 여기선 신기하게 평소에 자주 가던 사이트도 안 들어가고 다른 곳을 보게 된다. 방에 틀어박혀 있을 때는 대구 집이나 여기나 똑같은데. 정말 나를 설명하던 모든 것들과 멀어지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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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스운게 사드 때도 버텼는데 이번에도 버텨야지! 가 아니라 그 때 견뎌냈으니 지금은 좀 꺾여도 되잖아, 로 사고회로가 흘러가 버린다. 피로파괴는 원래 잘 버티다 갑자기 뚝 끊어지는 거지. 중국에 산 지 올해를 빼도 7년을 꽉 채웠다. 응 그동안 계속 고속으로 달려왔고 많이 지쳤어. 물론 그렇게 열심히 달려도 다른 애들 쫓아갈까말까였지만 그건 출발점이 워낙에 차이나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계속 되뇌던 거지만 일방적인 마음 하나로 버티던 관계는 내 마음이 식으면 유지될 이유가 없다.


2. 이 전공을 택한 후에 새로 알게 된 인문학 쪽 전공자들 인맥을 어느 정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전부는 아니고... 이미 친해져서 자주 보는 사람들 말고... 개인적 교류가 거의 없거나 sns 접으신 분들 위주로..... 최소한 당분간은 공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괴로우며 내가 망해 가는;; 걸 보고 한때의 동업자들이 실망하거나 타산지석으로 삼는 게 괴롭다. 또한 이 업계는 좁으며 나쁜 소문은 빨리 퍼지고 그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걸 잘 알고 있지. 힘들 때 위로해주던 사람이 뒤에서 내 약점을 이야기하고 다니던 일도 몇 번 있었지.

신기하게도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들의 공부 이야기를 듣는 건 여전히 순수하게 재미있다. 너무나 이 전공을 좋아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 친구들이랑 스트레스 없이 덕질수다를 떨게 된다.


3. 단순히 밤낮이 바뀐 거라고 생각했는데 잠 자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확실히 수면패턴에 문제가 있다. 낮 11시즈음에 잠들어 오후 두세시에 깬다. 낮에는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라 카페인을 들이부으며 밤을 새우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건데 사람이 멍해지고 우울해지고 그나마 자는 서너시간도 전혀 깊게 잠들지 못하고 어휴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밤을 새우는데 밤을 새우면 우울해져서 효율이 떨어진다니 이게 무슨 피드백이람.


4. 내일.. 아니 벌써 오늘... 은 정말 오랜만에 부모님이 안 계시니 좀 나가서 걸을 수 있겠다. 나도 혼자 산책 좀 해보자 혼자 여유로운 시간 좀 가져보자! 근처 빵집에 가서 맛있는 샌드위치나 아니면 동네에 붕어빵 파는 데 있으면 붕어빵 사들고 올거야....


5. 그리고 차분하게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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