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면서

건축, 사유의 기호 - 승효상이 만난 20세기 불멸의 건축들
승효상 지음 / 돌베개 / 2004년 8월

     건축이 예술이냐 기술이냐는 이야기는 누가 봐도 구분하기 어려운 내용일 것이다. 그만큼 건축은 예술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이 상존하는 내용일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건축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자어 표현인 건축(建築) 보다는 영어의 architecture라는 어휘가 더 정확하다는 얘기다. 원초적인 기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건축의 발달 과정이나 모습은 고유의 학문으로 예술이나 공학의 아류가 아니라 고유의 원초적인 학문이라는 이야기다. 고유의 학문으로서 건축의 자리 메김에 대한 저자의 강변과 그 여러 증거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우리나라의 건축물들을 보면 전통적인 한옥을 중심으로 한 전통 건축물과 서양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로 구분할 수 있다. 전통 건물양식은 최근에 찾아 보기 어려운 상황이고, 대부분의 건축물은 서양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건축물들이다. 이런 건축물들의 모양과 기능은 대부분 상자곽 세워 놓은 모양의 내용이고, 실용주의 측면의 건물들로 최대 인원의 수용 공간과 편이 시설물들의 집합체라고 하겠다. 또한 대부분의 주택은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일색으로 모양과 구조 기능에 있어 건축의 다양한 모습의 추구가 아닌 획일화되고 규격화된 모습으로 정형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한국의 정형화된 건물과 대비된 예술과 공학적인 의미가 복합되고, 시대상황을 고려한 건축물의 발자취를 저자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살펴보고 있다. 대부분 프랑스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건축물을 보여주고 있는데 저자의 멋진 사진과 곁들여져 그 모습이 예술작품과도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어찌 보면 예술품—세워 놓고 감상하는 작품의 의미가 강한—으로 더 강렬한 느낌을 갖게 하고, 정작 사람이 살아가는 주거 공간으로서의 느낌은 적어 보인다. 아마 흑백의 예술사진과 같은 느낌의 그림들이 그런 생각을 더 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또 하나 서양의 건축물들을 보면서 그 건물 하나가 독립적인 어떤 예술품의 범주를 벗어 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기둥에 의해 떠 받쳐져 있는 건물이나, ‘ㅁ’자 모양의 건물이 가로, 세로, 높이가 100여 미터를 넘는 거대한 크기의 위용을 자랑하는 건물의 모양이나 그 형태는 다양하고 거대한 하나의 예술작품의 느낌을 많이 느끼게 한다. 반면에 주변 환경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자연환경과는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다. 단지 그림 속의 건물의 모양은 입체모형과 같은 느낌으로 매우 차갑게 느껴져 과연 저 건물 속에서 사람이 살만한 곳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한다.

     건축이 예술이니 공학이니 하는 논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고유의 학문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건축이든 아니면 예술분야나 공학분야에서 파생한 학문이든 본질은 사람의 주거 환경과 직결되어 있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생각하는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내용으로 주거환경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주거환경에 대한 충족이 되려고 하면 자연환경과의 조화도 같이 이루어져야 이런 필요충분조건의 내용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과연 저자가 소개하는 이런 현대 건축물의 대표작들이 이런 요건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을까 상상해 본다.

     현대 건축물의 주류가 서양의 건축물로 대표되고, 이런 건축물의 기능과 역할이 실용성과 수용성의 확대 개념에서 전세계를 아우르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건축물이 진정 인간 생활의 안락함과 행복을 함께할 수 있는 건축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