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의 역사
조르쥬 비가렐로 지음, 이상해 옮김 / 당대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강간(强姦)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1 폭행 또는 협박 따위의 불법적인 수단으로 부녀자를 간음함. ≒강음(强淫). 
            2 [북한어] 강제적 수단을 써서 불법적으로 어떤 목적을 실현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라고 나와 있다. 즉 폭력을 동반하여 부녀자에게 성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용어의 의미와 내용은 최근에 와서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여성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 아동에 대한 폭력과 나아가서는 남성에 대한 성폭력을 포괄하는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강압적인 성폭력의 내용을 이 책에서는 프랑스의 재판 기록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강간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폭력을 휘두르는 쪽은 남성이고, 이 폭력에 희생당하는 대상은 여성이다. 또한 여성도 여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나아가서는 남아(男兒)도 이런 범주에 포함되기도 한다. 이런 내용을 보면 분명 강간의 대상. 즉, 피해자는 결국 물리적인 힘이 약한 약자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이런 약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프랑스의 1600년대에서 최근 1900년대까지의 재판기록을 통해 시대적 인식과 그에 따른 변화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서의 존재성을 인정 받고 있었으며, 성폭력의 특수성—당하는 피해자 쪽의 수치심과 그로 인한 사회적 인식 등의 문제—으로 인한 문제로 현대의 인식 내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즉, 여성이 한 인격체로서의 존중 보다는 아버지나 남편의 예속물과 같은 인식으로 소유권(또는 보호)자가 가해자에 대한 고발에 의해 거론되어야지 범죄로 인정 받을 수 있으며, 오히려 가해자 보다는 피해자의 행실과 지위, 보호자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내용은 판이하게 차이가 난다. 또한 그 처벌의 내용도 없던 일로 치부되는 경우도 있고, 벌금이나 사형 등의 처벌로 그 정도의 차이는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또한 강간을 당한 사람의 거부의사에 대한 인정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른 객관적인 평가의 내용에 따라 강간이라는 범죄로 인정되느냐 아니냐를 구분하였다. 단지 당하는 사람의 의사표현의 방법이 격렬하게 표현되어야 만이 강간을 당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고 하니 현대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피해자의 수치심과 사회적 인식의 문제—처녀성을 잃은 여성에 대한 인식, 강간의 피해자가 아닌 쾌락을 즐긴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 등이 결부된 문제—와 피해자 개인이 숨기면 잘 들어 나지 않는 특수성에 의해 범죄에 대한 인식은 현대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내용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의학지식의 축적으로 신체적인 특징과 정신적인 영향에 대한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당시의 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허나 이런 상황의 내용은 정확하게 당시의 상황을 볼 수 있는 것이 과거와 달라진 내용이기는 하지만 정작 수사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또 한번의 폭력을 휘두르는 결과를 낳고 있다. 간혹 이런 수사과정 상에서 벌어지는 수사관의 피해자에 대한 동일한 성폭력이 재발되는 사례도 우리 주변의 신문지상에서 간헐적으로 접하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 과거 프랑스의 1600년대의 상황이나 우리의 상황이나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성폭력에 의한 피해자는 살아가는 삶 속에서 잊혀지지 않은 아픈 기억이고, 그로 인한 피해자의 삶의 변화로 인한 피해는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순간적인 성적 충동으로 피해자의 삶을 망쳐버리는 범죄 행위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극명하게 볼 수 있다.
     이런 범죄에 대한 인식의 과정이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춰보면 과거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재탕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부분에서 좋아지고 피해자에 대한 배려와 가해자에 대한 일벌백계의 내용으로 점차 변화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 아직도 선진국의 상황으로 변모해야겠다는 느낌은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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