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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무덤
권지예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꽃게 무덤에는 단편이 9편 실려 있다. ‘꽃게 무덤’을 비롯하여, ‘뱀장어 스튜’, ‘우렁각시는 어디에 갔나’, ‘비밀’ 등 그 주제와 내용은 서로 다른 상황과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단편들에서 느껴져 오는 느낌은 섬득함을 느끼게 한다. 내용을 보면 그런 섬득함을 느끼게 하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상황이나 행위에 대한 묘사는 왜지 모르게 음울한 느낌을 갖게 한다.
‘꽃게 무덤’에서 게장 담그는 모습이나 게장과 같이 밥을 먹은 장면들이 살을 파먹는 느낌이 그렇고, ‘뱀장어 스튜’의 조리 방법 또는 그런 암시를 느끼게 한다. 납치 아동의 시각에서 바라본 갑갑함과 죽음에 대한 공포나, ‘여자의 몸’에서도 치매의 엄마와 이혼하고 Before모델인 나, 그리고 재혼한 아빠의 집에 적응하지 못하는 딸의 3대의 모습, 이런 단편들마다 느껴져 오는 음울한 분위기가 단편들의 특별한 상황들과 엮이면서 섬득함으로 느껴져 오는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소설 속의 이야기 주인공이나 상황은 대부분 이혼, 불우가정(?)이나 가족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의 최근 삶의 모습들이 이혼이 보편적인 삶의 모습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최근 결혼하는 커플들 3쌍 중에 1쌍이 이혼한다고 하니 이런 시대 상황을 반영한 내용이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정상적인 가정에서의 이야기 보다는 보다 자극적이고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 더 많은 소재가 될 수 있어서 일까? 어찌 되었든 이 소설집의 이야기 소재는 비 정상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 삶과 죽음의 과정이라면 이 단편들의 이야기 속에는 죽음에 대한 느낌을 너무도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산장카페 설국 1km’는 산장과 엮어지는 암투와 음산한 죽음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또한 ‘비밀’에서도 납치범에 의해 겪는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단지 죽음에 대한 느낌보다는 가족으로부터 격리되는 모습 속에 절망과 죽음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한다.
이 소설집의 대표 소설로 나오는 ‘꽃게 무덤’은 게장 담그는 과정이나 이를 맛나게 먹는 모습, 특히 살을 알뜰하게(?) 파먹는 여자의 모습이나 이를 풀어가는 이야기는 어떤 뚜렷한 상황의 전개 보다는 환상적인(?) 상황 속에서 게와 엮어지는 상황은 뭔가 실체를 느끼기가 어렵게 하는 느낌이 든다. 게장의 비릿한 맛과 냄새는 육식적이면서도 먹는 행위에서 연상되는 특별한 느낌과 인상을 부각시킨다. 이런 느낌은 ‘뱀장어 스튜’에서도 비슷한 느낌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느낌들이 이상문학상의 수상작과 연계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뱀장어 스튜는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읽었던 이야기이지만 다시 읽어 보니 느낌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