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5학년이 보는 세상 이야기는 너무도 조숙한 소녀의 취향과 감성이 묻어 난다. 여러 세대가 한 울안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집의 풍경과 각 집들의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은 초등학생 소녀 진희의 시각으로 그려내는 이야기는 징그럽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조숙한 소녀의 이야기라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겠거니 하지만, 나의 초등학교 5학년 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의 생각을 하면 주인공의 생각과 이야기가 결코 너무 조숙한 것만은 아니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렇다고 내가 조숙했다는 것은 아니고, 이야기의 여러 에피소드 중에 일부는 나도 한번은 생각해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집사람과 가끔 어릴적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집사람이 이야기 하는 주인공 진희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치 집사람의 어릴 때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런 공감대가 이 소설의 재미와 연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조숙한 초등학교 5학년의 시각으로 보는 어른들의 세계, 우리들의 삶의 모습은 때로는 너무 징그럽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느껴져 온다. 애답지 않은 생각과 영악한 모습의 단면들을 보면서 상상해 보지도 못했던 어릴적 생각들의 내용과 다른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징그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내용 중에는 장군이 엄마의 짜증나게 하는 행동과 장군이의 힘만 믿는 무식한 모습의 장군이를 질투심과 호기심을 엮어 똥통에 빠트리는 모습은 특히나 인상적이다. 나름데로의 기획과 연기를 통해 똥통에 빠트리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주인공의 영악함은 극에 달한다. 또한 조숙한 어린이의 감성을 살려내는 염소와 하모니카의 주인공을 상상하는 짝사랑의 조숙한 모습은 성에 눈떠가는 초등학생의 감성을 너무도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그 밖에도 등장하는 인물들—나를 비롯하여, 할머니, 이모, 삼촌의 가족에서부터 장군이 엄마와 장군이, 광진테라 아저씨, 아줌마, 미스리, 홍기웅, 등등—의 모습과 행동들의 묘사는 마치 영화를 보는 느낌 그대로 자연스러우면서도 해학적인 면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어린이의 시각에서 보는 모습들은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내면의 모습을 잘 집어내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이 재미를 느끼게 한다.

     또한 60년대 말 70년대 초의 시대상을 잘 그려내고 있다. 반공과 개발이라는 시대 상황으로 인해 억압받는 상황이나 개발 논리에 의해 전개되는 유지공장의 등장은 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단면들일 것이다. 이런 변화의 단면을 다시 먼 미래에서 과거를 회상해 보는 이야기는 마지막에서 또 다른 느낌의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재미와 시대상황에 따른 우리들의 삶의 모습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한다.

     이 소설이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내가 접한 첫 은희경작가의 소설을 본 것은 “마이너리그”를 보면서 마치 나의 이야기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일상의 삶의 모습을 너무도 현실감 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었었는데 역시 첫 장편소설인 이 소설 “새의 선물”에서 보여 준 느낌의 연장이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후 발표하는 작가의 이야기 또한 재미와 우리들 주변의 삶의 모습을 잘 엮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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