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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ㅣ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자나이 서른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숫자인가 보다. 스물아홉의 미혼여성이 일본에서 있었던 스물둘의 첫사랑을 겪고, 7년 후에 첫사랑을 다시 한국에서 보면서 그가 머물고 있었던 일주일가량의 기간 동안에 첫사랑을 회상하는 형식의 이야기는 감성적이다. 특히 스물아홉이라는 주인공 홍의 생각에는 나이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있나 보다.
일본 유학과 유학길에 알게 된 일본 청년 준고와의 애틋한 첫사랑의 이야기가 주인공의 시각에서 과거를 회상해 보면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사랑이야기는 여성특유의 감성을 느끼게 한다. 이야기 중에 들려주는 동경의 모습이나 주인공이 주로 뛰는 호수는 주인공의 아픔상처를 잊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면서도 첫사랑을 만나고 나누었던 장소의 유사함을 느끼게 한다.
어릴 때부터 사랑하고 좋아했던 민준과의 이야기나 출판사 일로 한국에 온 첫사랑 준고의 만남은 주인공에게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한다. 현실적인 안주와 첫사랑에 대해 잊지 못해하는 주인공의 고민은 과거 일본 여자를 좋아했던 아버지의 사랑이야기가 한글학자였던 할아버지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내용과 겹쳐진다. 역사적인 한일관계의 배경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주인공의 시각에서 본 사랑이야기가 한일관계의 내용과 겹치고, 일본에서 준고와 같이한 사랑이야기는 준고의 아르바이트 등으로 인한 소원한 남녀의 사랑을 일시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급기야 주인공의 귀국으로 이어진다. 이후 이어진 7년의 시간은 첫사랑을 잊으려는 주인공의 인내의 시간(?)이었던 것은 아닐까?
첫만남의 직감적인 첫사랑의 느낌과 감성적인 판단에 의한 동거와 이별은 스물둘 나이의 여성의 행동이라고 한다면, 이제 서른 살에 들어 서면서 감성적인 판단이 이니라 이성적인(?)—나름의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한 앞으로의 삶에 대한 생각과 판단을 기준으로 한 선택의 시기라서 서른 이라는 나이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듯 하다. 일반적으로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은 속되게 얘기해서 노처녀로의 변환하는 숫자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는 것이라서 더욱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자나이 서른 하면 이제 사회첫발을 딛고 원기 왕성하게 일하기 시작하는 시기인데 의미 해석이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제목인 ‘사랑 후에 남는 것들’은 『망설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첫사랑의 잊지 못하는 마음과 지금까지 곁에서 지켜 봐 왔던 민준의 애정에 대한 든든함과 신뢰에 미안함 등이 겹치면서 어느 한쪽에 충실하지 못할 것 같은 아타까움이 망설이게 되다가 결국은 첫사랑을 선택하는 결말은 왠지 모른 부족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소설을 나중에 다 읽고 보니 한일작가의 상호 다른 시각에서 바라 본 한일의 남녀의 이야기로 더욱 화재거리의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준고와 같은 위치—의 시각에서 본 내용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같은 느낌의 감성적인 남녀의 관계와 한일간의 역사적 배경이 묻어난 그런 이야기로 엮어져 있는 내용일까 하는 상상도 해 본다.
나의 감정이 너무 메말라 있는 것일까? 남녀간의 감성적인 사랑이야기이고, 주인공의 사랑을 선택하는 내용이 소설이라서 그런 것인지 너무 감성적인 내용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일 양국간의 역사적 사건도 그렇고, 한일 두 작가의 기획의도에 따른 결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결말은 왠지 내 자신이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운 느낌이 든다. 주인공의 잊지 못할 첫사랑의 연인에 대한 사랑이야기이지만 이제 서른으로 들어서는 판단의 결말이 내 맘에는 들지 않는다. 이 내용이 헤피엔딩(?)이라고 작가가 이야기 하고 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