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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뉴튼 - 관음과 욕망의 연금술사 ㅣ 현대 예술의 거장
헬무트 뉴튼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헬무트 뉴튼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어느 신문사에서 개최했었던 사진전에 대한 광고를 보고 세계에 알려진 사진작가 중에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사진작가라는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평소 사진에 대한 관심도 있고,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하는 해법(?)이 나와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고, 그의 사진이나, 그의 사진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그래도 보면 어떤 비법을 전수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책을 구입하고 읽게 만든다. 본인이 얘기하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낸 이 책은 파격적이랄까, 아니면 솔직하다고 할까 자신의 성적인 행위에 대한 내용을 아무 꺼리낌 없이 적어 놓고 있다.
나의 기대에 대한 답변은 역시 많이 찍어 봐야 하고, 결론은 무엇을 찍고 만들어 내어야 할까에 대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생각하고 구체화 할 것인가가 헬무트가 전하는 사진을 잘 찍는 비결(?) 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책의 저자인 헬무트는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솔직하게 적어 놓고 있지만 주된 관점은 섹스에 대한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많이 적어 놓고 있다. 또한 사진에 대한 내용은 그에 비해서는 그리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저자나 그의 아버지가 얘기한 것과 같이 섹스와 사진만이 주된 헬무트의 주 관심사였다는 것을 밝히듯이 자신의 인생경로에 대한 이야기의 주제로 삼고 있다.
부유한 유년시절의 생활이나 히틀러의 유태인에 대한 차별과 학살로 이어지는 독일을 탈출하여 싱가포르로,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어지는 청년기의 생활 중에서도 사귀었던 여자들과의 성적관계와 생활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만난 반려자인 준과의 만남, 이후 패션잡지사에 들어가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저자의 성(性)에 대한 관심과 매춘, 가학적(sadism)이거나 피학적(masochism)인 비정상적인 성행위 등에 대한 관심이 많음을 피력하고 있다. 어찌 보면 사진작가로서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느낌이다. 물론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인한 심장병과 수술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2부로 나누어진 내용 중에 전반부는 살아 온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반부는 자신의 주요 사진에 대한 느낌과 에피소드 중심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런 이야기의 전개는 무척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놓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좋은 일이나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 이외에 곤란하거나 실패하였던 일들도 솔직하게 풀어 놓고 있다. 어찌 보면 성공하기 위한 인생역전의 노력 과정에 대한 설명이 다른 유사한 책들의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나와 같이 사진에 대해 관심이 있고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어찌 보면 저자의 인생 경험 보다는 사진에 대한 영감을 받는 법이나 사진 공부하는 방법 등에 대한 직설적인 답변을 듣고 싶어하는데 저자는 그런 이야기 보다는 한 차원 높은 것인지 자신의 인생에 대해 풀어 내고 있다. 특히 섹스에 대해 여자와 관계나 이미지를 만들게 된 동기의 원동력이 성(섹스)이라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면서 여러 여자와의 지칠 줄 모르는 성적인 관계 속에서도 부인인 준과의 결혼 이후의 이야기 속에서는 저자의 미혼 때의 행각에 대한 내용과는 다르게 섹스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본인의 행위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단지 매춘굴에서의 느낌을 알기 위해 단순한 방문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배우인 부인의 몇 달에 걸친 공연여행 중에서도 자신의 성적욕구에 대한 외도하는 모습은 없다.
이런 저자의 이야기는 본인의 섹스에 대한 관심과 찍어 놓은 많은 사진 속의 주제가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저자의 여러 가지의 성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었든 저자의 역작의 내용 중에 책에 실려 있는 사진들은 무척이나 파격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역자의 후기에 서술한 것과 같이 변태적인 성적인 모습의 상상을 나 이외의 다른 사람도 하고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하면서 그런 모습에 빠져들지 않게 하는 마력이 있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나의 기대와 사진 잘 찍기에 대한 비법에 대한 즉답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찍을 것인가, 어떤 나의 생각을 사진에 담아 낼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요즘은 디카의 시대로 저자와 같이 약품을 섞고, 암실에서의 작업 등이 간편하거나 없어지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무엇을 담아 낼 것인가는 사진을 찍는 본인만이 풀어야 할 문제로 남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