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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과의 결별 - 양장본
구본형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불타는 갑판’은 이 책을 시작하는 핵심 주제어일 것이다. 즉 익숙한 것과 어떻게 하면 결별하고 나의 삶을 찾아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왠 뜬금없이 ‘불타는 갑판’이라는 이야기를 하는가 하겠다. 이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이야기로 1988년7월 영국의 북해유전에서 석유 시추선의 폭발로 168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이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앤디 모칸만은 차디찬 북해의 바다로 뛰어 들 수 있어서 살아 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분명 살아 남은 앤디 모칸은 나름의 직감과 탁월함이 있었을 것이다. 불바다의 석유시추선에서 차디찬 북해의 바다 속으로 뛰어 들 수 있는 결단을 했다는 것이나, 그 많은 희생자 중에 끼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그 순간 선택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 일 것이다.
그 현장의 세부적인 내용은 어찌 되었든 ‘불타는 갑판’에서 유일한 생존자가 될 수 있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아니 나의 선택에 의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나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척이나 강력하다.
‘불타는 갑판’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지는 IMF에 대한 당시 상황과 그로 이어지는 사회현상들은 벌써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려고 하는 사건 정도의 느낌으로 와 닿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의 체감 경기는 IMF당시 보다 더 안좋다는 말들이 오가면서 명예퇴직, 구조조정, 실업, 실직수당 등의 단어들은 우리의 일상에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단어가 된지 오래다. 어찌 보면 IMF를 잊은 것이 아니라 IMF라는 경제상황은 넘어 갔지만 그 이후에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실질 변화는 이제서야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저자가 이야기 하는 IMF당시의 경제상황과 그에 따르는 사회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고 체감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다시 옛날의 경제상황을 돼세기면서 좀 지난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허나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로 들어 서면서 자신의 이야기와 여러 유명회사의 사례, 분야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풀어 가는 자기 자신의 삶을 찾는 방법에 대한 조언은 나에게 많은 공감대를 갖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저자가 조언 해주는 것과 같이 나의 삶을 찾고, 나의 묘비명을 작성해 보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여 나의 아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방법의 조언은 인상적이다. 터미네이터, 쇼생크 탈출 등의 우리 일상에서 보아왔던 영화이야기에서부터 자신의 딸들에게 들려주는 편지는 감동적이다.
이런 삶의 변화에 대한 책들을 보면 대부분 미국의 사례가 많고, 그 내용 또한 미국의 생활양식에 따른 저자들의 이야기라 한편으로는 한국사람인 나와는 공감대가 적은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다른 국내에 출판된 이런 종류의 책들도 많이 있지만 이 책을 보면서 자신 주변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 내고 있어 더욱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느 생명보험사의 설명회에 갔다가 설명하는 강사의 인용 내용 중에 “익숙한 것과의 …”이라는 책 중에 ‘불타는 갑판’을 설명해 주면서 한번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막상 읽고 나서 그 강사의 이야기가 그냥 나오는 이야기는 분명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