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들
로버트 설리번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시궁쥐가 학명으로 라투스 노르베기쿠스(Rattus Norvegicus)라고 한다. 쥐라고 하면 다들 생각하는 것이 시커멋코 지져분한 하수구의 쥐를 생각한다. 바로 시궁쥐를 연상하게 된다. 또한 중세의 페스트라는 전염병과도 연상된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쥐약이나 쥐덫을 놓아 쥐를 잡아 오라는 숙제를 받았던 생각도 난다. 이런 쥐에 대한 이야기다. 장소는 뉴욕. 세계적으로 부유한 나라 중에서도 가장 경제 활동이 많다는 도시인 뉴욕의 역사를 그리면서 쥐와 함께한 이야기다.

     처음 “쥐들(Rats)”이라는 제목에 쥐에 대한 학술적인 이야기 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막상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면서 뉴욕의 이야기를 저자는 풀어 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뉴욕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인터넷을 통해 본 영화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이 생각난다. 1860년대라고 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와 화면 속에 벌어지는 도끼를 들고 서로 죽이고 죽는 처절한 사투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질척거리는 거리와 어둠침침하면서 더러움이 묻어 나오는 거리와 하수구, 건물들의 배경 속에 이 책의 주인공인 쥐들의 세상이 보이는 듯하다. 어둠과 더러움의 상징처럼 그런 세계에서 쥐들의 이야기를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쥐들의 생활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그들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점이 특이 하다.

     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나 이 책에서 쥐에 대한 특징을 이야기 할 때 가장 첫 번째로 꼽는 내용은 쥐들의 왕성한 번식력일 것이다. 하루에도 짝을 바꿔가면서 20번 이상의 교미를 하고, 암컷이 임신을 하고 21일이 지나면 8~10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새끼를 낳자 마자 다시 임신을 할 수 있어서 쥐 한 쌍이 1년에 15,000마리를 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적으로 자라나는 이로 어떠한 것도 갉아 낼 수 있으며,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 갈 수 있는 생명력은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지는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그들은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저자는 뉴욕의 이든스 엘리에서 1년 365일을 쥐들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삶의 모습과 희로애락을 느끼는 듯한 이야기를 풀어 낸다. 또한 쥐들을 박멸하기 위한 “소탕전문가”—이 책을 통해 새로운 느낌의 쥐 소탕전문가라는 직업에 대해 새삼스러운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에는 구충(驅蟲), 구서(驅鼠), 등의 방재활동으로 건물보호에 대한 활동을 이야기 하는데 이런 용어가 소탕전문가라는 용어로 번역된 듯 하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 준다. 또한 쥐들의 양식인 (음식물)쓰레기는 쥐들에게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양식이라는 이야기와 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치우는 청소요원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회일원이라는 이야기는 다시 한번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부분에 저자는 직접 쥐를 잡는 내용이 나온다. 쥐를 잡아서 직접 보고 만지는 작업 속에 느끼는 설렘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어렸을 때 쥐덫으로 쥐를 잡았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와 닿는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시궁쥐는 크기가 40cm에 왠만한 고양이 크기와 비슷한 정도의 시궁쥐도 있다. 이런 쥐를 덫을 사용해서 잡았다고는 하지만 마취제를 사용하여 마취하고 관찰하는 과정 속에 물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잘 마취되지 않는 모습 속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끼는 저자의 이야기는 현장에서 직접 쥐를 잡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책은 시궁창의 더러운 환경 속에서도 꾿꾿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쥐들의 관찰기다. 또한 이들의 삶의 역사는 곧 뉴욕의 역사와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로 뉴욕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역사를 쓰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현재의 화려함 속에 보이지 않는 쥐들의 삶을 통해 또 다른 뉴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또한 쥐들의 삶의 모습 속에 인간들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내용이 많다. 쥐들을 혐오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까지 가지고 있는 우리 인간은 쥐들의 삶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며, 이런 내용 중에 쥐들의 번식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방법은 곧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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