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부, 사람이 해서는 안될 거의 모든 것
하르트무트 크라프트 지음, 김정민 옮김, 이태주 감수 / 열대림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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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부’라는 단어는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의 항해일지를 통해 전해지는 하나의 개념이라고 한다. 남태평양의 통가, 타히티, 하와이의 주민들에게 전해내려 오는 미신이나 신격화된 어떤 행위나 모습을 보고 전하는 내용이다. 이런 개념이 유럽에 전해지면서 광범위하게 그 의미가 해석되고 사용하게 된다.

     무언가 신성시 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행위, 또는 특정의 사건에 연관되어 거론하기 꺼려하는 일체의 모습을 터부라고 개념 짖고 있다. 심리학자들의 해석으로는 주술의 한 종류로 이해되기도 하나 가장 잘 이해되는 내용은 본문에 나오는 근친상간을 금하는 행위 터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인지 터부, 무의식 터부, 어떤 사건에 의한 고통에서 벗어 나고자 하는 부분 터부 등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런 터부에 대한 개념 정리와 그에 따른 각종의 모습은 우리 인간들의 삶 속에 융화되어 보여지고 있다. 이런 각종의 터부는 단체의 정체성을 만들어 주고 있다. 동료의식을 만들고, 단합하게 하는 저변에 깔려 있는 힘의 원천으로 이해 되고 있다. 또한 터부의 파기는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드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간혹 특정 사회의 터부를 파기하는 행위는 일탈의 형태로 비춰져 특정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측면에서 터부는 단순한 미신의 수준이 아니라 사회를 떠받쳐 주는 힘의 한 종류일 것이다.

     우리의 주변에도 이런 터부는 많이 있다. 속담이나 떠도는 속설과 같이 한편으로는 미신이라고도 하기도 하는 내용일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신이라는 내용이 정확히 저자가 이야기 하는 내용과 일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술하는 내용으로 원폭이라든지, 히틀러의 희생에 따른 고통,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고 패망국으로서의 독일인의 고통 등은 저자가 이야기 하는 독일의 터부의 일부 내용일 것이다.

     이런 내용은 보는 관점에 따라 그 내용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세계대전의 패망국민으로서 당해야 하는 고통은 그 동안 고통을 준 국민들에 대한 측면이나 승전국의 횡포(?)라는 측면에서 볼 때 말 못 하는 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구체적인 내용이 터부라는 개념 속에서 나름의 위안과 회피의 방법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인의 시각에서 본 터부의 내용이라서 이해 안 되는 내용도 있지만 너무나 우리들의 시각이 미국식에 치우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이야기 했듯이 터부는 집단의 속성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깨지고 새롭고 창출된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인간사회의 저변에 깔리면서 전체적인 흐름의 방향을 은근하게 바꾸는 원동력으로 이해된다. 무수히 많은 터부를 우리의 삶이 평화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바뀌고, 새롭게 창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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