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 마이클 베이든의 법의학 이야기
마이클 베이든 지음, 안재권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법의학 관련 내용의 책들이 얼마 전에 읽었던 ‘스티프—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이란 책이 생각난다. 또한 ‘파리가 잡은 범인’도 생각 난다. 시체에 대한 선입견과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을 주제로 책을 써 내려간 내용이 이 책의 내용과 유사하다. 허나 이 책은 법의 학자인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부검과 사건 현장을 대변하는 시체가 보여주는 여러 가지 정황 증거들을 살펴 봄으로써 사건의 단서를 찾아 내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법의학자가 시체의 부검과 그 과정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상상을 해 보는 과정은 TV 외화드라마로 보여주는 과학수사물의 일종인 CSI시리즈에서 일부 보여지는 내용일 것이다. Y절개 방법이라든지, 사체 발견 시에 증거물 확보 방법이나 각종 상황에 따른 검사 방법, 최근에 각광받는 DNA감식 방법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화면들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저자의 이야기와 비교를 해 본다.

     법의학자는 자신의 일상 속에서 시체의 검시와 부검의 과정들이 늘 보는 광경이며, 삶의 일부로 접하는 상황이나 나와 같은 사람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이다. 간혹 인터넷의 사진 속에서 간접적으로 봤지만 실재의 모습은 사진 등의 모습 속에 상상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엮어 본다. 이런 상상 속에 저자의 서술내용은 적나라 하다. 그 중에서도 시체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는 상상할 수 없는 내용이기는 하나 가장 견디기 힘든 부검실의 한 단편일 것이다. 또한 사체의 절개와 신체 장기를 들어 내서 들여다 보는 모습은 쉽게 적응할 수 없는 모습일 것이다.
     또한 각종 살인사건과 사건 사고로 인한 사체의 모습은 죽음의 현장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내용일 것이다. 부패한 모습에서부터 부패하여가는 과정의 모습, 그 과정 속에 일어나는 각종 현상들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를 잡아가는 과정은 역겹고 거부감이 이는 작업들일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는 것은 작업자의 굳은 의지가 밑바탕이 되어있어야 만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저자도 이야기 했듯이 진실을 밝히고 그 진실 속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있기에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부패에 관여하는 곤충에 대한 연구자나 인체에서 흘러 나오는 피의 움직임으로 인해 파생되는 현상들을 읽어 냄으로써 사건을 해결하는 연구자들은 저자와 같이 시체를 직접 검시하고 부검하는 법의학자와 같은 부류라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세하게 해당되는 권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런 법의학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컴퍼런스와 세미나는 우리나라에도 있는 행사인지 모르겠지만 서로의 지식을 공유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각종 도구들—부검 칼에서부터 검시대, 촬영장비, 측정장비 등 무수하게 많은 종류의 도구들—을 판매하고자 하는 마케팅 활동과 영업 활동은 또 다른 전시회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일반적인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기계 등의 전시회는 쉽게 접하는 모습이나 법의학자들의 컴퍼런스를 위해 모인 기회로 이런 특수한 전시회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렇지만 가장 미국적인 모습의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죽은 자가 대변하는 죽음의 순간의 진실을 밝히므로써 억울한 피해자를 없애고 정의를 실현하고 하는 신념을 가진 사람 만이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주어지는 한번의 기회를 정확하게 보고 빠트림 없이 규명하여 우리나라에서 자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의문사에 대한 의혹은 없어지리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지하실에서 작업하고, 시체를 대상으로 하는 작업과정은 우리들의 관심 밖에 있지만 한번의 진실을 밝히는 기회를 묵묵히 밝히는 법의학자들에게 힘과 용기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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