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의 의미를 다양하게 풀어 내는 작가의 글쓰기에 감탄하며

화장 -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화장은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이 죽을 때 요즘의 세태로 변한 火葬(화장)과 보통 여자들의 일상이 된 化粧(화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복합적인 의미의 내용을 작가 김훈은 무척이나 자세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대기업 화장품 회사의 상무인 주인공의 부인이 암 투병으로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묘사 속에 그 환자의 아픔과 가족의 고통까지도 전해져 오는 느낌이 든다. 이와 대비하여 젊은 여직원을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삶의 활기가 넘치는 또 다른 여체에 대한 묘사는 대조적이면서 상반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이상문학상 심사위원들의 작품에 대한 평과 평론가의 해설을 보면서 작가 김훈의 글쓰기 모습에 대해 새삼 그 느낌을 음미해 본다.

     내가 김훈 작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이 책의 화장이라는 글보다는 신문지상에 많이 오르내렸던 이순신장군에 대한 소설 ‘칼의 노래’라는 책의 작가라는 얘기를 더 많이 들었고, 노대통령과 관련된 TV방송과 책이나 작가와 관련된 TV방송을 통해 작가 자신에 대한 내용을 접하면서 약간은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던 것이 ‘화장’을 보면서 그 재미와 매력은 남다르게 느껴진다. 인기에 영합하는 여느 작가와 같이 TV에 비춰지면서 글쓰기 보다는 보여지는데 치중하는 작가 아닌가 했는데 막상 글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다. 더욱 더 ‘칼의 노래’를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 밖에 실려 있는 8편의 단편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짧으면서도 매력이 있으며, 이런 발상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특히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라 더욱 정감이 느껴진다. 할머니 특유의 냄새와 어머니 특유의 냄새가 그리워진다. 이 글에 실린 어머니의 삶을 대변하는 냄새는 신세대를 대변하는 아내의 냄새와 대비하여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자리다툼은 옛날 할머니와 어머니의 부엌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다른 이야기로 칵테일 슈가는 시제품을 통해 전해지는 돌고 도는 남녀 유부남, 유부녀의 불륜의 관계 속에 재자리로 돌아온 칵테일 슈가와 이로 인한 주인공의 봉변은 자신 행위의 결과일 것이다. 최근 스와핑이라는 사회문제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기러기 아빠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남녀의 시각에서 반복적으로 끌어 가는 이야기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는 파국으로 결말 나는 기러기 아빠의 비애와 그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타 다른 내용으로는 ‘밤이 지나다’, ‘진흙 파이를 굽는 시간’, ‘존재의 숲’, 그림자 아이’,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가 실려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하면서 읽어서 그런지 무슨 내용인지 한번에 그 내용이 떠오르지 안는다. 뒷부분의 심사평을 보면서 다른 단편소설들의 의미를 재차 새겨 본다.

     올 2005년의 이상문학상을 보고서 2004년의 작품들을 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상문학상 특유의 기발함과 엽기적(?)이면서 독특한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들의 느낌 보다는 난해하다는 느낌과 통속 연애 소설 속의 얽힌 애정관계의 내용과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올해(2005년)의 수상작의 느낌은 우리의 일상에서는 벌어지지는 않으나 상상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내용을 탁월한 상상력으로 그려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물론 대상작품은 그 작가 특유의 문체와 이야기 전개 방법에 따라 그 느낌은 다르지만 전반적인 올해(2005년)와 작년(2004년)의 수상작들의 느낌이 다르게 느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