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조선의 뒷골목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8월

     조선의 뒷골목이라고 해서 이 책의 내용과는 다르게 진짜 뒷골목 풍경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허나 그런 뒷골목의 풍경이 지금과 같이 “VJ특공대”식의 카메라로 현장을 담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고서 저자가 쓴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약간의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허나 제목에서와 같이 이 책에 실려 있는 내용—민중의(醫), 군도와 땡추, 도박, 금주령과 술집, 과거, 감동과 어우동, 반촌, 검계와 오라자, 별감, 탕자—은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이나 지역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내가 생각하는 뒷골목의 모습과는 약간 다른 의미로 와 닿는다.

     진짜 뒷골목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의 어린 시절에 겪었던 뒷골목의 모습이 진짜 일까? 아니면 저자의 책에 소개한 내용과 같이 사회에서 약간은 격리되고 차별화(?)되어 있는 부류에 대한 내용이 진짜 뒷골목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꼬마 아이들의 놀이장면이나 요즘과 같이 불량배의 모습 속에 집단 따돌림이나 왕따로 고통 받는 모습도 있지 않았을까?
     요즘에 사회문제로 부각된 왕따나 불량배에 의한 청소년문제가 그 당시에는 없었을까? 물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라고 청소년문제가 없었다고는 못할 것이다. 단지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았을 따름이고, 자체적으로 묻혀지는 내용으로 역사 속에 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내용도 TV드라마에 상상의 나래 속에 만들어진 연속극으로 보여지는 장면 중에 하나일 것이다.

     또 다른 내용으로 그 시절의 모습은 풍속화 속에 그려져 있는 양반의 음란한 모습과 문란한 성문화 등이 주 소재였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또한 이런 내용을 저자도 거론하고 있는 모습은 풍속화를 통해 전해져 오는 사회상의 한 단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얼마 전에 영화로 보여진 ‘조선남여상열지사 스캔들’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남봉꾼이 열녀라고 소문난 처녀 미망인을 꼬시는 과정과 진실한 사랑을 느끼면서 죽어가는 내용이 생각난다. 이런 내용은 한편으로 보면 비생산적이고 부도덕한 내용이며, 사회의 악영향을 끼치는 내용으로 볼 수 있지만 재미는 있는 내용이다.

     이런 그림과 단편적인 한자어로 기록된 당시 조선사회의 단편들을 나름의 상상과 빈약한 문헌을 바탕으로 정리한 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대단한 작업이고, 이런 작업을 통해 우리 조상의 삶의 진실한 모습을 엿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TV드라마의 주 소재인 왕실과 양반가의 특권층 얘기가 아닌 일반 서민의 삶을 되 집어 볼 수 있다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일반 서민의 모습을 조선시대로 돌려 놓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된다. 나의 주변과 일상에 연결된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상상하는 것은 보다 더 현실감이 있고, 재미가 더해 진다.
     이런 재미 있는 소재를 책으로 엮었다는 것에 다른 책들과는 차별화 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막연한 상상이 아닌 문헌과 자료를 통한 고증은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딱딱한 느낌이 아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 가듯이 정리하여 서술하는 저자의 재담이 재미있다. 허나 문헌과 그에 대한 주석이 많은 부분은 책 읽는 속도가 더뎌지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