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 부는 사나이 - 제1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기홍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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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 「피리 부는 사나이」를 접하면서 느끼는 생각은 소설 속에 나오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본 동화의 내용을 연상하게 한다. 어릴 때 동화나 TV에서 봤던 만화영화의 소재로 한 마을이 쥐로 고통을 받는 마을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에 의해 문제해결이 되었다가 「피리 부는 사나이」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 마을의 어린이들이 모두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연상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쥐와 어린이, 피리 소리, 약속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단지 약속에 대한 교훈 정도로 이해했던 기억이 난다.


     소설에서는 이 「피리 부는 사나이」의 설화와 같은 이야기를 동명의 소설로 탄생시키면서 새로운 각도에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초반부 대학에 갓 입학한 초년생의 짧은 이야기는 풋풋한 학창시절의 이야기로 「피리 부는 사나이」와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읽어 가다가 점차 「피리 부는 사나이」의 실체에 접근하게 된다. 그렇지만 「피리 부는 사나이」의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단지 음악에 대한 개념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이야기는 테러와 연관된 서로 상반된 개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뉴욕의 9.11이나 런던에서 있었던 버스테러 등이 연달아 발생했던 시대적 상황과 연결하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생경한 느낌을 주게 한다. 피리소리, 젊은 여성들의 실종, 화재, 등이 테러라는 시대적 사건과의 연관 짖는 것은 조금은 모호함이 느껴진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제목과 같은 피리에 대한 느낌 보다는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을 엮어 주는 기타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피아노 얘기도 나오긴 하지만 주된 내용은 기타가 주된 음악의 주제가 되고 있다. 피리는 단지 악마로 대별하는 판(Pan)에 대한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있기는 하나 기타는 이야기를 연결해 주는 주된 악기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기타를 배우고 가르쳐 주는 과정에서 주인공과 주인공을 좋아하는 정현의 모습은 대학초년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으로 느껴진다. 대학 초년생 때 기타를 배우려고 시도했었던 때를 생각하며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한 느낌을 더 강하게 느낃게 한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대재벌의 딸과 사고, 그리고 이어지는 「피리 부는 사나이」를 찾아 나서는 주인공이 런던으로 날아가 바라보는 사건 사고의 내용은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테러라는 주제와 엮어지는 이야기도 그렇고, 전개되는 과정의 내용이 TV드라마에서 황당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와 같은 느낌이 든다. 불쑥 나타나는 대재벌의 딸이나 은밀하게 만나는 방법, 런던으로 날아가 벌어지는 활약 등도 그렇고 절친인 우진의 죽음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한편으로는 인도의 보팔 가스사고의 이야기를 하면서 환경운동이나 다국적 기업의 부도덕성에 대한 고발(?)의 내용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처음에는 풋풋한 대학초년생의 이야기로 아련한 추억의 한때를 보는 듯 하다가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과 생각을 통해 흥미롭게 이어지면서 조금은 황당한 느낌은 들지만 마치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궁금증과 재미로 소설을 끝까지 읽어 가게 한다. 중간 중간에 들려주는 쥐 사원《카르니 마타라나》, 피카소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을 읽는데 재미를 더해 주는 이야기로 느껴진다. 또한 우진이 얘기하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 또한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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