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평등한 퀴리부부
에브 퀴리 지음, 장진영 옮김 / 동서고금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사주신 위인전기가 생각난다. 여러 위인들(12명)의 전기 중에 「퀴리부인」이 있었다. 이순신장군, 세종대왕, 에디슨, 나폴레옹 등등... 그 때 “왜 「퀴리부인」일까”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우선 서양의 이름은 여성이 남편과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라간다는 것을 몰랐고, 귀리부인이 남편 보다는 더 많은 업적을 세웠기에 퀴리부부가 아닌 「퀴리부인」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방사능 물질에 관련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을 꼽으라면 당연히 퀴리부인인 마리 퀴리 이다. 방사능을 발견한 사람은 베크렐이지만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은 당연히 마리 퀴리일 것이다. 아마도 이공계에서 여성으로 두 번의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하면서 방사능 물질에 대한 탁월한 연구 업적이 있기에 어린이 위인전기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지 않나 생각된다. 비단 마리 퀴리만의 얘기가 아니라 남편 피에르 퀴리와 딸 이렌 퀴리(이렌 졸리오퀴리, 남편인 프레데리크 졸리오는 마리 퀴리의 조수이면서 딸인 이렌과 결혼하여 성도 바뀌었나 보다 졸리오퀴리라고)도 노벨상 수상자이다. 사위를 포함하여 노벨상 수상가족이라고 할까! 이렇다 보니 그 중심에는 마리 퀴리가 있다.


     이 책은 마리 퀴리의 또 다른 딸 에브 퀴리가 쓴 책이다. 즉, 딸이 본 엄마 마리 퀴리의 이야기다. 딸이 유명한 엄마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그런데 전기의 내용은 딸로서의 엄마에 대한 느낌이 아닌 객관적인 인물에 대한 생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소박한 부부의 모습을 적고 있다. 가난한 가정 형편과 어렵게 이어가는 연구 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저런 환경에서 위대한 발견과 연구를 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지금은 방사능에 대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연구를 하면서 두 딸을 낳고 성공적으로 키워 냈을까 하는 의문 아닌 의문이 든다. 딸이 서술하는 전기의 내용은 어찌 보면 담담하게 남의 얘기처럼 적고 있어 엄마나 아빠의 모습의 개인 감정은 배제되고 있다. 대신 자료의 내용이 당시의 부부간에 오간 편지 등을 통해 상세히 전해 주고 있다. 위대한 연구자로서, 그리고 소박한 삶을 살았던 두 부부의 모습을 얘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딸이 본 엄마로서의 의미는 책에서는 거의 배제되어 있다. 또 하나 퀴리부부의 얘기다 보니 마리 퀴리 중심의 내용 보다는 피에르 퀴리의 얘기를 많이 알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한가지 아쉽게 느끼는 것은 퀴리부부의 학술적 업적에 대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두 사람의 탄생에서 학창시절, 연구 활동, 결혼 등으로 이어지는 삶의 모습은 잘 설명되고 있으나 그들의 연구활동에 따른 업적에 대해서는 웬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내가 이 책을 읽어 보려고 했던 내용 중에는 퀴리부부의 연구 성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당시 연구 성과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 연구성과는 그 성과로서의 결과만 남아 연구자가 어떤 노력, 어떤 행운을 통해 그런 연구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궁금한데 이 책은 그런 면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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