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잡초, 아니 야생초와 같이 보낸 시간

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야생초(野生草)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보니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이 야생초가 『야생초 편지』에서는 감옥에서 자라는 풀들을 가리키고 있다. 잡초에 대한 생각이다. 잡초는 잡풀이고,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다시 한번 찾아 본다.

     야생초나 잡초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재차 확인하는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의 삶의 모습이 야생초나 잡초에 비유될 수 있기에 그 의미를 적어 본다. 13년2개월 동안 감옥에서 지낸 저자의 삶의 모습을 야생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야생초 하니까 조금은 생소하고, 우리 식으로 하면 잡초와 같은 삶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책을 보면서 양재천의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둔턱에 피어나는 여러가지 꽃과 풀들이 생각난다. “이 예쁜 꽃은 무슨 꽃이지?”하고 생각하고 집에 와서 식물도감을 열심히 찾아 봐도 도감에 나오는 사진과 내가 봤던 꽃하고는 일치하기가 어려웠는데 책에 그려진 풀들의 이름과 모양은 마치 식물도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이야기와 엮어진 설명은 정감을 더해 준다. 사진과 다른 세밀화의 정감이라고 할까?

     우리집 화분을 들여다 보면 어느 순간 화분 가득하게 잎이 무성한 풀이 자라고 있어 모두 솎아 주고 나서 얼마가 지나서 다시 보면 또 다시 무성하게 자라는 풀이 무엇일까 했는데 책에 보니 괭이밥이란다. 이 풀에 대한 설명과 특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노랗게 피어나는 꽃은 나름의 예쁨을 자랑하고 있지만 본의 아니게 다른 화분에 키우고 있는 화분을 점령하는 모습이 달갑지는 않다. 또한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이 내 주변에 봐 왔던 풀들이 책 속에 그림과 같이 나오니까 여간 반갑지 않다. 양재천을 거닐 때 이런 풀들의 사진을 찍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작가와 같이 감옥에 있으면서 그 많은 시간을 이런 풀들과 보내는 모습을 생각하니 안쓰러움이 밀려 온다. 달개비, 제비꽃, 여뀌, 루드베키아 등의 풀들은 어떤 것은 이름을 들어서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많이 봤지만 이름도 모르는 풀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편으로 열악한 감옥에서의 생활을 엿본다. 마가린통에 우유팩에 조그마한 물건도 귀하여 최대한 활용하여 풀을 키우고 가꿔 나름의 행복을 찾는 모습이 애처롭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 상황, 그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애처롭지만 한편으로는 나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짧지 않는 기간 동안 속박된 감옥에서의 생활에 평소 우리가 관심도 보이지 않던 우리 주변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평소 우리가 무심코 보아 왔던 것들이 우리의 상황과 환경이 바뀌어지면 새삼스럽게 우리에게 와 닿는 모습을 작가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작가가 소개하는 잡초, 아니 야생초들은 꿋꿋한 생명력으로 그들의 삶을 이어가듯이 우리도 우리만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