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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앞에서 - 한 사학자의 6.25 일기
김성칠 지음 / 창비 / 199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김성칠(金聖七, 1913~1951)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역사학자이다. 인터넷에서 찾아 보니 「한국의 역사학자이다. 금융조합에 근무하다가 1941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에 입학하여 역사학을 전공하였다. 저서에 《조선역사(1946)》, 《동양사개설(공저, 1950)》, 번역에 《용비어천가(1941)》, 《열하일기(1950)》 등이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 중에 《조선역사》는 한글로 풀어서 쓴 역사책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저자의 짧은 인생이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못하게 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 『역사 앞에서—한 사학자의 6.25 일기』은 무척 인상적인 책이다. 역사학자가 6.25를 겪으면서 쓴 일기의 내용으로 당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6.25에 대한 많은 책들은 일단 남과 북의 입장에서 이념적인 선입견을 바탕으로 한 서술로 이어져 어느 일방의 시각을 대변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을 한쪽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함에 있어 그 전쟁 중에 있는 일반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고통에 대한 느낌이 너무도 막연함으로 와 닿거나, 아니면 영화나 소설 등에 표현된 내용을 토대로 인식하게 하는데 이 역사학자의 일기를 통해 또 다른 전쟁의 비극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일기는 6.25가 일어 나기 전인 1945년12월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저자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사망하게 되는 시점 바로 전인 1951년4월로 마감을 한다. 일기에 기록되어 있는 당시의 상황은 남과 북이 서울을 점령하면서 정권이 서로 교차되면서 겪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렇다고 소설과 같이 화려한 미사여구를 넣어 묘사하는 내용이 아니라 덤덤하게 바라보는 모습과 저자의 생각을 기록하고 있다. 6.25에 대한 얘기 중에 북한군의 점령과정과 대한민국 정부의 철수 과정, 북한군 점령하에서의 고통과 국군의 수복, 강제 부역자에 대한 이야기 등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시간에 기계적으로 당시에 대한 역사암기와 같은 느낌이었고, 어느 일방의 입장에서 바라본 당시의 상황과 과정에 대한 세뇌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6.25를 겪어 보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일기의 주인공은 그 현장 속에서 겪은 고통과 어려움을 너무도 담담하게 적고 있어 어찌 보면 어느 일방으로부터 당한 고통이 아니라 정권의 교차 속에서 겪는 민초들의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고향은 경북 영천이라고 하니 남한이고, 당시 대학 교수를 하고 있으니 북한군이 보는 시각은 소위 부루주아로 인식되었을 것이며, 이로 인해 생명의 위협과 가족의 안녕을 지켜 내기에는 너무도 역부족이었으며, 그 고통 또한 말로 표현하지 못하였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의 일기 속에는 그런 장면장면의 내용이 너무도 담담하게 그려진다. 특히 부인(이덕남—전 이대 국문과 교수)의 노고와 고통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부인의 물심양면의 희생에 감사함을 잊지 않는 애틋함도 느껴진다.
6.25전쟁에 대한 남과 북의 시각이 아닌 그 전란 속의 한 부분으로 역사학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당시의 상황을 새롭게 조장해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