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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도가니』는 소설보다는 영화로 2011년을 강타한 히트작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로 실재 모델이 되었던 광주의 맹아학교에 대한 비난과 그에 따른 실사, 그리고 처벌 등 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이슈화 되었던 동명의 소설 내용이다. 어찌 보면 소설을 통해 영화가 더욱 더 사회 문제로 부각되어 가해자들에 대한 원성이 더 부각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영화가 개봉 이슈화가 되고 개봉되기 전후하여 4~6개월 동안은 대한민국이 『도가니』로 도가니 속이 되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용은 신문 방송을 통해 무척이나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서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영화의 내용과 원작 소설은 어떻게 내용을 그렸을까 하는 궁금증에 책을 읽어 본다. 배경은 무진을 그리고 있다. 안개에 휩싸여 있는 무진시에 새롭게 전입 오는 기간제 선생님 강인호가 무진을 찾고,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을 찾는 장면이 그려진다. 일단 기본적인 내용의 줄거리를 곁다리로 들어서인지 이야기의 긴장감은 덜 하다. 그러면서 소설이나 실재나 등장하는 문제의 장소나 가해자나 모두가 다 한결같이 예쁜이름, 인자해 보이는 이름을 달고 있다. 소설 속에서도 ‘자애학원’, 실재로는 인화학교라고 한다. 이런 실재의 모습을 안개가 덥고 있다는 느낌을 짙게 느껴진다.
내용에 그려지는 맹아 학생에 대한 조직적인 선생들의 폭력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조직적인 은폐의 모습 또한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다. 비단 소설 속에 그려지는 내용이 내용의 실재의 본질을 얼마나 보여주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소설과 영화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고, 그 내용의 실재 모델인 광주의 학교가 조명되면서 재조사니, 처벌이니, 당시의 재판과 그를 담당했던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넷과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 과연 소설 속에서 작가가 보여 주려는 내용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책 속에 그려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자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학대와 가학의 실체는 인터넷이나 뉴스 속에 등장하는 내용이 다는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의 주인공 강선생님이 학교에서의 모든 것을 뒤로하고 조용히 떠나는 모습은 왠지 모를 비애감을 느끼게 한다. 밥 벌이를 위해 불의를 외면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모습이다. 물론 이런 모습은 처음 강선생님의 학교에 부임하게 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지만 그런 배경의 사람을 이용한 강자들의 탐욕은 우리의 상상을 앞질러 간다.
도가니는 사전적의미로 1.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 단단한 흙이나 흑연 따위로 우묵하게 만든다, 2.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있고, 다른 하나는 1. 무릎도가니(‘무릎뼈’를 속되게 이르는 말), 2. 소의 볼기에 붙은 고기라고 나와 있다. 작가가 붙인 의미로는 마음 속을 도가니 속처럼 뜨겁고 들끓는 상태를 비유하는 말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 소설 속의 이야기 또한 우리의 마음을 도가니로 만드는 뭔가에 대한 생각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