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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나그네 1
복거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복거일의 『역사 속의 나그네』를 중고 서적을 재활용 쓰레기 더미에서 찾아 읽게 되었다. 그냥 시간 때우기용의 소설인가 보다 하며 반신반의 하는 생각에 읽기 시작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당시 시대로 들어가는 흡인력이 느껴진다. 책을 보면서 인터넷을 통해 작가의 생각과 당시의 상황을 찾아보니 시간이 꾀나 흘렀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1988년8월부터 중앙경제신문에 3년간 연재된 소설을 1991년10월 말경에 3권으로 출간 되었다는 기사를 찾아 볼 수 있었다. 1988년이니까 지금으로 따지면 24년의 시간 전의 소설이겠다. 그래서 인지 나오는 소설 속의 단어가 생소 하다. 대표적으로 시낭—時囊이라고 쓰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詩囊이라고 쓰면 시를 담아두는 주머니라고 사전에 나오지만 時囊은 나오질 않는다—이라는 단어이다. 요즘식으로 얘기하면 영어식인 타임머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조선시대, 그러니까 임진왜란이 발생하기 전이라고 하니 1578년 경의 충청도 지방의 조선시대 언어로 표현하는 대화 내용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언어로 읽혀진다. 충청도 사투리 같으면서 고어 같은 느낌이 당시의 느낌을 느끼게(?) 한다.
2078년의 미래의 주인공 이언오가 시낭을 타고 과거 백악기로 가다가 불시착하여 1578년의 16세기 후반기에 불식하는 과정부터 그려진다. 마치 SF만화의 내용과 같은 느낌이다. 출간 당시의 신문에는 터미네이터(영화가 나온 해가 1984년이라고 한다)라는 얘기를 하던데 나는 터미네이터 보다는 SF일본 만화의 느낌을 왜 더 많이 느끼는 걸까?
불시착 시낭을 탈출하여 아산주변의 산골을 숨어 다니면서 이상한 스님 행세를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조종복에 배낭을 맨 스님이라니 언뜻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는 감이 없다. 2078년의 조종복은 지금의 조종복과는 다르게 좀더 타이트하게 몸에 맞게 입지 않을까 하는데 이런 몸에 꼭 맞는 조종복에 스님 행세가 영 어울리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스님으로 그곳—아산 인근의 산골—의 지역민에게 호감을 받고, 자신에게 호감을 베푼 지역 주민에게 보다 나은 삶의 방법을 제시하면서 민중봉기라는 방법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재미있다. 주인공의 인간적인 고뇌하는 내용은 인상적이다. 또한 그런 민중봉기의 끝은 결국 공권력에 의한 진압과 탄압인데 그 결말이 무척이나 궁금하게 책은 중간에 끝나는 느낌이다. 다른 인터넷 서평을 보아도 더 이어질 책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 이어진다.
책을 보면서 현재의 내가 이언오와 같은 1578년의 16세기 말로 간다면 과연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장의 물질적인 환경이 다른 환경 속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학적 지식과 기술, 역사에 대한 인식, 생활풍습에 대한 지식 등등—을 과연 잘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당장 전기에 대한 아쉬움과 먹는 것, 자는 것에서 오는 불편함과 이를 극복해 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 본다. 그리고 당시의 사람들의 생각과 의사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있어 너무도 힘들고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극복하지 못할 내용은 아니겟지만….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온 미래인으로 역사를 새롭게 변경하는 것을 감시하는 역할로 당시의 토정 이지함을 등장시키는 내용은 박진감이 느껴진다. 과연 새롭게 역사를 만들어 내는 모습은 타임머신류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모습인데 작가는 미래인이 기존의 역사를 변경함에 있어 많은 고민의 흔적을 주인공을 통해 들어 내고 있다.
이야기는 민중봉기의 전반부를 그리면서 끝나고 있는데 대부분의 서평에서 얘기 하듯이 이야기는 임진왜란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임진왜란은 둘째치고 이언오가 짝사랑하는 귀금이와의 러브스토리도 재이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재미있으면서 아쉬움이 짖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