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붉은 여왕 - 인간의 성과 진화에 숨겨진 비밀, 개정판
매트 리들리 지음, 김윤택 옮김, 최재천 감수 / 김영사 / 2006년 11월
평점 :
붉은 여왕은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속편 『거울을 통하여』에서 붉은 여왕이 한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주변 세계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도 좀처럼 몸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라고 한다. 아직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속편 『거울을 통하여』를 읽어 보지 않아서 이런 내용이 있다는 내용만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붉은 여왕이 600쪽이 넘는 생물학관련 서적의 책 제목으로 등장하는지 궁금증이 인다.
학창시절 생물학을 배우면서 진화론에 대한 설명에 대해 들었을 때는 그 진화론이 창조론과 어떻게 다르고 진화론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주입되어온 지식으로 남아 있었었다. 진화론이 처음 다윈에 의해 주장되어 오고 그 이론을 하나하나 정립해 가는 과정이 무엇인지 막연하게 느껴 왔었고, 최근 들어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통해 새롭게 정의 되는 진화론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처음 생물학을 접할 때 생물의 분류에 있어 동물과 식물, 균류로 나뉘면서 인류에 이르는 계통도가 생각난다. 그러면서 등장하는 내용이 암수의 구분으로 나뉘는 성의 분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성의 분화에 있어 암수가 나뉘었다라고 만 배웠지 왜 암수가 구분 되었을까라는 대목에서는 갑자기 천지창조의 성경의 한 대목을 생각나게 한다. 최근 이에 관련한 여러 가지 연구 내용을 보면 가장 설득력 있는 내용으로 기생충관련 학설이라고 생각된다.
인간과 같이 다세포 생물로의 진화하는 유전자가 하나의 개체로 지속적으로 살아 남기 위한 방법으로 유기적 개체로 성장하는 진화과정에서 불필요한 존재—寄生蟲, 기생충의 어원적 의미 보다는 빌 붙어 살아가는 세포, 세균, 바이러스, 벌레 등 기생생물의 통칭의 의미—를 배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性)이 발생하였고, 이 성을 통해 현재의 생물로 진화해 오는 과정에서 기생충과 벌이는 경쟁의 관계를 붉은 여왕 이론이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어찌 보면 기생충과의 투쟁의 역사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저자가 붉은 여왕에 대해 얘기한 내용은 비단 이 하나의 이론적인 내용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모든 분야를 아울러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암수 성 분화대한 다양한 사례—암수 한 몸인 경우, 암컷이 발달한 경우, 수컷이 발달한 경우에 대한 유전적 이점을 다각도에서 들여다 본다. 처음 듣는 생물의 생식 내용과 다양한 유전적 진화 과정에 대한 얘기는 흥미롭다. 어찌 보면 진화론의 근저는 붉은 여왕 이론을 바탕으로 태동한 느낌이 든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엘리스에게 한 얘기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는 내용은 치열한 생존의 각축장에서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그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만이 나의 후손을 남길 수 있다는 생물계의 진리의 단편을 보는 듯 하다. 마치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 속에서 세랭게티 초원에서 치타의 맹 추격을 받아 살아 남고자 열심히 뛰는 누떼들의 모습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