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
개빈 멘지스 지음, 조행복 옮김 / 사계절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책 제목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에서 1421이라는 숫자는 이 책의 저자가 강조하는 숫자이다. 이는 세계적인 탐험에 관한 내용으로 얘기하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 세계최초의 일주 기록을 갖고 있는 마젤란, 호주 대륙을 발견한 쿡 등의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록과는 다르게 이들 보다도 짧게는 70여 년 길게는 100여 년이 앞서서 중국 명나라 영락제의 지시를 받은 정화 함대—정화, 주만, 홍보, 주문, 양경의 환관 제독에 의해—를 통해 앞에서 열거한 기록들을 세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장’이라고 얘기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작가가 이런 발견의 출발점은 조선의 강리도, 피치가노 해도, 피리 레이스 지도, 진 로츠 해도, 칸티노 해도, 발트제뮐러 해도 등 지도들이 중국 선단을 통해 관측되어 기록된 결과물이었다는 얘기다. 쉽게 믿기지 않는다. 기존에 확고 부동하게 못박혀 있던 사실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며, 작가가 주장하는 가설에 의해 중국에 의한 세계 발견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설명하는 중국이 최초의 세계 대륙을 발견 했고, 서양의 신대륙 발견의 원동력의 근원지라는 설명에는 많은 예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로 실 지형에 대해 묘사되어 있는 해도를 통한 설명이다. 위에 열거한 해도에 그려진 그 지역, 그 형상은 직접 보지 않고는 그리지 못한다는 전제가 있고, 그렇게 해서 측정하고 그려진 해도의 제작 연도는 역사적인 시점을 대비하여 서양의 신대륙과 모험의 시점보다는 적어도 70여 년이 앞선 내용이며, 서양의 모험의 발판은 결국 중국의 항해를 통해 얻어진 결과물을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에 열거한 해도와 세계지도는 작가가 지적 했듯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지도라는 점과 대강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사진 등을 통해 보여지는 지도가 오늘날의 지도 모습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이는 결국 작가의 설명과 내가 체감하는 모양이 다르고, 결국 중국의 세계 발견이라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두 번째로 얘기하는 것은 각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중국의 산물로 각 환관제독들이 거쳐 갔었던 지역별로 나타나는 비문, 침몰된 배들의 잔해, 각종 작물들의 이동—벼, 옥수수, 고구마, 마, 코코넛 등의 대륙간 이동—과 그 분포 지역 비교, 닭의 울음소리와 생활 속에서의 활용 방법, 지역별 풍습과 전설 등의 내용을 통해 중국인에 의해 전파 되었다는 것을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작물들의 생태학적 분포에서 위에 나열한 식물들의 원산지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 속에 설명되지 못하는 이동 경로와 자생 분포를 중국인에 의한 탐험으로 파생한 결과라고 얘기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내용에 대한 작가의 설명은 어느 정도 타당하게 설명이 되지만 명쾌하게 설명 되어 지지는 않는다.
     세 번째 증거로서 얘기하는 내용은 중국의 상황과 당시 서양—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등의 대양제국—의 정치, 경제적인 상황 비교를 통한 세계탐험을 가능케 한 시대적 상황을 거론하고 있다. 한창 번성의 성장기를 구가했던 명나라 영락제의 정치 상황과 신대륙 발견의 꿈 보다는 향료무역이나 금을 찾아 뱃길을 떠나는 콜럼버스의 출발의 모양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결국 이권사업을 위해 뱃길을 떠나는 콜럼버스의 밑바탕은 중국에 의해 제작되어 진 지도를 통해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신대륙을 찾아 모험심을 키우는 우리들이 배워 왔고, 알고 있었던 내용과는 상반된 내용으로 와 닿는다.
     이 밖에도 많은 사례를 참고 문헌 등을 보여 주면서—작가가 18장에 걸쳐 설명하는 내용의 증거 자료를 100쪽이 넘는 분량의 주석을 달아 놨다—설명 하고 있다.

     이런 설명을 함에도 중국의 세계 최초 세계를 발견하고 인식했다는 것에는 왠지 모를 의문이 든다. 내가 받아 왔던 교육에 세뇌 되어 새로운 사실에 대해 받아 들여지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믿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왜 정화 함대의 대 장정과 기록들이 거의 찾아 볼 수 없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1421~1423의 3년간이라는 짧은 기간에 몰려 있으면서 그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단지 간접적으로 보여지는 내용이 전부라는 것이다.
     또 다른 생각으로는 과연 지금 와서 중국이 컬럼버스 보다 71년이나 앞서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 했고, 서양 열강의 식민지 개발의 태동을 알리는 원동력으로 각종 지도 등을 통해 작용했다는 사실이 오늘에 와서 무슨 의미 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동양인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위해서, 아니면 중국인에 대한 위대함을 재삼 알리기 위해서, 이런 의미 보다는 어떤 위대한 탐험과 노력의 결과물을 만들었어도 그 결과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인식하느냐가 580년이 지난 현재에 어떻게 작용했고, 현실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을 해 본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처음 발견한 탐험가라는 얘기는 누구나 믿는 사실이다. 허나 이 사실이고 진리라고 믿는 내용이 이 책에서는 사실이 아닌 거짓이고, 단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남미 식민지 개발을 원활하게 하는 해류의 발견자 또는 활성화 한 모험가 정도가 맞는 표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중국인의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할 수 있는 탐험 결과는 결국 사장되고 쓸모 없는 헛된 일로 되었고, 역사적 사실 자체도 부인되는 결과가 되었다. 슬픈 일이다.

     결국 인간의 역사와 기술은 기록과 물리적으로 남는 결과물에 의해 쌓아져 온 역사라는 생각을 해 본다. 현대의 과학기술 문명도 그런 토대 위에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과거의 진실이라고 믿었던 사실을 어느 순간 거짓이라고 얘기하고, 진실은 이것이라고 얘기한다면 어느 누가 쉽게 받아 들일 것인가?
     어찌 되었든 1421년 중국의 정화함대에 의한 인류 역사상 위대한 탐험과 그 탐험의 결과물이 음으로 양으로 인류의 복지에 기여 했다고 한다면 컴럼버스가 최초의 신대륙 발견자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단지 진실을 왜곡하여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챙기는 결과를 낳는다면 역사는 그 행동에 응당한 대응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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