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위의 세 남자
제롬 K. 제롬 지음, 김이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보면서 학창시절 처음 영어를 배우면서 짧게 짧게 들려 주는 에피소드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중에는 샌드위치 백작으로부터 유래된 샌드위치에 대한 영어 단문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 하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어설퍼 보이는 세 남자의 이야기는 『덤앤더머』나 『미스터빈』과 같은 종류의 영화가 생각난다. 조금은 바보 같은 세 남자의 일화가 처음 배우는 영어작문의 예문과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은 영국의 템즈 강—길이 336km. 유역면적 1만 3400㎢로 글로스터셔주(州) 코츠월드 구릉지대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흘러 잉글랜드 중남부를 횡단하고 런던을 지나 북해로 흘러 든다—을 1주일에 걸쳐 여행하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그에 결부된 부연설명들이 엮어져 있다. 보트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여행하는 동안 템즈 강변의 모습과 여행하는 중간중간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 그리고 집에 도착하는 내용은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 하다. 연상되는 이야기로 삼촌이 액자를 걸기 위해 못 박는 장면이나, 식사 준비 과정의 모습, 강물에 빨래하는 모습 등등 곳곳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행동들의 내용은 마치 미스터 빈의 엉뚱한 행동의 연속으로 느껴진다. 미스터 빈 한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화자로 나오는 나—작가 자신 제롬이라고 한다—를 제외한 보트탑승 친구 조지와 해리스는 무척이나 엉뚱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책의 후기에 보니 실존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이 탑승한 폭스테리어 개 한 마리도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 준다.

     책을 보면서 보트를 타고 강을 여행한다는 것이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후기를 보니 이 책으로 인해 템즈 강이 유명해지는데 한 몫을 하게 되었고, 소설 속의 내용과 같이 여행하는 것이 유행되었다고 하니 이 책의 내용이 나만 느끼는 것만은 아닌가 보다. 읽으면서 한강이 이 소설과 같은 모습이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지금의 한강은 유람선도 한적하게 오가고 있으며, 수상택시가 나왔다고 하는데 그 실효성이나 운행 횟수도 많아 보이지 않고, 가끔 주말에 한강변에 가보면 요트나 수상스키나 윈드서핑을 한가롭게 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소설의 내용과 같이 보트여행을 하기에는 왠지 부족해 보이는 느낌이다. 민밋한 주변 모습도 그렇고, 많이 깨끗해 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왠지 더럽게 느껴지는 탁한 물을 보면 보트여행을 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할까? 운하얘기도 생각난다.

     어찌 되었든 보트를 타고 여행하는 엉뚱한 세 남자들의 이야기는 코미디 장면과 같이 웃음을 준다. 엉뚱한 행동과 조금은 바보스러운 내용은 재미나게 써 내려간 작가의 글 솜씨가 탁월하다. 소설이 쓰여진 때가 100년이 지났다—1889년 출판되었다고 하니 정확히 119년이 지났다—고 하고, 장소도 영국의 템즈 강의 지금의 모습이나 옛모습을 보지 않아서 어떤 대목은 이게 무슨 내용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꾸로 한강변에 관련된 내용을 봤다고 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본다.

     오랜 시간이 지난 글 이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최근의 코미디와 동일한 느낌과 웃음을 던져주는 작가의 글 솜씨에 영국식 유머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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