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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 - 죽음을 부르는 만찬
윌리엄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인식체계는 특이하게 발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일한 현상에 대해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감도의 차이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 그 대표적인 내용이 이 책에 나오는 비만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는 비만이라는 현상에 대해 병이라는 인식을 해오지 않았는데 책에 나오는 많은 석학들의 연구 결과 비만이 단지 하나의 현상이 아닌 병으로 인식함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게 인식되어지고 있다. 특히 전염병이라는 정의에 따라 더욱 더 강력한 몹쓸병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런 인식의 전환을 하게하는 내용에는 「비만」이라는 의미가 우리의 인식체계를 바꾸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비만의 원인으로 몇 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는 열량과다 섭취, 둘째는 운동부족, 그리고 바이러스, 약품, 독소 등을 꼽고 있다. 앞의 2가지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고, 인식하고 있는 내용이다.
과거 비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인식하는 내용은 게으름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인식 되어진다. 많이 먹고 게으름을 피우면 발생하는 부자병이라는 생각. 그래서 발달한 지역 또한 미국이고, 그 미국을 중심으로 비만을 없애기 위해 눈만 뜨면 움직이고, 움직이는 것도 부족하여 일정시간을 할애하여 땀을 빼고 있다. 이렇게 땀을 빼면서 비만을 없애고자 무지하게 노력을 하고 있는 와중에 책에 설명되어지는 내용과 같이 그 비만 인구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가되고 있고, 한술 더 떠서 아동비만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너무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인다는 기본 생각 속에서 운동이라는 해결방안을 찾았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게으름이 비만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다음에 등장하는 논리의 얘기는 전염병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산업화된 미국의 농작물 산업의 결과물로 탄생한 비만전염병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것이 HFCS라는 전문 용어가 등장한다. 옥수수에서 축출한 액상 과당이라고 한다. 미국 옥수수 농가를 살리기 위해 개발된 HFCS는 탄산음료와 결부되어 무한정으로 들어가는 미만 제조기로 등장한다.
그 결과는 현재 미국민들의 모습을 보면 쉽게 공감이 되는 내용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흑인들의 모습을 보면 더욱더 공감이 되어 온다. 그 모습을 가장 인상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을 2005년도 미국 중남부의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카트리나 태풍의 피해 모습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카트리나 태풍에 의해 피난 갈 여력도 없는 저소득층의 흑인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봤고 그 결과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헌데 화면을 보면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빈곤층이라고 하는데 한결같이 화면 속의 사람들은 빼빼 마른 사람이 아닌 나의 몸집의 2배 또는 3배 되는 거구의 모습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해되지 않은 외모다.
이런 모습이 책을 보니 결국은 HFCS가 첨가된 탄산음료가 주범이라고 한다. 특히 뱃살을 불리는 특효약(?)이라고 할까! 이런 내용을 들어 비만이 전염병이라고 하는 저자의 주장이 약간은 억지가 있어 보이지만 음식 속에 숨겨져 있는 비만 원인물질의 실체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 저자가 밝히는 또 다른 비만 원인물질로 가축사육을 들고 있다. 식용으로 키우는 가축으로는 소와 돼지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남아도는 옥수수의 처분과 육질을 좋게 하는 사육 방법—곡물을 주식으로 하는 가축사육에서 오는 대표적인 질병이 O157로 내장파괴로 인한 치명적인 질병의 발생—의 발달과 경제 논리가 결부—소를 도축하고 나서 남는 부산물을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다시 분쇄하여 육골분 사료로 되돌리는 렌더링산업—되어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사육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사육결과로 미국 내에서 숫하게 신문지상에 올라오는 쇠고기 리콜 사태는 우리도 남의 나라 얘기로 넘겨 버릴 수 없는 내용이다. 촛불시위와 그에 이어지는 갖가지 말들과 싸움의 결과로 이제는 우리도 우리의 식탁에 미국산쇠고기가 올라오게 되었고, 어떤 시스템에 의해 책에서 얘기되는 문제점을 제거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비만의 폐해에서 치명적인 식중독 발생, 무차별한 환경파괴로 이어지는 미국 농업생산체계는 백해무익한 이야기로 넘쳐 난다. 우리가 평소 식탁에서 맛나게 즐기고 있는 고기 한 조각 음료 한 모금이 우리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변형시키는 독소임에는 분명한 사실로 인식되어 진다. 이런 내용을 보고 있으면 과연 무엇을 먹어야 할 것인가 다시 물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책의 내용은 현재의 산업화 된 농업생산체계에 반하는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이런 폐해와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의 해결 방안은 좀처럼 찾기 어려워 보인다. 단 한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의 먹는 즐거움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